CES 2010이 끝나고 다시 태블릿 컴퓨팅이 부각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먼지 속에 방치되고 있던 HP TC1100이었습니다.
2005년의 HP 태블릿, TC1100
지금도 구석에 잠자고 있는 TC1100은 참 보기 드문 제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보기 힘든 형태를 가진 제품이니까요. 화면을 갖춘 얇은 본체 아래에 키보드를 꽂았다 뺐다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태블릿 PC인데, 그 스타일은 지금 내놓아도 어디에 뒤지지 않습니다. 물론 키보드를 빼지 않고 접어서 휴대할 수도 있던 터라 노트북을 대신해 이동하면서 즐기는 데도 큰 무리는 없던 제품입니다.
HP의 TC1100은 TC1000의 후속입니다. TC1000이 나온 때가 2003년이었으니까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이지요. TC1100은 2005년에 출시된 제품입니다. TC1000과 스타일은 같지만 핵심 플랫폼을 트랜스메타에서 인텔 펜티엄 M 또는 셀러론으로 바꿔 성능을 높인 제품이지요.
앞서 두께를 말했는데, 키보드가 없는 당시 두께로는 아마 가장 얇은 PC라고 해도 과장된 표현은 아닐 겁니다. 1024×768의 해상도에 시야각 문제도 전혀 없는 10.1형 화면과 본체를 합친 일체형이지만, 두께는 지금의 담배갑보다 얇습니다. 다만 얇은 것에 비해 좀 무겁긴 합니다. 키보드를 포함한 무게가 1.4kg. 아마 요즘 제품으로 따지면 넷북 정도 될 것인데, 그것을 들고 어떤 작업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과거의 태블릿이 그랬듯이 TC1100은 펜을 이용해 다루는 태블릿이었습니다. 펜은 조금 두꺼웠지만 펜에 배터리를 넣지 않아도 커서가 따라다니는 와콤의 태블릿 기술을 썼고 그 움직임이 매우 정확했습니다. 모서리 끝까지 커서가 제대로 따라다니는 몇 안되는 태블릿이었지요. 하지만 손가락으로는 터치가 안되도록 막았습니다. 화면 위에 손을 얹고 펜을 움직일 때 그 손 때문에 오동작이 일어날 수도 있던 터라 미연에 막은 것이지요.
운영체제는 태블릿에 맞춰 개발된 윈도 XP 태블릿 에디션이었습니다. 펜을 이용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펜컴퓨팅에 맞춰 XP에 기능을 추가한 버전으로 일반 판매는 없었던 운영체제였지요. 버튼을 한 번 누르면 가로 세로 화면 전환도 쉽게 되고, 다양한 기능을 불러올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지요. 펜 컴퓨팅이 활성화가 안되다 보니 애플리케이션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MS 원노트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비롯해 좀더 많은 펜 태블릿 소프트웨어가 나왔다면 모르지만, 윈도에서 쓸만한 애플리케이션이 없다보니 앞선 컴퓨팅 기술을 채운 장치 정도로 인식된 게 사실이지요. 더구나 와콤 펜 태블릿처럼 너무 비싼 기술을 쓴 탓에 너무 비싸 일반인들을 겨냥한 판매보다는 업계 리더들을 겨냥해 소량 판매만 했습니다.
그래도 TC1100의 완성도 만큼은 정말 좋았던 터라 HP 태블릿을 디자인했던 임원과 만날 때마다 HP TC1100같은 제품을 내놓지 않을 것이냐고 묻곤 했지요. 그 때마다 들었던 이야기는 “다른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이야기였을 뿐 TC1100 같은 제품은 아니었습니다.
* HP TC1000을 디자인했던 스테이시 울프 디자인 이사 인터뷰 보기(HP 디자인 이사에게서 태블릿 PC를 듣다.)
2010년의 HP 슬레이트
물론 그 뒤에도 여러 태블릿 PC를 내놓긴 했지만, TC1100 같은 제품이 아니라 화면을 돌려 접는 터치스크린 노트북이었지요. 터치가 된다고는 해도 역시 노트북 무게가 있어 사용성이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TC1000 이후 7년이 지난 지금 HP는 과거 TC1100을 떠오르게 하는 태블릿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CES 2010을 전후로 공개된 HP ‘슬레이트'(slate)지요. 마이크로소프트 스티브 발머 회장이 CES 2010 기조 연설에서 선보였던 그 태블릿입니다. 키보드를 붙였다 떼는 하이브리드는 아니지만, 화면과 본체를 일체화한 형태는 TC1100을 연상시킵니다.
HP 슬레이트는 TC1100에 비하면 여러 모로 가벼워진 제품입니다. 화면은 작아졌으나 해상도는 높아 보이고 덩치가 작아진 만큼 가벼운 듯 보이는데 밝혀진 제원이 없어 성능을 예측하기는 어렵긴 합니다만, 과거 펜 대신 손가락으로 바뀐 조작 환경과 더 나아진 운영체제(윈도7)를 바탕으로 좀더 편하고 값싸게 태블릿 컴퓨팅을 할 수 있게 된 점에는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다만 기본적인 컴퓨팅 기능 외에도 TC1100 때의 약점을 얼마나 잘 메우느냐가 관건이겠지요. 애플리케이션 말입니다. TC1100 때처럼 다양한 컨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좀 적을까 우려됩니다만, 적어도 TC1100의 실패를 반복하지는 않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TC1100 사용자로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줬으면 하는 기대가 가장 큽니다. 당시 최고의 기술만 모아서 만든 TC1100이었지만, 지금은 최고만 모으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니까요. 다양한 일에 쓰기 편한 태블릿, HP 슬레이트에 바라는 한 가지는 이것 뿐입니다. ^^
Hp다운 다소 무난한(?) 디자인은 좀 그렇지만
상당히 괜찮아보이네요…
넷북지른지가 언제라고
타블릿 하나 지르고싶네요.ㅎㅎ
HP가 다른 업체의 디자인 센스만 좀더 가져다 붙였으면 아마 지금보다 훨씬 나은 업체가 됐을지도 모르겠어요. ^^
Windows7 을 업고 나오니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나야 별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윈도 7이 좋기는 한데, 정작 애플리케이션이 없을까 걱정이에요. ^^
2010년의 시작과 함께 여기저기에서 2010 트랜드를 정리하고 예측하는 콘텐츠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네요. 트랜드를 창조하고 이끄는 트래드세터는 못 되더라도 트랜드루저는 되지 말자는 신념하에 관심 있게 읽어 보고 있답니다. 다양한 트랜드 리포터 중에는 공통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FUN! 그런데… 5,6년 전쯤에도 트랜드 키워드에 FUN이 이미 들어갔던 것 같은데…ㅡㅡ; 아무튼 오늘은 이 FUN! 에 대해 포스팅…
현재의 신기술을 적용해서 TC1100을 리메이크 해도 괜찮을꺼 같은데
항상 아쉽더라구요. HP 자체 인증 wireless만 된다거나 이런점은 말이죠..
개인적으로 사이즈는 10.2 인치에서 8인치나 9인치 정도로 줄이고 해상도는 1024×768 유지되면 좋겠고
중력센서를 이용한 피벗기능과 받침대가 있음 딱일꺼 같은데 ㅋㅋ 아이폰 처럼 크래들 식으로 말이죠 ^^;
아마 해상도 유지는 별 문제가 없는데, 사이즈와 두께는 더 줄여야 하지 않나 싶어요. 어쨌든 부활까지는 아니어도 다시 그 때의 기억을 되돌려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실제로 TC1100쓰고 있는데 10인치가 딱 적당해요.
8.9나 7인치는 할 수있는 일이 줄어듭니다.
고진샤나 후지쯔 것을 써보니 그렇네요.
아니! 제가 저번에 마음에 들었다고 하는 슬레이트 .. 칫솔님 제가 말하는것마다 포스팅하시는…. 감사요 (그러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손가락도 괜찮긴한데 포토샵과 온노트 사용할때 필수인 펜은요? 펜이 솔직히 더 중요한데;; 두개 다되면 좋고…. 이번에 슬레이트하고 넥서스원 두개 다 지르고 싶네
저랑 통하는 게 있으신가 봐요. ^^ 슬레이트와 넥서스원은 저도 한번 보고 싶네요~
분명 멋진 제품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끌리는 점이 없는 것이 아쉽네요. 이제는 정말 감성컴퓨팅 시대가 되어버린듯 합니다. -_-
동감입니다. 이제 감성은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인 듯 합니다. ^^
그냥 딱 봤을 때는 왠지 pmp 처럼 보이네요
일반 사용자들에게 소구하기에는 뭔가 2프로 부족해보여요
성능 말고 외적인 면으로요 ㅠ
아무래도 HP에게 디자인 혁신 좀 하라고 다그쳐야겠는데요? ^^
TC1100 유접니다.
정말 태블릿하면 써보지도 않고 뜬 구름잡는 얘기만 해서 짜증이 나고 있는데
이 글을 보니 안구가 정화되는군요.
슬레이트 갖고 싶은데 돈이 없어요~~~
저도 슬레이트를 갖고 싶답니다. 돈 없기는 마찬가지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