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CES 2015에서 LG는 새로운 스마트 워치를 발표하지 않았음에도 거의 후속작을 다 공개한 분위기다. 난데 없이 등장한 CES의 아우디 기자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G워치 R의 아우디 커스텀 때문이다. 이것이 앞으로 내놓을 G워치R의 후속이 될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LG가 아우디를 위해 커스텀 제작한 제품으로 확인된 이후 더 버지의 동영상에서 webOS 기반에 이동통신 모듈을 결합하고 각종 서비스 앱이 설치되어 있는 이 제품의 작동 상황을 볼 때 아마 후속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제품이 G워치 R의 후속이 될지 아닐지 아직 알 수는 없어도 흥미를 끄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지난 해 가을 독일 IFA에서 G워치 R을 처음 접했을 때 시계처럼 자연스러운 만듦새를 가졌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던 스마트워치였다. 하지만 G워치 R을 처음 접했을 때나 출시 이후 줄곧 쓰면서도 늘 남는 고민이 있었다. 하나는 시계와 같은 자연스러움은 있으나 시계라는 기구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없다는 점과 안드로이드웨어의 제조사 최적화를 금지하고 있는 구글의 고집 탓에 불편한 조작성이었다.
여느 스마트워치와 달리 G워치 R은 처음보는 이들도 일반적인 손목 시계처럼 여기기 쉬운 모양새다. 그만큼 자연스러운 모양새라는 이야기면서도 스마트 워치라는 특성을 몰라주기 쉽다는 점에서 서운한 면도 없진 않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G워치 R을 처음 보는 이들 중에는 시계 테두리를 돌려보려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치 외국에 나갔을 때 벌어진 시차만큼 시계 테두리를 돌려 현지 시각으로 바꿀 수 있던 시계를 한번이라도 접했던 이들에게 나타난 공통점이었는데, G워치 R의 테두리가 그렇게 작동할 것으로 여긴 모양이다. 결국 시계가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보다 특수한 기능을 담은 시계만이 가질 수 있는 기구의 재미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렇다고 아우디 커스텀 버전의 G워치 R 제품에서 시계 테두리가 돌아가도록 만든 것은 아니다. 단지 기계적 재미가 거의 없던 종전에 G워치 R과 달리 시계 버튼을 늘린 점이 이채롭다. 아직까지 늘어난 시계 버튼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아마 실제 출시 전까지 역할을 조정하고 있을 테지만, 두 개의 버튼은 터치스크린을 조작하는 것과 달리 기구를 다루는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부분이다.
더불어 안드로이드웨어에서 구현할 수 없는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담은 것 역시 인상적이다. 앱이나 기능을 좀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넣어 조작하기 쉬워진 듯 보여서다. 이는 지금 G워치와 G워치 R에 올린 안드로이드웨어에서 해결할 수 없는 GUI 커스터마이징 관련 불편을 LG가 보유한 자체 운영체제 webOS를 올려 해결한 것인데 이 결정이 흥미로운 점이다.
당초 안드로이드웨어는 맥락 인식 측면의 이용자 경험, 즉 이용자의 이용 환경을 분석해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상용화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선 그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당장 써야 하는 안드로이드 응용 프로그램을 찾기 위한 런처의 기본 탑재를 막고 있어 이용에 어려움이 많다. 비록 아우디 커스텀 버전에서 종전과 다른 운영체제인 webOS를 올렸지만, 구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기 색깔을 지닌 GUI를 담은 색다른 제품을 만들어낼 길이 더 넓어진 셈이다. 물론 실제 제품의 작동 수준이나 담고 있는 기능에 대해선 제품이 발표되어야 알 수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LG 스마트워치를 기대해보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일 듯 싶다. 만약 이 제품이 MWC에 공개된다면 현장에서 관련 소식을 전달할 예정이다.
덧붙임 #
안드로이드웨어를 포기하고 webOS를 올린 것은 좋은 반면 안드로이드웨어 생태계와 거리를 두는 만큼 앱 환경의 불편도 따를 수 있다. 장기적으로 LG가 webOS 플랫폼으로 자체 생태계를 꾸려나갈 수 있을지도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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