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PC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좋은 기본기를 가진 하드웨어를 놓칠 리 없다. 빠른 프로세서와 더불어 뛰어난 화질의 그래픽 카드는 옵션이 아닌 기본이다. 하지만 이들도 쉽게 바꿀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면 모바일 게이밍 환경이다. 좋은 성능의 프로세서와 그래픽 카드를 가득 담은 게이밍 노트북을 사더라도 PC 수준으로 즐기기 어렵다보니 선택을 망설이는 것이다.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은 줄기차게 나오고 있고 모바일 게이밍을 원하는 75%가 게이밍 노트북을 구매하는 상황이지만, 만족할 수준의 모바일 게이밍 환경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지난 9월 25일 삼성동 엔비디아 한국 지사에서 진행된 게이밍 노트북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 브라이언 최 지포스 시니어 프러덕트 매니저는 “종전까지 전원을 연결하지 않은 채 모바일 게임을 즐길 경우 처리 장치들이 낼 수 있는 최대의 성능을 끌어내는 데 필요한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일반적인 노트북이 100W 미만의 전력으로 작동하는 반면,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은 230W 이상 높은 전력 소모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배터리의 낮은 출력은 게이밍 노트북의 성능을 끌어내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배터리 출력을 높이는 방법도 있긴 하나 상대적으로 배터리를 더 빨리 소모하게 돼 모바일 게임을 즐기기는 어려워 결국 전원 어댑터를 들고다니는 이유가 된다.
엔비디아가 게이밍 노트북의 배터리 효율과 성능 향상을 위한 해결책을 찾는 데 골몰한 끝에 해결책을 담은 그래픽 칩셋이 맥스웰 아키텍처를 담은 GTX980M과 GTX970M이다. 두 그래픽 칩셋은 데스크톱용으로 먼저 선보인 GTX980과 같은 그래픽 효과를 담고 있으면서 모바일 게이밍을 위한 배터리 효율에 초점을 맞춘 기술을 함께 지니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무작정 배터리 효율만 강조하고 나선 건 아니다. 게이밍 노트북의 배터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앞서 엔비디아 브라이언 최 매니저는 GTX980M과 970M이 게이머들이 원했던 노트북 성능을 구현했다고 말한다. 과거 페르미와 케플러 기반 모바일 프로세서가 데스크톱 그래픽 칩셋에 비해 각각 40%, 60% 수준의 성능을 낸 반면 맥스웰 기반 제품들은 80%까지 성능을 끌어올렸고 게이머들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능을 낼 수 있게끔 설계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더해 데스크톱용 GTX980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고선명 그래픽 기술인 DSR(Dynamic Super Resolution)이나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그려내는 MFAA, 간접 조명 효과를 살린 VXGI 등도 모바일 환경에서 모두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환경에서도 멋진 게이밍 그래픽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역시 원론적으로 돌아가보면 진짜 모바일 환경에서 이와 같은 경험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가 숙제로 남는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가 내놓은 답은 배터리 부스트다. 엔비디아 브라이언 최 매니저는 배터리 부스트는 6개월 전 엔비디아가 GTX800M과 함께 내놓은 기술이었지만, 효과적이진 않았고 호응도 없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게이밍 노트북 제조사들이 배터리에 의존해 게임을 해보지 않은 것도 이유지만, 효율성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엔비디아는 배터리 부스트의 효율성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노트북 제조사들과 함께 낮아 나섰고, GTX980M과 GTX970M에서 찾아냈다는 것이다. 일단 배터리 출력을 더 높여 그래픽 성능을 최대치로 끌어낸 것과 함께 배터리 만으로도 좀더 오래 즐길 수 있는 경험을 동시에 끌어내는 데 집중한 끝에 만들어낸 노트북을 이날 라운드 테이블의 주제로 올렸던 것이다.
실제 라운드 테이블에서 엔비디아가 시연한 제품은 배터리 부스트의 효과를 최대한 반영한 MSI의 게이밍 노트북. 전원 연결 없이 배터리만으로 작동하는 게이밍 노트북에서 배터리 부스트를 켰을 때와 껐을 때의 전력 소모의 차이를 곧바로 확인하고 게임을 할 수 있는 프레임 수준을 직접 확인토록 한것이다. 물론 현장의 시연 품질은 엔비디아가 자신할 만큼 충분히 나타났다고 이야기하는 데 모자람은 없다. 게임을 즐기는 데 충분한 프레임을 표시하면서도 배터리 소모량은 절반으로 줄였던 것이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680M에서 게임 진행이 불가능했던 그리드2나 툼레이더 같은 게임들이 배터리로 작동하는 980M에서 모두 60 프레임 이상으로 게임을 즐기는 데 지장이 전혀 없는 수준이다. 더구나 게임마다 시간이 다르긴 하지만 가장 배터리 소모가 많아 채 50분도 즐기지 못하던 툼레이더의 게임 시간을 76분까지 끌어올리는 등 그 효과는 분명히 나타난 듯하다.
하지만 모든 980M 게이밍 노트북이 이처럼 배터리 효율성을 강화한 것은 아니다. 이날 시연한 MSI 게이밍 노트북은 지금 나온 게이밍 노트북 중에 가장 배터리 부스트 최적화가 잘 된 제품으로 엔비디아 브라이언 최 매니저는 다른 노트북 회사들도 이 수준의 최적화를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980M이 게이밍 노트북을 성능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기술을 담고 있기는 해도 그것을 최적화하는 노력은 노트북 업체의 투자와 기술력에 달린 만큼 제품력의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 한가지는 게이밍 노트북을 봐야 하는 기준점이 좀더 명확해졌다는 점이다. 게이밍 노트북의 배터리 능력은 다른 노트북처럼 오래 가는 저전력이 기준이 아니라 강한 출력에도 길게 버티는 힘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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