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인류의 새로운 사무실, ‘디지털 오피스’

지하철과 버스, 자가용에 몸을 싣고 일터로 향하는 매일 아침의 우리들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낯설지 않은 삶의 풍경이다. 안개보다 더 보이지 않는 위협이 극에 달했을 아주 잠깐의 순간을 제외하면 여전히 출근길 풍경은 그대로인 채다. 하지만 지금 일터로 향하는 풍경 속 사람들의 모습이 사뭇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풍경 속에 새겨진 세대가 바뀐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지금 일터로 향하는 핵심 세대는 ‘밀레니얼’이라고 부르는 세대다. 1980년 이후에 흐르는 시간과 함께 해 온 이들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대를 살았던, 모든 것이 디지털로 바뀌는 과정을 겪으며 디지털 환경에 적응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에 적응한 세대가 일터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은데다,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직접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택트(Untact), 또는 인택트(Intact) 분위기의 확산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꿀 뿐 아니라 일터의 고정관념까지 바꾸고 있다. ‘디지털 오피스’는 디지털 기반의 업무 환경과 규칙을 새롭게 쌓아가고 적응한 디지털 인류의 일터인 것이다.

디지털 오피스의 중심은 공간이 아닌 사람

지난 해 시장조사기관 IDC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업무의 미래’(Asia/Pacific Future of Work)라는 매우 흥미로운 설문 조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을 하는 주요 세대 중 50%가 밀레니얼 세대로 채워질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얼핏 보면 밀레니얼 세대가 일터의 주요 자원이 된다는 말은 기존 세대를 단순히 대체한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에 맞는 업무 환경의 변화에 대비할 것을 주문하는 것에 가까웠다.

IDC는 HP의 일의 미래(HP Future of Work)라는 행사에서 50% 이상의 업무 인력이 밀레니얼 세대로 채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은 앞서 말한 디지털 친화적 세대라는 점이다. 디지털로 소통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일들이 디지털로 처리되는 사회를 경험했던 밀레니얼 세대는 기존의 물리적 또는 개념의 경계로 인한 한계를 뛰어 넘는 경험을 이미 갖고 있던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이러한 특징은 일터의 유형이나 일과 생활의 구분 조차도 모호하게 만들 것이라고 IDC는 내다봤다. 이를 테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일을 하고, 함께 모여 회의하고, 별도의 공간에서 놀이와 휴식을 가졌던 기존 방식이 이들에게는 무의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사람이 앉아 있든 누워 있든 일을 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갖추고 있다면 그곳이 곧 일터이고, 때가 되면 정해진 공간에 모이는 것이 아니라 모여 있는 곳이 회의실이 되는 자유로운 방식이 점차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일터의 구성 세대가 교체되면서 고정된 사무 공간을 바꾸는 기업이나 공유 오피스가 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wework)

아직 ‘자기 자리’라는 인식이 강하고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려고 했던 기존의 일터라는 개념에서 봤을 때 이러한 세대의 특징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 관념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프로젝트 단위의 업무나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디지털 기반의 각종 서비스 도구를 이용한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디지털에 최적화된 세대의 모습을 주위에서 발견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결국 디지털 오피스는 어디에서나 디지털 도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어 일을 해내는 사람이면 모두 갖고 있는 새로운 일터인 것이다.

디지털 오피스에 적응한 신 인류의 등장

물리적 공간, 관념적 경계에서 자유로운 밀레니얼 세대의 독특한 특성은 일터나 제품, 서비스의 유연성을 요구한다. 물론 기존 일터가 갖고 있는 고정된 인식에 따른 거부감도 만만치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세대를 위해 공간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해 왔고 실제 흥미로운 변화들로 나타났다. 이를 테면 개인의 고정 자리를 없애는 대신 카페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휴식 공간 같은 편안한 환경을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또한 업무를 위한 모든 시설을 함께 이용하는 공유 사무실도 디지털 세대의 특성을 살린 공유 비즈니스로서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공간의 경계를 허물더라도 일을 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반 환경이 갖춰지지 않고는 의미를 찾기 어렵다. 누구나 쉽게 들고 날 수 있는 장소나 직장이 아니더라도 작업자가 있는 자리를 업무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선 컴퓨팅 환경과 업무를 위해 수많은 이들과 연결된 다양한 소통 및 공유 수단을 갖춰야 한다.

레노버, HP, 델 등 PC 기업들은 발빠르게 디지털 오피스를 겨냥한 새로운 개념의 노트북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오피스와 관련된 흐름이 나타나면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곳이 PC 기업들이다. 이미 이동하면서 쓸 수 있는 노트북이나 태블릿 제품을 다수 내놓고 있었지만, 디지털 오피스에 필요한 기능과 성능을 챙기고 있다. 휴대하기 쉽게 더 가벼우면서도, 전원을 끌 필요 없이 덮개를 열면 곧바로 켜지고, 어댑터를 챙기지 않아도 하루를 쓰는 배터리와 영상 회의를 위한 카메라 및 다중 마이크, 그리고 작업자 없이 작동하지 않도록 강화된 보안 등 어디서든 화면을 열면 곧바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한 제품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오피스는 휴대하기 좋은 컴퓨팅 장치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함께 작업할 사람들과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중요하고, 작업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서비스도 필요하다. 와이파이는 물론 LTE나 5G 같은 이동통신망이 디지털 오피스를 구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이를 통해 언제나 일을 할 수 있는 모임과 연결되어 있고, 영상 회의나 채팅을 통해 자료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눈다. 1백 명이 동시에 통화하는 SKT의 T그룹 통화나 최근 원격 교육과 회의를 위해서 많은 이들이 사용 중인 줌, 구글 미팅,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슬랙 같은 서비스가 디지털 오피스를 실현하는 이들의 도구로써 자리잡고 있다.

T그룹 통화처럼 여러 사람이 손쉽게 연결되어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필수다.(이미지 출처 : SK텔레콤 광고 캡쳐)

디지털 오피스는 원격 교육이나 원격 업무 시대에서 더 주목 받는 분야가 됐다. 하지만 전염병 대유행에 따라 불가피하게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것을 어렵지 않게 활용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하는 디지털 기술과 도구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디지털 인류로써 진화했기에 가능해진 일이다. 그런 현재를 사는 당신을 ‘디지털 신 인류’라 불러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덧붙임 #

  1. 스킨 오류로 이 곳에 공개된 모든 글의 작성 날자가 모두 동일하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6월 8일에 공개되었습니다.
  2. 이 글은 SK브로드밴드 블로그에 기고했던 글로 일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Be First to Comment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