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에서 좀처럼 발표회를 열지 않던 LG의 참전 선언으로 MWC 개막 하루 전인 21일은 그야말로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의 발표 대첩이 성사됐다. (사실 ZTE도 언론 초청 행사가 있었으나) 이날 대첩의 또다른 참가사인 화웨이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삼성과 LG가 21일부터 작성해야 할 거의 모든 뉴스 채널을 다 잡아 먹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발표의 양과 질이 달랐다.
두 제조사 모두 이번 제품 발표회에서 내놓은 것은 스마트폰이다. 삼성은 갤럭시 S7와 S7 엣지를, LG는 G5를 내놨다. 하지만 제품을 발표하기에 앞서 두 회사는 철저히 제품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차단했다. 갤럭시 S7이나 G5의 수많은 유출 사진은 무어냐고 따질 수도 있으나 그 중 상당수 오보들은 둘째 치더라도, 두 제조사가 내놓을 제품들이 어떤 관점으로 만들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감안할 때 제품 발표 전 정보만으로 이를 이해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삼성과 LG가 제품을 소개하는 발표 형식과 내용이 완전히 다른 것과 아울러 그 자체로도 제품의 성격을 설명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삼성은 갤럭시 S7와 S7 엣지에서 강화된 그래픽 성능을 설명하기 위해 에픽 게임즈 CEO 팀 스위니를 무대로 올려 오픈GL을 대신하게 될 불칸(Vulcan) API로 경험하게 될 모바일 게임 그래픽에 대해 말하게 했다. 더불어 가상 현실에 집중하는 의지의 차원으로 5천석의 모든 의자에 스마트폰을 꽂은 기어 VR을 모두 배치해 참석자들이 가상 현실에서 실제 제품이 현실로 나오는 분위기를 맛보게 했다. 또한 오큘러스 리프트를 인수한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가 등장, 삼성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설명하고 가상현실을 차세대 플랫폼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페이스북의 이야기를 전했다.
LG도 제휴사의 화려함에서는 삼성에 못지 않았다. G5의 강력한 성능을 설명하기 위해 퀄컴 CEO 스티브 몰렌코프가 직접 무대에 올라 스냅드래곤 820이 가상 현실 같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을 가졌다는 것을 소개하고 내려갔다. G5의 오디오 모듈을 협업한 뱅앤올룹슨의 COO 스테판 페르소, LG 360 캠을 서비스에 적용하는 찰스 암스트롱 구글 스트리트뷰 담당 총괄 매니저, LG 프렌즈를 이용해 G5 같은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드론이나 로봇을 조종할 수 있는 컨트롤러를 만들고 있는 니콜라스 해프터메이어 패럿 CMO 등 G5 데이에도 등장한 인물도 다양하고 화려했다.
이처럼 두 행사를 함께 두고 볼 때 집중과 다양성에 대한 차이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고, 이는 이날 공개된 제품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있었다. 삼성은 제품의 기본기에 더 집중했고, LG는 스마트폰의 미래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21일 발표 행사에서 내놓은 두 제조사의 스마트폰은 극명하게 특징이 갈리는 성격이기도 하다.
사실 갤럭시 S7과 S7 엣지는 다양성 측면에서 이야기할 거리가 적다. F1.7의 밝은 렌즈를 탑재한 카메라, 좀더 늘어난 배터리, IP68 등급의 방수/방진, 손에 쥐기 편한 스타일, 올웨이즈 온 같은 기능 등을 더욱 보강해 강력한 스마트폰에서 요구되는 기능들을 더 강화했다. 여기에 가상 현실을 위한 새로운 제품과 기능을 넣기 위한 노력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와 달리 LG는 스마트폰의 자체적인 기본 기능보다 스마트폰의 처리 능력을 활용하는 확장성에 초점을 맞췄다. 카메라 그립이나 뱅앤올룹슨 오디오 모듈처럼 탈부착할 수 있는 모듈형 부품을 통해 스마트폰의 모자란 부분을 보강할 수 있는 개념을 적용했고, G5를 수많은 로봇이나 드론의 컨트롤러나 가상 현실 HMD, 카메라의 처리 장치로 쓰기 위한 ‘LG 프렌즈’라는 새로운 관리 도구도 내놨다. 스마트폰 자체보다 그 주변 환경을 강화하는 것으로 스마트폰의 존재를 인식시키는 시도의 차이다.
결국 갤럭시 S7/S7 엣지와 G5의 극명한 성격 차이는 서로 다른 전략의 산물이다. 삼성은 여전히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갖춰야 할 본연의 기능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LG는 플래그십과 연계되는 주변 생태계 발굴에 나선 것이다. 음식 업계로 비유하면 한 쪽은 더 깊은 맛을, 다른 쪽은 다양한 맛을 내는 전략인 셈이다. 어느 쪽이 더 유리한 전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어차피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라서다.
다만 어느 쪽이든 이미 포화되어 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스마트폰의 역할론에 대해 두 제조사가 갤럭시 S7/S7 엣지, G5에 그 고민을 담으려 한 것만은 틀림 없다. 단지 같은 고민에서 다른 전략을 취했을 뿐이다. 제품의 전략이 바뀌면 결국 소비자를 찾는 방법이 달라진다. 달라진 소비자를 찾을 것인지, 소비자를 다르게 바꿀 것인지, 그 숙제를 두 제조사가 풀고 있다.
덧붙임 #
이 글은 techG와 동시 발행함
Be First to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