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Z 폴드2가 넘어야 할 현실들

보통 한 달이면 제품을 살펴볼 시간은 충분하다 싶지만, 가끔은 그보다 좀더 오래 지켜보는 제품도 있다. 좋은 점을 찾을 수 없거나 이야기할 거리가 너무 없어서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일반적인 제품에서 말할 수 없는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 시간이 좀더 걸린다고 볼 수 있다.

갤럭시Z 폴드2(Galaxy Z Fold 2)도 그런 이유로 살펴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 글을 쓰는 소재를 정리하기까지 3개월이나 걸렸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기능과 주요 특징, 성능 등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졌으므로 이 글에서는 딱히 다루진 않는다. 되도록 폴더블 스마트폰을 위한 독특한 기구적 특성을 살피고 그에 따른 몇 가지 문제와 바람을 담았다. 특히 디스플레이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는 점을 미리 알려둔다.

듀얼 스크린 장치라는 확실한 정체성을 찾다

갤럭시 폴드가 처음 등장하면서 다소 애매했던 지점이 몇 개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화면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애매한 것은 노치 설계를 했던 안쪽만 그랬던 건 아니다. 폴더블 화면을 펼치지 않고 접은 채 쓸 수 있도록 넣었던 바깥쪽 화면 역시 애매했다.

갤럭시Z 폴드2의 바깥 화면은 화면비를 무시하고 갤럭시 폴드보다 훨씬 큰 화면을 넣으면서 훨씬 더 쓸모 있어졌다.

사실 갤럭시 폴드에서 바깥 디스플레이는 안쪽 디스플레이의 보조 정도로 쓰는 개념에 가까웠다. 중요한 작업은 화면을 펼친 상태에서, 알림이나 답장 같은 간단한 작업은 바깥 화면에서 하려는 의도였다. 때문에 바깥 화면을 더 크게 넣는 것보다 21대 9 화면비에 맞는 기존 앱의 호환성을 고려한 화면비를 적용해 위아래 공간이 남는 형태로 들어갔다.

하지만 바깥 화면도 화면을 열지 않고 그 자체로 앱을 실행하거나 스마트폰의 기본 기능을 모두 쓸 수 있던 터라 그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갤럭시Z 폴드2가 화면비를 무시하고 바깥 면 전체를 덮는 디스플레이를 넣은 것도 이러한 이유다. 비록 화면비를 유지하진 않았어도 바깥에 긴 화면을 적용한 덕분에 앱 실행이나 여러 작업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안쪽 폴더블 화면에 노치 디자인을 채택했던 갤럭시 폴드와 달리 노치를 제거하고 단일 카메라 구조로 바꾸면서 화면도 훨씬 넓어졌다.

다만 화면 폭이 좁아 키보드가 상대적으로 좁아 오랜 작업을 하긴 어렵다. 또한 긴 화면비에 맞추다 보니 일부 앱의 호환성이 나빠지는 점은 있다. 화면을 옆으로 돌려 영상을 볼 때 화면비에 따라 좌우 여백이 남고 게임도 화면이 좁아지므로 바깥 화면이 안쪽 폴더블 화면을 완전히 대체하는 개념보다 최대한 화면을 열지 않고 쓰는 데 큰 무리가 없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그래도 다음 제품에선 폭이 좀더 넓어지길 기대한다.

안과 밖의 다른 화면 환경, 이중 설정은 불가능

확실히 이전보다 안과 밖 두 화면의 정체성을 바로 잡은 점은 다행이지만, 크기 다른 화면이 두 개라는 점은 결국 두 화면의 이용 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러한 경험의 차이가 존재하는 갤럭시Z 폴드2의 홈 화면 관리는 매우 애매한 점이 있다.

펼친 갤럭시Z 폴드2의 안족 화면은 세울 때나 눕힐 때 모두 화면이 넓어 홈 화면을 전환해도 어색한 게 없다

갤럭시Z 폴드2는 안과 밖 모두 홈 화면을 각자 편집할 수 있다. 바깥에 화면에 구성한 위젯과 앱 배치는 안쪽 폴더블 홈 화면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안쪽 홈 화면은 이용자가 직접 편집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나쁘진 않다. 다만 어느 쪽 화면이든 굳이 위젯이나 앱 위치를 굳이 편집하고 싶지 않아 앱 서랍이 통합된 단일 홈 화면으로 홈 화면 설정을 바꾸면 두 화면 모두 단일 홈 화면 설정으로 강제 조정된다. 그러니까 외부는 홈 화면과 앱 서랍이 있는 홈 UI를, 안쪽은 단일 홈 화면만 있는 방식은 쓸 수 없다는 이야기다.

훔 화면은 분리되어 있지만, 이처럼 홈 화면 설정은 두 화면이 공통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설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바깥 화면에서는 자주 쓰는 위젯과 앱 위주로 편집하고 안쪽은 손쉽게 앱 위주의 화면을 구성하는 게 어렵다.

갤럭시Z 폴드2의 바깥 화면은 세웠을 때 홈 화면에서 별다른 이상을 발견할 수 없지만, 눕히면 위 이미지처럼 위젯이나 아이콘 배치가 모두 어색해진다

또한 안과 밖의 설정이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폴더블 홈 화면을 가로로 넓게 보기 위해서 회전 옵션을 걸어 놓으면 바깥 화면도 자동으로 회전되어 위젯이나 아이콘이 긴 화면에 맞춰 늘어지므로 매우 꼴보기 싫어진다. 바깥 화면을 위해 자동 회전을 해제하면, 안쪽 홈 화면도 회전이 되지 않으므로 옆으로 돌려 더 넓은 화면으로 쓸 때마다 이 설정을 바꿔야 한다. 갤럭시Z 폴드2의 두 화면이 가진 다른 특성을 반영해 설정을 따로 지정할 수 있어야 했으나 그렇게 세심하게 신경 쓴 것 같은 흔적은 찾기 어렵다.

뻑뻑한 질감의 폴더블 화면

이미 첫 인상 때 밝힌 이야기지만, 안과 밖의 터치 질감은 확연히 다르다. 안과 밖의 디스플레이 모두 유리로 보호되고 있고 보호 필름까지 씌웠지만, 두 디스플레이를 만지는 느낌은 일관되진 않는다. 바깥 화면은 얼음 위를 걷듯 매끄러운 반면, 안쪽은 약간 뻑뻑해 손가락이 덜 미끄러진다.

안쪽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유연한 유리 기반 디스플레이라는 점에서 이전 폴드와 비교하면 필름의 물렁한 느낌을 거의 없애긴 했다. 아주 딱딱하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손으로 꾸욱 누르면 버티는 힘이 있다. 아마도 필름을 벗겨내고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그냥 유리를 만지는 느낌이 들 듯하다.

안쪽 필름의 질감은 바깥쪽보다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덜 미끄러워 유리보다 정말 필름의 느낌이 강하다. 또한 화면을 만진 자국도 바깥 화면보다 더 잘 남는다.

문제는 그 위에 얹은 필름이다. 이 필름의 강성이 바깥 화면에 덮은 것보다 상대적으로 약하다. 단단한 가진 필름을 씌우면 유리처럼 매끈한 느낌은 살리겠지만, 접히는 부분의 밀착력이 떨어질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되는 일이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연한 보호 필름을 씌우면서 표면 질감도 떨어진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물론 지금 씌워놓은 필름도 화면을 반쯤 접어서 오래 놔두면 가운데 부분의 필름이 들뜨는 현상이 생긴다. 유연한 필름도 이처럼 접착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필름은 결코 쉬운 요소가 아니다. 접이식 화면이 어떤 상태로 있더라도 접착력을 유지하면서 단단하고 매끄러운 질감도 주어야 한다.

갤럭시Z 폴드2를 이런 식으로 오래 거치하면 화면 가운데 부분의 필름이 위 사진처럼 들뜬다. 이대로 오래 두면 더 심해진다.

다만 갤럭시Z 폴드2의 보호 필름은 화면만 보호하는 데 충실할 뿐, 정작 새로워진 디스플레이가 가진 장점을 살리는 역할은 못했다. 특히 접히는 부분보다 손이 많이 닿는 화면 양옆 쪽에 대한 질감을 보완할 필요는 있다. 때문에 후속 제품에서 개발해야 하는 건 단단하고 매끈한 질감을 살릴 보호 필름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궁금하다.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디스플레이의 접힘 부분

갤럭시Z 폴드2도 갤럭시 폴드나 갤럭시Z 플립처럼 화면 가운데가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 홈이 파인 형태다. 화면을 끈 상태에서는 이 홈이 눈에 명확하게 보일 정도다. 그나마 이전 세대에 비하면 주글주글한 주름은 거의 없어졌고, 그냥 접히는 부분이구나 알 수 있는 수준의 홈이 남았다.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아직 완벽하지 않아 접히는 부분이 미진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한 홈의 존재가 아직 해당 기술이 완성됐다고 말할 수 없는 증명이기도 하지만, 실제 이용해서도 그 부분에 손이 닿는 일이 적지 않고 그럴 때마다 깜짝 놀라게 만들어서다. 다만 이에 대한 이야기는 이만 줄이려 한다. 이 문제는 갤럭시Z 폴드2를 본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뿐아니라, 무엇보다 제조사가 가장 잘 이해하고 있을 테니까.

여전히 치명적인 무게

사실 폴더블 스마트폰이 더 큰 화면을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분명한 단점은 커진 덩치만큼 무겁다는 점이다. 갤럭시 폴드도 그랬기에 사실 갤럭시Z 폴드2는 무게와 전쟁을 선포했어야 했다. 하지만 갤럭시Z 폴드2도 참을 수 없는 무거움으로 정의할 수 있는 제품이다. 접었을 때 짧고 단단한 쇠막대기 하나 들고 다니는 기분이랄까.

가벼운 스마트폰인 LG 벨벳보다 100g 더 무거운 갤럭시Z 폴드2. 보호 케이스를 씌우면 이보다 더 무거워진다.

물론 화면을 펼치면 상대적으로 무게 부담은 줄어든다. 한쪽으로 쏠린 무게가 분산되는 만큼 쥐고 있는 손에 대한 부담도 조금은 나누는 셈이라서다. 하지만 접은 상태에서 전화를 받거나 문자를 보내고 간단한 앱을 쓰는 동안 갤럭시Z 폴드2를 쥔 손에 쏠리는 부담이 없다거나 적다고 하면 그건 매우 매우 관대한 평가일 것이다.

갤럭시Z 폴드2가 여러 혁신을 담은 스마트폰이지만, 무게를 줄이는 혁신은 녹아 있지 않다. 물론 특수 경첩과 더 큰 용량의 배터리, 더 많은 부품을 담아야 완성되는 제품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접었을 때 무게의 부담을 줄이는 노력은 좀더 필요하다. 무게는 후속 제품에서 찾아야 할 혁신 요소 중 하나다.

음량과 전원 버튼의 잘못된 배치

갤럭시Z 폴드2에서 은근하게 불편했던 점은 음량과 전원 버튼의 위치다. 갤럭시Z 폴드2의 음량 버튼과 지문 센서를 겸한 전원을 화면을 폈을 때 오른쪽에 있다. 접은 상태에서 보면 카메라가 있는 아래쪽에 본체에 넣은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음량과 전원 버튼 배치는 제품을 세밀하게 살피고 적용한 게 아니라 제조사의 관성적 결정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제품을 쓰는 여러 환경을 고려할 때 아래쪽 본체에 있는 음량과 전원 버튼이 얼마나 불편한지 모르고 설계한 인상을 강하게 받기 때문이다.

자동차 거치대에 올리거나 스탠드를 이용해 세우면 전원과 음량 버튼이 바닥으로 내려가 조작할 수 없다.

그 문제를 가장 확실하게 드러내는 사례가 내비게이션으로 쓸 때다. 갤럭시Z 폴드2를 위한 차량용 충전 거치대에 올리려면 무선 충전 회로가 있는 바닥쪽 본체를 거치대 위에 올려야 한다. 이때 전원과 음량 버튼이 아래쪽으로 향하게 되는데, 거치대에 따라 전원 버튼이나 음량 버튼을 누르기 어렵거나 거치대 아래의 지지대에 두 버튼이 닿아 오작동을 일으킨다.(그래도 차량용 네비게이션으로 거치할 때 이보다 폼나는 건 없다.)

더불어 바깥쪽 화면이 있는 본체에 위 아래로 스피커가 있기 때문에 그 화면만 살짝 세워서 영화나 영상을 감상할 때가 있다. 이때 아래쪽 본체에 있는 음량 버튼이 뒤쪽으로 향하게 돼 바깥 화면을 바라본 상태에서 버튼이 숨는 현상이 생겨 음량 조절이 어렵다. 심지어 정품 스탠드 케이스를 씌운 뒤 거치를 해도 음량 조절 버튼이 바닥으로 내려가 사실상 쓸 수가 없다.

바깥 화면을 세워서 영상을 볼 때도 전원과 음량 버튼은 뒤로 숨기 때문에 역시 관련된 기능을 조작하기 어렵다.

전원 버튼과 음량 버튼이 차기 제품에선 어떻게 반영될진 모르겠다. 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거치해 본 갤럭시Z 폴드2에서 확인한 건 그게 정답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갤럭시Z 폴드2에서 불편했던 이 문제의 답을 다음 제품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임 #

  1. 스킨 오류로 이 곳에 공개된 모든 글의 작성일이 동일하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20년 12월 16일에 공개되었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4 Comments

  1. 챠우
    2021년 4월 8일
    Reply

    실례지만 사용하시는 케이스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얇아보이는게 좋아서요. 😄

    • chitsol
      2021년 4월 8일
      Reply

      아… 카본에 비하면 아주 얇은 케이스는 아닙니다.. ‘닥터핏 슬림핏’으로 찾아보시면 나올 겁니다. ^^

  2. ㅇㅇ
    2021년 8월 6일
    Reply

    전원음량 버튼 위치 정말 공감합니다… 아마 폴드3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한데 아쉬운 부분이에요.

    • chitsol
      2021년 8월 6일
      Reply

      그러게요. 폴드3에서 버튼 위치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깝네요. 아마 다음에 쓰게 될 폴드3 글에도 똑같은 지적을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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