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전등은 껐나?’, ‘가스 밸브는 잠궜겠지?’, ‘문 단속은 잘 했던가?’, ‘뭐 빠뜨린 건 없었지?’
아마도 출근을 하거나 출장 또는 여행처럼 먼 길을 떠나기 위해 집을 나서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칠 때가 잦다. 대부분 집에서 한참을 벗어나 길을 걷다가, 이미 버스에 올라 이동하다가, 자동차를 운전하다 신호를 받아 잠시 멈춘 사이에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 중 하나일 게다. 다만 집에 대한 수많은 생각들 중 하나가 문제로 떠오르더라도 아주 중대한 것이 아니라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 해결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은 약속된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더 클 테니 말이다.
이처럼 사람이 놓칠 수 있는, 사소하면서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술은 존재한다. 덕분에 아무 대책 없이 집을 나서도 전혀 걱정하지 않는 유용한 기술을 담은 제품들이 빠르게 가정 내에 보급되고 있고 우리는 스마트폰과 자동차 안에서 그 상황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우리가 생각하기도 전에 인공 지능이 그 일을 해버리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왜 세상의 사물을 연결할까?
멀리 떨어진 수많은 컴퓨터들을 연결하기 위한 기술, 인터넷의 등장으로 우리 삶은 바뀌고 사회는 진화했다. 개인이 컴퓨터를 소유하고 집집마다 깔린 인터넷 망을 통해 우리는 좀더 쉽고 유용한 정보를 얻었고,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게 됐으며, 더욱 쉽고 편한 방법으로 경제 활동까지 넓혀진 것이다. 이는 초당 몇 자를 보낼 수 있는지 측정하던 시대에서 8K 동영상을 쉽게 보낼 수 있는 놀라운 기술 개선과 선 없이 작동하는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장소와 시간의 경계에 얽매이지 않는 오늘 날의 삶의 양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더 자유롭고 빨라진 인터넷은 여전히 낯선 지역의 맛집을 헤매지 않고 찾아 갈 수 있도록 길 안내를 하고, 야구장에 가지 못하더라도 현장의 상황을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바로 볼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지만, 컴퓨터나 스마트폰처럼 사람이 직접 다루는 장치만 연결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장치라면 모두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어서다.
흥미로운 점은 인터넷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 장치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존재했던 장치들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것이다. 이를 테면 이용자의 집에 있는 가전 제품들도 그 대상이 될 수 있거나 벌써 그런 기능을 담아 판매 중이다. TV는 물론 스피커, 냉장고, 에어컨, 선풍기, 디지털 도어락, 개스 밸브, 보일러, 심지어 전원 코드까지 모두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다. 자동차는 물론이고 이용자의 손목 시계나 안경, 단순한 온도계도 인터넷과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센서와 통신 기능을 넣은 수많은 사물들이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을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라 하고, 연결 기능을 가진 장치를 사물 인터넷 장치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모든 사물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모을 수 있도록 돕는 기술과 장치라는 것이다. 이렇게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다양한 사물 인터넷 장치에서 전송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뒤 기계 학습으로 인공 지능을 개선함으로써 더 나은 지능화 사회로 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수단이라서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장치의 원격 제어가 아닌 사람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사물을 연결하는 이유다.
사물 인터넷은 우리 집을 얼마나 더 나아지게 만들까?
사람의 노력 만으로 할 수 없는 문제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 전등을 켠 채 집을 이미 나서 버스를 탔다고 생각해 보자. 이미 버스는 출발했고 미처 끄지 못한 전등이 생각났다고 해도 버스에서 내려 돌아갈 결단은 쉽게 내리지 못할 것이다. 예정된 시간에 맞춰 출근을 해야만 하거나 여행을 떠난 상황이라면 말이다.
다만 그 전등이 인터넷과 연결된 장치라면 해결책은 금세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앱을 실행해 해당 장치의 전원 버튼을 눌러서 전등을 끌 수 있어서다. 비록 수동적이긴 해도 해결은 한 셈이니 다시 돌아갈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원격으로 전등을 끄는 것이 좋은 예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집에 전등 이외에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럴 때마다 앱을 실행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용자가 집에 있을 때와 없을 때, 집을 나갈 때와 들어갈 때를 파악해 필요한 설정을 한번에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용자가 출근하는 시각에 반드시 끄는 스위치나 유지해야 할 실내 온도, 밸브 개폐 등 무엇인지 미리 설정하거나 데이터를 모아 학습을 시키면 이용자가 같은 시각 집을 나갈 때마다 인공 지능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실행되거나 스마트폰 앱에서 설정을 실행하고, 기아 K7 프리미어에 적용된 카투홈 같은 솔루션의 외출 모드로 한 번에 집에 있는 전원을 제어할 수 있다. 집으로 돌아갈 때도 마찬가지다. 역시 집에 돌아갔을 때 켜야 할 스위치와 실내 온도, 작동시킬 장치 등을 미리 설정하고 학습하면 자동차나 스마트폰 앱에서 돌아가는 시간, 또는 위치에 따라 자동으로 실행하도록 만들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작업을 위해선 인터넷과 연결된 가전 제품, 또는 SKB의 이지세이버 플러그 같은 스마트 홈 플러그나 전구가 필요하다.
지금은 초기라 어쩌면 단순하게 자동화 수준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각 사물 인터넷 장치의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기계 학습이 꾸준히 일어난다면 진짜 우리의 노력으로 되지 않던 일들이 해결될 수도 있다. 이용자가 머무는 시간과 비어 있는 시간을 구분해 수많은 장치의 전기 소모량을 측정하고 불필요한 장치를 꺼 전기 소모를 없애 전기 요금을 낮추는 것도 수많은 예시 중 하나다. 이용자가 없는 틈에 로봇 청소기로 집안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위치에 따라 에어컨이나 보일러는 켜는 일도 사물 인터넷 장치에서 보낸 데이터를 학습함으로써 언젠가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지능화된 스마트 홈의 피부로 느껴질 시점을 못박기는 어려울 지 몰라도 이미 수많은 장치가 연결되는 지금 기약이 없는 내일이 아닌 것만은 틀림 없다.
덧붙임 #
이 글은 SK브로드밴드에 기고한 글의 원문으로 편집에 따라 일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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