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파빌리온11 x2, 투인원의 모범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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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과 태블릿. 이제는 복잡미묘한 관계다. 노트북으로만 쓰려니 키보드가 불필요할 때가 있고, 태블릿으로만 쓰려니 활용성이 처진다. 한쪽을 포기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둘다 포기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는 법. 그래서 업계는 태블릿과 노트북을 함께 쓸 수 있는 투인원(2-IN-1) 제품군에 눈길을 돌릴 때도 있다. 하지만 투인원이 모든 제품의 모범은 아니다. 두 가지를 한번에 갖춘다는 것은 그 두 가지 장점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구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태블릿의 휴대성과 노트북의 편의성을 함께 갖춰야 하는 어려운 숙제부터 먼저 풀어야 한다.


투인원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보려는 제품들은 지금까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확실한 지배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기에 지배자가 되기 위해 끊임 없이 애쓰는 새로운 도전자가 나오고 있다. 지금 이야기할 HP 파빌리온11 x2도 새로운 도전자 중 하나다. 하지만 파빌리온 11 x2는 투인원의 지배자로 가는 길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하나의 예일 지도 모른다. 모나지 않은 만듦새, 나쁘지 않은 성능, 어느 정도 갖춰진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모든 평가를 노트북 모드에만 맞춰야만 그나마 점수를 좀더 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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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파빌리온11 x2는 키보드 도크를 붙인 노트북 모드는 괜찮아 보인다. 도크에 꽂았을 땐 화면이 있는 덮개가 조금(?) 두꺼운 노트북 정도로 느껴지는 정도다. 덮개를 열었을 때 16대 9비율의 11인치 화면도 그리 낯설지 않다. 다만 제원에 비해 화면 해상도(1366×768)가 조금 낮은 게 아쉬울 따름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키보드. 노트북에서 키보드의 크기나 누르는 촉감은 이용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누를 때마다 톡톡 끊어지는 느낌이 확실한 키보드는 좋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터치 패드도 작지 않은 무난한 크기이고 감도도 나쁜 편은 아니다. 두 개의 USB 단자가 조금 적어 보이긴 하지만 최근 노트북들이 3개 이상 탑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트집 잡을 일은 아니다.


그런데 파빌리온11 x2의 노트북 모드에 점수를 높게 주는 이유는 키보드 아래에 PC 부품이 없어 발열에 대한 걱정도 없는 데다 팬이 없는 무소음 제품이어서 어디에서나 조용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열이 날만한 모든 부품이 화면부에 있는 데다 초저전력 인텔 4세대 코어 i3-4012Y(1.5GHz, 듀얼 코어)를 채택한 터라 팬을 쓰지 않고 가벼운 작업에도 넉넉한 성능까지 모두 채웠다.(참고로 HP 파빌리온11 x2는 모두 4가지 모델로 나뉨) 더불어 많은 부품이 들어 있는 태블릿 부분이 무거워 화면을 뒤로 젖힐 때 키보드 베이스가 위로 들릴 가능성도 있었는데, 도크 베이스에 화면부와 거의 비슷한 무게를 덮개를 열어도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무게 중심을 잘 잡았다. 다만 키보드 도크를 포함한 전체 무게가 1.49kg으로 11인치 노트북보다 무겁다는 것은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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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소음과 편한 키보드 작업처럼 파빌리온11 x2의 노트북 모드에 쏟았던 칭찬을 태블릿 모드까지 확장하긴 어렵다. 키보드 도크에서 스위치를 살짝 밀어 화면만 떼어낸 뒤 태블릿 모드로 쓸 때 휴대하기 쉬운 태블릿에 대한 환상이 쉽게 깨지기 때문이다. 11.6인치라는 화면 크기가 태블릿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화면의 문제로 한정지을 수는 없다. 화면이 커도 들고다니는 경험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가로로 들기에는 너무 길고 무거운 파빌리온11 x2의 휴대 경험을 좋다고 확실하게 말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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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끔씩 키보드 도크에서 떼어 내 침대 위나 푹신한 의자에 등을 기대고 즐길 때는 좋다. 손에 들지 않고 배나 다른 곳에 받쳐 놓고 볼 때처럼 무게의 불편함만 잊을 수 있다면 태블릿 모드도 나쁘진 않다. 특히 비츠 오디오(Beats Audio) 기술로 빵빵해진 소리와 함께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는 것은 제법 괜찮은 경험이다. 하지만 두손으로 태블릿을 붙잡고 즐기는 게임, 이를 테면 아스팔트8 같은 레이싱 게임을 파빌리온11 x2로 즐기는 것은 고문하는 것 같아 별로 권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노트북 모드로 일하든 태블릿 모드로 즐기든 경험의 차이는 다르지만, 몇 가지 공통적인 문제는 있다. 일단 카메라의 구조가 조금 흥미롭다. 파빌리온11 x2의 뒤쪽 카메라는 사실 정면을 향한 것이 아니다. 모서리에 있기 때문에 본체를 90도로 세운 상태로 두면 약간 대각선 위쪽을 찍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이 괜찮은 이유는 대부분 화면을 약간 눕혀서 작업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정확한 각도의 정면 프레임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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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에 돋보이는 아이디어와 달리 넷기어 같은 일부 802.11n 공유기의 5GHz 무선 랜 주파수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이는 어떤 옵션을 건드려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 데, 이 글을 마무리 할 때까지 다른 해결책은 아직 찾지 못한 상황이다. 배터리는 1080P MKV 동영상 재생 기준으로 4시간 정도 버틴다. 물론 태블릿 환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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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빌리온11 x2는 노트북과 태블릿 두 가지로 모두 쓸 수 있는 제품은 맞다. 솔직히 11.6인치 화면을 가진 제품으로써 두 가지를 모두 아우르길 바라는 마음이었으나, 노트북 모드의 점수에 비하면 태블릿 모드의 점수는 조금 박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HP 엘리트패드 900의 만듦새를 가진 투인원을 찾는 것은 앞으로도 어려울 지 모르지만, 파빌리온11 x2는 투인원의 모범 답안에 가까이 다가가질 못했음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듯하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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