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 가지 말할 것이 있다”며 라스베가스 베네시안 호텔 마르셀로 룸에 마련된 무대에 오른 젠슨 황 회장이었지만, 프레스 컨퍼런스가 끝날 무렵 사실상 태블릿을 위한 선언과도 같은 시간을 보냈다는 걸 깨달았다. 젠슨 황 회장이 소개하려던 세 가지란 태블릿과 놀라운 테그라3의 신기능, 마지막으로 자동차였다. 하지만 55분의 컨퍼런스 시간 가운데 무려 48분을 태블릿과 테그라3에 관해 털어놨다면 이 컨퍼런스에서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딱 하나로 정리해도 상관 없을 것이다. ‘태블릿’이란 한 가지로.
태블릿의 성장이 빠르다
젠슨 황 회장은 태블릿은 역사상 가장 빠른 진보를 보이기 시작한 장치라고 말을 꺼냈다. 태블릿이 선보인 첫해 2천만 대가 판매됐지만, 이듬해 6천만 대 이상 시장이 성장했다는 시장 조사 결과를 인용한 것도 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이는 프로세서를 쓰기 시작한 스마트폰이나 넷북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다. 더구나 태블릿은 이러한 장치보다 더 놓은 성장성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첫해보다 그 다음 해에 비 아이패드 제품군이 40% 이상 늘어난 점을 들어 이 시장은 계속 진화하며 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 각각의 제품군이 모바일과 컴퓨팅 장치로 크로스오버가 일어나면 더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한 것이다.
새삼 놀라운 말이 아닐 수도 있다. 엔비디아가 태블릿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쩌면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다. 고작 2년의 시장 조사 결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 하지만 엔비디아가 당연히 해야 할 말이라고 여기는 건 관점에 따라 다르다. 지금까지는 태블릿 시장의 성장을 보고 움직이는 것이라면 이제부터는 태블릿 시장의 성장을 위해 말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부품을 좀더 팔기 위해서 꾸며낸 말보다, 태블릿 시장의 성장과 확장을 보며 엔비디아가 집중해야 할 방향을 잡았다는 표현이 더 알맞을 지 모른다.
모바일과 컴퓨팅, 크로스오버의 좋은 예
모바일과 컴퓨팅 장치의 크로스오버. 쉽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태블릿은 들고 다니는 모바일 장치인데, PC와 같은 컴퓨팅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니 아직은 믿지 못할 수 있다. 때문에 젠슨 황 회장은 이에 대한 좋은 예를 보여주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의 많은 시간을 썼다. 어쩌면 이 시간이 길어져 자동차에 관한 이야기가 약해진 것이 이유일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아주 중요한 예들을 하나씩 소개했다.
이날 시연에 쓴 태블릿은 아수스 트랜스포머 프라임. 최초 쿼드코어 태블릿이다. 이 태블릿은 평소 화면부만 들고 다니다가 키보드에 꽂으면 노트북처럼 쓸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컴퓨팅 장치로 바뀌는 모든 것이라고 이해하는 건 옳지 않다. 이미 이러한 하드웨어는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냥 하드웨어의 결합이지 그 이상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PC의 이용경험을 대체하거나 연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예로써 든 것이 판당고(Fandango)와 스냅시드(snapseed)다. 판당고는 영화 정보와 영화 예매를 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로 이를 아이스크림용 샌드위치용 앱으로 구현하면서 테그라3의 GPU를 활용해 좀더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작동하도록 했다. 젠슨 황이 가장 많이 팔린 아이패드 앱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한 스냅시드는 필터를 이용해 사진을 보정하는 수많은 보정 앱 중 하나다. 하지만 포토샵 뺨치고도 남는 효과를 보여준 스냅시드는 쿼드코어와 빠른 GPU를 이용해 보통의 사진에 다양한 효과의 적용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보정한다. 중요한 것은 마우스 없이 쉬운 터치 인터페이스로 그러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 예로 든 것은 게임. 립타이드 GP(Riptide GP)라는 제트 스키 게임과 섀도우건(ShadowGun)이라는 1인칭 게임이다. 젠슨 황 회장이 직접 조이패드를 연결해 시연한 립타이드 GP는 물과 관련한 여러 그래픽 효과를 적용, 콘솔 게임기에 버금가는 게임 그래픽을 선보였다. 더불어 다른 두 플레이어가 두 대의 태블릿을 무선으로 접속해 즐겨 본 1인칭 멀티플레이어 게임인 섀도우건은 고화질 그래픽이면서 매우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 더 이상 멀티플레이어 게임이 PC나 콘솔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싶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고화질 게임을 구현하는 데도 초당 60프레임은 모두 넘기고 있다고 젠슨 황 회장이 덧붙여 설명했다.
그렇더라도 PC의 사용성 자체를 배제하기는 힘들 것이라 이에 대한 마지막 예로 스플래시탑 HD를 공개했다. 이 앱도 인기를 끌었던 아이패드 앱이다. 스플래시탑 HD는 원격 PC 제어 앱으로 지금 다루는 PC의 화면을 태블릿과 같은 장치로 가져와 각종 PC용 응용 프로그램을 수행한다. 흥미로운 것은 테그라3 태블릿을 통해서 본 스플래시탑의 성능은 그냥 윈도7을 넣어 놓은 것마냥 자연스럽게 움직였는데, 일반 응용 프로그램의 실행과 조작은 물론 한 때 1인칭 슈팅의 최강자로 이름을 날렸던 ‘페이탈리티’ 조나단이 오랜 만에 등장해 엘더스크롤 V 같은 3D 온라인 게임도 스트리밍으로 잘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여기에는 원래 PC의 성능도 매우 중요하지만, 고해상도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성능이 없다면 이러한 자연스러움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예들은 모두 태블릿이라는 모바일 장치로 할 수 있는 수많은 것 중 일부만 보여줬을 것이다. 물론 대부분이 이렇게 활용하지는 않겠지만, 어려운 작업도 이제는 고성능 태블릿 장치에서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 예로는 모자람은 없었다. 여기까지는 OK. 여기까지는 좋다고 하겠지만, 결국 현실로 돌아오면 이러한 장치에서 즐길 거리가 얼마나 있고, 가격은 얼마나 하느냐라는 것이다.
7인치 쿼드코어 태블릿, 이 가격 맞아?
이것이야 말로 칼을 뽑았다는 표현을 써도 무방하다. 엔비디아가 이날 초대한 이는 아수스의 제리 쉔(Jerry shen) CEO다. 그가 무대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사실 아마존 트랜스포머 프라임을 소개하려는 것이라고 여겼지만, 사실은 아마존 킨들 파이어와 반즈앤노블 누크와 경쟁하기 위한 새로운 7인치 쿼드코어 태블릿을 공개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다. 결국 이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려면 가격을 잡아야 한다는 결론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기 위해 제리 쉔과 젠슨 황은 꼭꼭 숨겨 놓았던 7인치 ICS 태블릿을 선보인 것이다. 가격은 겨우 249달러. 아마존 킨들 파이어나 누크보다 조금 더 비싸지만, 성능과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경쟁력으로 놓고 보면 조금도 불리할 것이 없는 가격이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비싸다는 인식을 과감히 깬 이번 결정은 앞으로 태블릿을 내놓을 업체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249달러의 쿼드코어 태블릿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가격 파괴를 알리는 전조나 다름 없을 테니까.
테그라3의 추가 기능도 태블릿을 위해!
7인치 쿼드코어 태블릿까지 공개하는 과정이 이날 컨퍼런스의 하일라이트였지만, 여기서 모든 이야기가 끝난 게 아니다. 테그라3에 대해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테그라3는 이미 그 제원이 모두 공개되었다. 하지만 이 날 테그라3에서 쓸 수 있는 프리즘 디스플레이 기술과 다이렉트 터치라는 두 가지 기술을 공개했다. 프리즘 디스플레이(Prism Display) 기술은 픽셀의 표시 상황에 따라 백라이트 전력을 동적으로 조절해 일정하게 백라이트를 공급할 때와 비슷한 화상을 보여주면서 전력 소모를 줄이는 기술이다. 다이렉트 터치(Direct Touch)는 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를 통해서 입력하던 종전의 터치 인식 방식을 버리고 테그라3가 직접 아날로그 터치 데이터를 처리해 반응성을 더 높였다. 종전 방식으로 10 손가락의 터치 정보를 처리하면 70프레임 정도 나오지만, 테그라3를 이용한 방식으로 처리하면 190 프레임 안팎으로 반응이 빨라진다.
프리즘 디스플레이와 디렉 터치는 모두 모바일 장치를 위한 기술이지만, 이 모두 태블릿의 사용성을 넓이는 데 더 알맞은 기술이다. 전력 소모가 많고 더 많은 터치를 할 수 있는 큰 화면을 가진 태블릿의 성능을 좀더 끌어 올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서다.
엔비디아, 태블릿 시장의 주도자를 꿈꾸나?
마지막으로 선보인 것은 윈도 8 태블릿. 이미 MS의 빌드 행사를 통해서 엔비디아의 윈도 8 태블릿 시제품은 공개되었던 그것이다. 이 날은 MS가 아닌 엔비디아가 직접 공개한 첫 행사였는데, 빌드 이후 이날 아주 새로운 특징보다는 테그라3가 윈도8 환경과 잘 맞아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 정도였다.
구글 ICS와 윈도8 플랫폼 태블릿까지 모두 공개한 어제 컨퍼런스는 테그라3가 가야할 길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태블릿은 엔비디아가 선택과 집중할 수 있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할 시장이라는 것을 대놓고 말한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까. 고성능 태블릿의 중요성을 충분히 설명했고 가격에 대한 칼도 뺐다. 이제 남은 것은 이것이 흐름이 될 수 있느냐다. 그것은 예측 못하지만, 엔비디아는 그것이 흐름이 되도록 만들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만 태블릿 시장의 주도자로 우뚝 설 수 있으니까.
;;;;
어? 원래 댓글은 어디로… ㅜ.ㅜ
한국에서도 250달러 수준에 팔리면 정말 대박나겠지만.. 후우…. OTL
30만 원 안팎이면 괜찮지 않을까요? 쿼드 코어인데… ^^
한국이자나요…. 250달러가 30에 팔릴리가 없는 불편한 진실 ㅠ.ㅠ
못해도 50~60에 팔겠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