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갑지는 않아도 기다려야 할 듯한 PS3의 DivX

2주 전에 집에 있던 PS3의 펌웨어를 2.1로 올린 일이 있었습니다. 버전 2.1은 블루레이 디스크 프로파일 1.1과 DivX 재생이라는 꽤 입맛을 당기는 두 개의 중요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업데이트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동~’했던 것임은 분명했지요(2.10 펌웨어는 2007년 12월 18일에 나옴). 같은 때에 MS도 XBOX 360에서 DivX를 볼 수 있는 펌웨어를 보급하기 시작한 터라 갑자기 DivX가 화제의 중심이 된 이유도 궁금했고, 정말 DivX를 볼 수 있는지도 궁금했더랍니다.

프로파일 1.1용 블루레이 디스크 영화가 없어서 이에 관한 테스트는 뒤로 미루는 대신, 간단하게 네트워크 세팅만 한 상태에서 DivX만 테스트를 했지요. 네로 8의 미디어 홈을 띄운 뒤 영상이 있는 폴더를 공유한 다음 서버 시작 버튼을 누르니 PS3는 이를 네트워크에 있는 자료 서버로 알아채고 각 폴더에 있는 영상이나 사진, 음악 같은 데이터의 목록을 가져왔습니다.

일단 비스타에서 인덱싱된 파일은 PS3에서 가져오는 데 무리는 없어 보였는데요. 동영상 목록도 잘 뜨고 각 영상의 대표 이미지를 추출해 표시했으니까요. DivX(XviD) 동영상 재생도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은 듯 싶었습니다. 고속 탐색에서 약간의 문제(10배속으로 감은 뒤 재생되지 않음)를 일으키기는 했지만, 이만하면 재생을 하는 것에서 트집을 잡을 만한 것은 없었다고 봐도 될 듯 했습니다.

하지만 DivX를 볼 수 있다는 기쁨이 아주 크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마도 이 실험을 했던 대부분의 PS3 이용자가 좋다가 만 기분을 느끼게 된 공통된 이유는 자막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일 텐데요. DivX 영화는 볼 수 있는데, 자막이 나오지 않으니 재생이 된다고 해도 PS3에서 영상을 즐기기 어려웠던 것이지요.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막을 영상 안에 인코딩해 넣은 뒤 보면 되니까요. -.ㅡ

자막이 안 나와서 몹쓸 것이라거나 불법 영상을 PS3에서 볼 때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닙니다(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ㅡㅋ). 소니가 PS3에 DivX를 넣은 이유는 이 형식으로 자사의 영상 컨텐츠를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하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인데요. 아주 오래 된 이야기지만, 이제서야 본격적인 발걸음을 옮겼다고 봐야겠지요. 그런데 그냥 유통하는 게 아니라 음악에 이어 영상까지 DRM을 없앤 컨텐츠를 이용자가 다운로드한 뒤 직접 PS3의 하드디스크에 보관해 소유할 수 있도록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폐쇄적인 소니의 모습을 떠올리면 상상이 안되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DRM을 없앤 영상 컨텐츠를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에서 판다는 건 꽤 매력적인 이야기로 들리더군요. 물론 하드디스크로 다운 받은 데이터를 빼낼 방법은 알 수 없지만, MS가 XBOX 360을 통한 일회성 렌탈을 발표한 것과 달리 이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의 소유를 인정하는 것 자체는 마음에 듭니다. 단지 언어의 장벽을 없애주는 자막이 문제인 게지요.

당장 우리나라나 일본, 중국 같은 독특한 언어적 특성과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 자막이 빠진 컨텐츠에 대한 수요가 일어날까 하는 들지만, 무엇보다 이제는 언어를 선택하는 다양성도 중요하지 않을까 하더군요. 당장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글 자막 유무일 뿐이지만, 자막을 켜고 끄는 것이나 글꼴 선택, 필요에 따라 다른 언어의 자막을 골라서 보는 기능 자체가 디지털 컨텐츠를 좀더 효율적으로 보급하고 유통하는 데 훨씬 유리하지 않나 싶습니다. 영상이 메인이지만, 디지털 컨텐츠라면 그 작은 부분의 옵션까지 디지털화 하는 게 이 시대, 앞으로 미래에 맞는 게 아닐까요?

앞서 자막을 인코딩해서 보는 것은 전혀 문제될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미 메가TV에서 보는 거의 모든 영상은 이렇게 인코딩 되어 있으니까요.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PS3가 메가TV를 위한 셋톱박스용으로 많이 쓰도록 하는 대신 PSN에서 영상을 다운로드 하는 것은 안할 것 같은 생각도 스칩니다. 다만 메가TV도 모든 컨텐츠가 공짜가 아닌데다, 중요 컨텐츠를 결국 렌탈의 개념으로 볼 때마다 돈을 내야 하는 문제가 있으므로 같은-아니면 좀더 비싼-돈을 내고 컨텐츠를 자신이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면 왠지 그쪽에 지지를 보내고 싶습니다. 대여와 소유는 그 의미가 다르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