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HP의 PC부문 매각 또는 분사에 관한 소식 이후 그 미래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HP PC에 관한 이야기는 찾기가 힘들군요. HP가 정말 다채롭고 혁신적인 PC를 만들어 낸 역사에 비하면 매각이나 분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아 여러모로 아쉬운 터라 예전에 HP PC와 관련해 2007년부터 써놓은 블로그 글 가운데 소비자 제품 중심으로 이야기를 정리해봅니다.
지금도 HP 디자인 담당 이사로 일하고 있는 스테이시 울프(Stacy Wolff)를 만난 건 2007년이었는데요. 당시 그를 만난 건 HP가 TX1000 이라는 컨버터블 태블릿 PC를 발표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을 때였습니다. 컨버터블형은 덮개를 열면 일반적인 노트북이지만, 돌려서 접으면 태블릿으로 바뀌는 형태지요. 개인적으로 HP TC1100에 대한 추억이 있었는데, 2003년에 발표했던 이 제품도 스테이시 울프 이사의 작품이었죠. 때문에 HP TX1000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TC1100의 후속이 아니고 가격의 압박을 피하려고 했던 그 일환으로 나왔던 터라 기대에 못미쳤던 게 사실입니다. AMD 프로세서, TN 패널, 감압식 터치, 윈도 비스타 등 태블릿으로 쓰기에는 좀 모자람이 있었지요. 그래도 다시 태블릿을 시작한다는 시도가 좋았습니다.
HP HDX는 2007년 HP가 상하이에서 진행했던 행사에서 처음 공개된 데스크노트를 표방한 제품이었습니다. 데스크탑을 대체하기 위해서 만든 고성능 노트북이었죠. 지금은 PC 대신 조금 무거운 고성능 노트북을 쓰는 이들이 많은 상황이지만,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제품이었습니다. 더구나 화면 크기가 20.1인치나 됐는데, 바로 눈 앞에 있는 큰 화면을 보면서 작업하다 보니 일반 모니터보다는 훨씬 크게 느껴지더군요.
HDX가 인상에 남는 이유는 이 노트북의 덮개에 새겨진 용 문신 때문인데, 어린 이유로 애칭도 ‘드래곤’이었답니다. 동양적 감각을 살리기 위해 용문신을 넣었던 HDX 같은 노트북은 지금도 거의 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국내에는 2008년에 들어왔습니다.
‘더 이상의 게임 PC는 없다? HP의 럭셔리 게이밍 PC 블랙버드 002‘
새 회기를 시작할 즈음에 맞춰 HP는 기자와 분석가 등을 초빙해 HP 전략이나 색다른 제품을 선보이는 글로벌 행사를 진햅니다. 2007년 뉴욕에서 열린 이 행사의 마지막날 블랙버드 002를 보았지요. 국내에는 출시된 적이 없는 이 제품은 초고성능 게이밍 PC로 HP가 수드 형제가 운영하던 부두를 인수해 HP 브랜드로 내놓았던 것입니다. HP가 블랙버드 002를 공개하면서 프리미엄을 뛰어 넘는 럭셔리 PC 브랜드 전략도 함께 발표했는데, 애석하게도 이 전략은 불과 1년 만에 흐지부지 되어 버렸죠. 이 제품은 물론 차원이 다른 고객 관리를 통해 새로운 PC 시장을 만들어보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진 않았습니다. 2008년 부두 오멘 이후 소형화된 부두 제품을 끝으로 더 이상 부두 PC의 신제품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하늘이 도운 HP 미니 발표회, 성공은 사람 마음 잡기 나름?‘
2007년부터 넷북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미니 노트북 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띄면서 HP의 시장 참여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왔습니다. 2008년 초 엔가젯을 통해 HP 미니 2133이 공개되고 국내에는 5월에 정식 발표되었죠. 이 때 발표회장에 BMW 미니를 세워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지요. HP 미니는 외형적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비아 1.6GHz를 쓴 프로세서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아쉽긴 했지만, 전체적인 디자인과 구성은 놀라웠죠. 무엇보다 패션 스킨이 눈길을 많이 끌었습니다. HP는 그 뒤에 아톰을 넣은 2140 모델도 선보였습니다.
HP가 전년도에 럭셔리 브랜드인 블랙버드 002를 선보인 뒤 2008년 독일에서 엔비 133을 처음 봤는데요. 엔비 133은 맥북 에어처럼 가볍고 얇게 만든 초슬림 노트북으로 HP가 인수한 부두에서 만든 노트북이었죠. 이 제품 발표를 위해 후드티를 입고 단상에 오른 라울 수드가 발표 전에 맥북 에어로 케익을 써는 동영상을 올려 도발하면서 화제를 낳기도 했고요. 이 노트북은 맥북 에어보다는 조금 더 무거웠지만, 탄소 섬유로 만들어 튼튼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부두의 브랜드가 대중적 파워를 갖지 못하고 너무 비싼 탓에 쉽게 잊혀졌죠. 많이 아쉽긴 해도 엔비 브랜드는 지금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남아 있습니다.
‘가족형 PC의 좋은 표본이 될 HP 터치스마트 IQ500‘
역시 독일에서 공개한 올인원 터치 PC인데요. HP가 이전부터 올인원 PC에 대한 투자를 많이 했지만, 이 제품만큼 디자인에 외형적인 변화가 많은 제품은 드물었습니다. IQ500은 종전에 내놨던 올인원 제품보다는 훨씬 얇고 터치로 다룰 수 있는 게 특징이었죠. 윈도에 맞는 터치 애플리케이션도 많들었고요. 제품의 외형은 정말 괜찮았던데 비해 터치 감도가 썩 좋지 못했습니다. 큰 화면의 터치 정확도가 떨어졌었지요. 하지만 이 제품을 만든 이후 지금 나오는 올인원 터치 제품의 감도는 훨씬 좋아졌습니다.
이 제품은 홍콩에서 만났습니다. HP가 미니 노트북이라는 고집을 버리고 진짜 넷북을 선보였는데요. 그것이 HP 미니 1000 시리즈였습니다. 처음에는 유물도 아닌데 유리관 안에 보관해 전시했었죠.ㅋ 사실 이 때 발표한 HP 미니는 꽤 평범한 제품이었습니다. HP가 설계한 것인지는 잘 가늠이 안 되지만, 유사한 형태의 제품이 여럿 있었던 터라 자체 제품이라고 보기는 어려운데, HP는 여기에 패션을 접목시켜 더욱 눈에 띄도록 만들었지요. 디자이너 비비안탐의 디자인을 채용해 단순한 형태의 넷북보다는 돋보이는 넷북을 내놨던 것입니다. 물론 미니 1000은 일반 버전도 있고 가격도 400달러부터 시작했던 터라 HP가 넷북의 흐름을 타는 결정적인 모델로서 활약하게 됩니다.
2008년 독일에 이어 2009년 싱가폴에서 진행된 발표되는 가장 의미 있는 행사 중 하나였습니다. 복잡했던 브랜드를 정리하고 앞으로 노트북들을 얇고 가볍게 내놓는다는 것이었으니까요. 지금 나온 거의 모든 소비자용 브랜드는 이 때 다듬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의외로 이 때 기억나는 제품은 엔비를 제외하고는 없군요. 엔비가 워낙 인상이 강한 때문이었을 것 같은데요. 그 때 엔비 시리즈는 전년도에 발표했던 엔비 133과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나왔는데, 확실히 고급화된 재질과 깔끔한 마무리, 모자람 없는 성능 등 전체적인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린 제품이었습니다. 문제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 이 때까지도 HP는 엔비를 초고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밀어부치고 있던 터라 지금도 이 모델만큼은 비싸게 판매 중이더군요.
2009년도의 제품까지 기억에 남는 몇 가지만 추려봤는데, 2010년도와 올해는 HP 터치 패드를 제외하고는 딱히 기억에 남는 HP PC 제품군 없더군요. 아, 얼마 전에 소개한 올인원 터치 제품이 있긴 합니다만 그리 강한 인상을 남긴 소비재 제품군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그러고 보면 HP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가장 혁신성이 두드러진 PC를 많이 내놓았던 것 같고, 그로 인해 참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데요. 독립을 하든 매각을 하든 이러한 혁신은 멈추지 않길 바랍니다.
덧붙임 #
아직 HP PC사업부는 분사나 매각된 상태가 아닌데, 사업을 포기했다고 말하기는 좀 이른 느낌이 드는군요.
프리자리오는 집에서 사용하고 싶었던 PC브랜드였고,
엔비는 회사에서 사달라고 했다가 빠꾸맞은 노트북 브랜드…
결국 HP가 PC사업을 접을때까지 한번도 사용을 못해봤네요~
(그래서 접었나? 근데 HP 프린터는 2번이나 구입했다는거^^)
프리자리오 브랜드를 없앤 건 좀 됐지. 그걸 컴팩으로 통합해버렸거든. 그리고 사업 접은 게 아니라니까… 아.. 답답~
개인적으로 hp는 안써서 ㅜ.ㅜ
한번 크게 데이고난후는 못써욤
어떻게 데였길래 지금까지 안 쓰실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