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와 HP의 공통점이 뭐가 있을까?”라는 뜬금 없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목에서 밝힌 대로 둘 다 ‘Z’ 시리즈의 제품이 있다라고 하면 되니까요. BMW Z시리즈는 차를 좋아하는 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2인승 쿠페일테고, HP의 Z 시리즈는 아직은 낯섭니다. 당연합니다. 이 시리즈는 워크스테이션용으로 나온 것이라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더구나 발표된 지 얼마 안 된 워크스테이션 시리즈거든요.
그런데 Z이라는 이름을 쓰는 이 워크스테이션을 두고 HP가 공식 발표회에서 실제로 BMW를 앞에 내세우고 설명을 진행했습니다. HP Z 시리즈는 그냥 시리즈 이름만 BMW와 같은 게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BMW의 디자인 그룹인 디자인 웍스가 개발 단계에 참여해 이 워크스테이션을 함께 만들었습니다.모든 설계를 다 맡은 것은 아니지만 BMW에서 자동차를 설계하는 디자이너, 또는 기술진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많은 부분을 반영했습니다.
HP와 BMW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칼리 피오리나 회장이 경영하던 몇 년 전만 해도 HP는 F1 팀인 BMW 윌리엄스의 손 큰 후원자였지요. 당시 BMW 윌리엄스는 HP의 워크스테이션을 비롯한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레이싱 모델을 계산하고 시뮬레이션을 했습니다. 또한 레이싱 도중 머신과 주고 받는 무선 통신과 영상 전송, 데이터 송수신 환경 역시 HP가 구축해 준 전례도 있었고요. 덕분에 전후방 날개와 양옆 등 모든 부분에 HP나 컴팩 로고, 또는 당시 캐치프래이즈였던 ‘INVENT’를 선명하게 새길 수 있었고, 세계 여기저기를 누비면서 F1 그랑프리를 시청하는 6억명의 세계인에서 HP를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BMW 윌리엄스 파생 상품도 만든 적이 있습니다. HP R607이라는 디지털 카메라로 HP와 BMW의 짙은 파랑색에 F1 윌리엄스라는 로고를 새겨 넣기도 했지요. 얼마나 팔렸는지는 잘 모릅니다. 현 HP 마드 허드 회장이 취임 이후 마케팅 비용 절감을 이유로 모든 후원을 끊었지만, 그 관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이번 Z 시리즈가 보여준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시 Z 시리즈로 돌아가, BMW 기술진들이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곳은 ‘틀’입니다. 분야가 다른 탓에 회로 설계는 할 수 없지만, 자동차를 설계할 때처럼 일상에서 이 워크스테이션을 쓸 때 필요한 부분들을 직접 제안하고 이를 HP Z 시리즈에 반영했습니다. 여전히 겉 모양은 투박합니다만, 케이스를 열었을 때 자동차의 각 부품들을 보는 것처럼 짜임새 있게 배치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부품이 모듈형태라 착탈이 쉬운 데, 여러 설명보다 직접 보는 게 가장 빠를 것 같네요. Z800의 내부 구조를 함께 보죠.
안쪽 내부에는 두 개의 덮개가 있습니다. CPU와 램 부분이 있는 위쪽, 그래픽 카드가 있는 아래쪽으로 나누어 놓았지요. 그 중 CPU와 램 부분의 덮개가 마치 보닛을 열었을 때 엔진 덮개와 비슷한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위쪽 덮개 사이의 구멍으로 열이 잔열이 빠져나가도록 해 놓았고요.
케이스를 열면 녹색으로 표시된 부분들이 여럿 보입니다. 이 녹색 마크는 부품을 빼거나 넣을 때 잠금 장치가 있는 부분을 표시한 것입니다. HP Z 시리즈는 나사 없이 모든 부품을 고정할 수 있도록 설계했는데, 어느 부분을 잡아야 하는 지 이 마크로 확인하라는 것이지요.
전원 공급 장치 부분도 손잡이를 잡아 당기면 바로 빠집니다. 딱 틀이 맞으니 잘 못 꽂을 일도 별로 없겠죠.
그래픽 카드나 하드디스크로 나사 없이 착탈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 카드는 고정 덮개를 올린 뒤 빼내면 되고, 하드디스크는 모두 랙 방식이라 손잡이를 아래로 내려서 잡아 당기면 빠집니다. SAS든 SATA든 바로 꽂아서 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고요. 광학 드라이브는 뒤쪽 고정 부분을 살짝 잡아당긴 다음 빼거나 넣으면 됩니다. 역시 나사는 필요없습니다.
CPU의 방열팬 부분입니다. 그 위는 메모리 팬이 따로 붙어 있습니다. 작업 중 소음이 업무를 방해하는 것을 알 알고 있기에 모든 팬은 되도록 소음이 덜 나도록 저소음 설계했습니다. 물론 팬으로 작동하는 것이니 소음이 안날 수는 없겠죠.
쓰지 않는 케이블이 안쪽에서 너덜거리지 않도록 따로 케이블을 꽂아 두는 빈 소켓도 있습니다.
HP Z 시리즈는 Z400, Z600, Z800 세 가지 모델로 나옵니다. 네할렘 EP 기반의 쿼드 코어, 인텔 제온 프로세서를 쓰고 그 밖의 램이나 하드디스크, 그래픽 카드과 같은 부품들은 모두 이용자의 환경에 따라 선택 구성할 수 있습니다. 네할렘 기반 제온 프로세서 덕분에 성능은 올리고, 전력은 낮춘 것이 특징입니다. HP Z 시리즈는 워크스테이션 부분에서는 처음으로 90%의 부품과 포장재를 재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 EPEAT 골드 등급을 받았고, 저전력 기술 덕분에 에너지 스타 5.0 인증도 따냈습니다. 기존 모델 대비 20% 비싼 수준이라고 하는 데, 아무래도 워크스테이션의 구성이 이용자마다 다른 데다 환율 문제 등으로 공개하기는 어렵나 보더군요. 다만 HP 사이트의 Z400 출시가가 1천 달러 미만(부가세 제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CAD, CAM, 디자인 등 전문 분야에서 쓰게 될 HP Z 워크스테이션 시리즈를 일반 환경에서 접할 기회는 별로 없을 테지만, BMW 디자인 그룹의 참여와 인텔 프로세서 채택 등으로 최적화된 내부 설계와 성능을 원하는 워크스테이션 구매자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으로 남을 듯 합니다.
덧붙임 #
요즘 BMW가 PC 산업에 관심이 많은가 봅니다. 서멀 테이크와 함께 만든 케이스도 한 때 관심을 끌었다는 사실, 잊지 않으셨죠?
음…이러다 BMW가 컴퓨터 만들겠다고 할지도…
자동차에 버금가는 고급형을 만든다면 관심을 가질지도… -.ㅡㅋ
맨 마지막 사진이 컴퓨터인가요?
간지 작살인걸요??
갑자기 BMW 한다니까 한때 타던 BMW 525i 가 생각나네요 ㅠ
서멀테이크에서 만든 케이스입니다. 간지 작살이죠. 캐딜락님의 525i도 간지네요. ^^
1+1행사로 워크스테이션 하나사면 BMW 끼워줄려나요? ㅋ
그런 이벤트라면 무조건 질러야죠~ ^^
최근에 개봉한 몬스터 vs. 에일리언(monsters vs. Aliens) 2D작업을 거쳐 그 위에 3D를 입히는 예전 작업 방식과는 다르게 한번에 3D로 작업하는 방식으로 제작한 몬스터에일리언. -컴퓨터 작업시간만 무려 4천만 시간 이상을 투자했고 이 수치는 슈렉 제작시간의 8배, 쿵푸팬더 제작시간의 2배에 달하는 시간!!!! 예전부터 HP와 협업을 한 드림웍스. 이번에도 HP 기술을 통해 작품에 가장 많은 이동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