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로 돌아가 델 관련 소식을 뒤져보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찾을 수 있습니다. 델이 AMD 프로세서를 넣은 제품의 온라인 판매를 중단한다는 것이었지요. 소매점과 전화 판매는 계속하지만, 델의 주력 판매망인 온라인에서 AMD 제품을 뺀다는 것은 제품 판매를 안하겠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당시 델은 인터넷에서 고급 지향 제품이 더 많이 팔리는 데다 AMD 제품보다 고가의 인텔 프로세서를 구입하는 소비자 기호에 맞춘 것이라고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지만, 이에 덧붙여 AMD 제품의 소매점 판매량도 최소 수량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해 사실상 판매를 하지 않을 것임을 돌려서 말한 것입니다. 이 소식은 AMD에게는 날벼락이었고, 인텔은 델의 주력 상품에 대한 프로세서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지요.
그런데 지난 5월 중순, 델이 AMD 프로세서를 넣은 노트북과 PC를 발표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델의 주력 노트북 라인인 인스피론과 기업용 데스크탑 제품군인 보스트로 양쪽에 모두 AMD 프로세서를 채택한 제품을 발표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그동안 델이 추구했던 전략이 바뀌었음을 의미합니다.
지난 2년 동안 델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지난 4월 말, 가트너가 공개한 PC 시장 보고서를 토대로 ‘1분기 PC 시장, 힘빠진 전통의 강자와 매서운 후발주자의 추격전‘이라는 짧은 리포트를 남겼습니다. 당시 인용했던 가트너 자료에서 델은 세계 PC 시장 3위였습니다. 2008년만 해도 세계 2위 업체였으나 지난 해 에이서에게 2위 자리를 내준 뒤 3위로 내려 앉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는 듯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 해에 비해 올 1분기 델 제품의 판매량은 분명 늘었다는 점입니다. 시장 점유율도 소폭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델과 경쟁하는 업체들의 판매량이 더 늘었다는 게 부진의 이유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지난 2년 동안 델은 서버군을 제외하고 소비재 제품군에서 AMD 제품을 거의 쓰지 않고 인텔 칩셋을 고집했습니다. 2008년 AMD 제품의 온라인 판매를 포기할 당시 부품 업체들과 가격 협상이나 델의 전략 등 당시 몇 가지 복합적인 상황에 내린 결론이었고, 그에 따라 제품 라인업을 짤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2008년에서 2009년으로 넘어오면서 델은 칩셋 단일화를 기회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고부가 제품군의 개발에 상당히 치중했던 것이지요. 아다모를 비롯해 에일리언웨어 같은 기존의 저가 이미지를 갖지 않는 디자인이 뛰어난 고가의 고성능 제품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인스피론과 미니, 보스트로, 스튜디오 같은 중저가 제품도 계속 출시했지만, 저가 라인업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대신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고가 제품을 던지는 것으로 지속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문제는 델이 이미지 변신에 힘쓰는 사이 주력 시장이었던 저가 제품 시장을 HP와 에이서에게 빼앗기는 일이 생긴 것입니다. 싼 PC 제품이면 떠 올리던 델의 이미지는 여전한데 시장만 빼앗겨 버린 상황이 된 것이지요. 동급 인텔 프로세서를 쓴 제품이라면 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다른 업체보다 뛰어나지만, 가격만으로 단순하게 비교하는 소비자 층에서 델은 그냥 비싼 업체가 되어 버리고 말았고 시장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AMD를 잡아 얻은 것과 잃은 것
인텔을 고집했던 델과 달리 HP와 에이서는 인텔과 AMD 양쪽의 플랫폼을 모두 수용해 제품을 만들어 왔습니다. HP는 인텔과 AMD를 8:2의 비율로 반영해 제품 라인업을 형성했는데 주로 저가에서는 AMD, 중/고가 제품에는 인텔 제품을 써 제품 성격을 달리 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제품 정책이 시장을 유지하는 비결이었는데, 에이서도 HP와 비슷한 제품 전략을 쓰고 있지만, 좀더 저가에 치중해 있는 상황입니다.
AMD를 수용한 델도 이와 크게 다른 전략은 아닐 수밖에 없지만, 지금 판매되는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AMD가 저가 뿐만 아니라 중가 브랜드에도 AMD를 채택한 것을 보면 브랜드 경쟁력까지 감안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경기가 나아지면 다양한 성능과 가격대의 제품에 대한 소비가 늘어날 것을 감안했을 때 이 선택은 바람직합니다. 인텔 프로세서를 쓴 최저가 제품보다 더 낮은 가격대의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으므로 다른 사업자들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시장의 가격 경쟁력은 확보했어도, 지난 2년 동안 부단히 노력해 온 이미지 변신에 실패할 가능성은 더 높아졌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델이 만들었던 고품격 제품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으나 이에 실패하고 2년 이전의 가격 경쟁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델의 상황을 보면 2년 전의 상황으로 복귀가 불가피하지만, 그래도 그 변화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돌아가는 게 자칫 전략의 실패로 결론 내려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저가 제품 라인업도 지속적인 변화를 했기 때문에 AMD 프로세서 탑재 제품군의 출시는 또다른 기회가 될수도 있습니다. 종전에는 그냥 싼 제품을 내놓는 기업이었다면, 앞으로는 싸면서 좋은 제품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 말입니다. 물론 AMD 프로세서가 주는 신뢰도도 델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를 보완해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델의 몫입니다. 델이 이번 기회마저 놓친다면 빼앗긴 2위 자리는 영영 되찾기 힘들 것입니다.
델이 상당히 고전하고 있군요. AMD를 놓고 있다가 HP를 추격할 수 없었던 거군요.
다시 돌아간다면 델에 확실히 문제가 있었던 것을 시인할 수 밖에 없겠지만,
더 늦추면 답이 없는 상황이라 미룰 수 없는 결정이다는 거군요.
흠… 예전의 영광(?)을 다시 찾을 방법은 없을 까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사실 변화가 성공했다면 HP를 추격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게 실패한 것 같아요~ 지금은 그저 열심히 하는 수밖에는 없겠죠~ ^^
그래도 Dell은 이상하게 다시 손이 안가는 회사중에 하나에요.
예전 Dell Inspiron 8200의 악몽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말이죠..
델에게 치인 이용자들이 의외로 많지만, 가격적인 이점이 커서 자주 PC를 구매하는 기업들은 좋아한다지요~ ^^
노트북 amdcpu는 조금 불안 하던데
그런 불안감도 델이 해소시켜주지 않을까요? ^^
아직 델 제품은 한번도 제 손을 탄 적이…
아.. 저번에 경품받은 넷북이 델이었지만…
저랑 안 맞아서 전원버튼도 안눌러보고 바로 처분했네요! ㅜㅜㅜㅜㅜㅜㅜ
하드가 16기가더라고요! ㅋㅋ
싸우자는건가? ㅋㅋㅋ
그건 SSD여서 용량이 적은 거라우~. 어쨌든 경품남이 부럽소~ ^^
노트북 조립하는 시대는 언제쯤올까요
공감합니다 붐업! ㅋ_ㅋ
데스트탑PC만 조립하라는 말은 없잖아요 !
학교에선 델제품이 애용되죠…
과실로도 AS가 완벽히 지원되고, 사양 조절이 무난하기 때문이랄까요?
제가 일하는 곳의 PC들의 60%이상이 DellPC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