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글은 어제 올리려고 했습니다만,
마감에 너무 지쳐 집에 오는 데 기운을 썼더니 오늘로 넘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제와 어제, HP가 한국에서 큰 행사를 치렀습니다.
대부분이 아시는 것처럼 CES에서 소개했던 터치스크린 PC와 태블릿 PC를 아시아 기자들에게 최초 소개하는 행사였습니다.
공식 런칭 행사를 한국에서 연 것이지요.
그런데 이튿날 메인 행사에 참석을 못했습니다.
그 시간까지도 마감을 했기 때문인데요.
대신에 당일 9시30분에 HP 본사 디자인 이사인 스테이시 울프씨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스테이시 울프 이사는 HP PSG(퍼스널 시스템 그룹)의
노트북 디자인 담당 이사입니다.
미시건 주립 대학의 산업디자인학과에서 미술 학사 학위를 취득했고, 20년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HP와 합병 이전 컴팩에서 디자인 담당 이사로 활동했고, 그 이전에도 대부분 수석 디자이너나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했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그를 만나 태블릿 PC에 대해 몇 가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지난번에 올해 태블릿이 기대된다고 했는데요.
이 인터뷰도 그 연장선에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인터뷰를 하러가긴 했는데 무척 미안했습니다.
날 밤을 새서 일하다가 부스스한 머리에 초췌하고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갔으니,
인터뷰 대상에 대한 예의는 아니지만 그래도 인터뷰 약속을 깨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서 진행을 했습니다.
이 인터뷰는 다음 호에 넣을 기사 재료지만, 그때까지 쥐는 게 의미도 없고..
미리 공개한다고 보던 책을 안볼 것도 아닌 걸 알기 때문에 Q&A로 정리했습니다.
Q&A 스테이시 울프 HP PSG 노트북 디자인 이사
Q. 2006년 HP의 코드가 노트북이었다면 2007년은 태블릿 PC로 바뀐 것 같습니다. 왜일까요?
A. 어떤 변화라기보다는 진화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2007년 초는 비스타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게 바로 이 시점이고, 때문에 터치스크린과 태블릿 PC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7년 하반기나 2008년 상반기에 가면 다시금 기술적 요소들이 강조되는 노트북을 선보이게 될 것입니다.
Q. 태블릿 PC가 컨슈머 시장을 겨냥해 나왔다가 비즈니스 시장으로 옮겨갔습니다. 그리고 최근 컨슈머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그 배경은 무엇입니까?
A.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HP는 항상 컨슈머를 염두에 두고 태블릿 PC를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태블릿을 기업용, 산업용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던 것은 일반 소비자에게는 비쌌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가 컨슈머와 커머셜 노트북을 모두 디자인하고 있지만, 새로운 태블릿 PC를 테스트할 때 항상 대형 IT 구매자(기업 사용자를 의미)만 대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일반 이용자들과 함께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맨 처음 태블릿 PC를 만들었을 때는 제한된 수요만을 생각을 했기 때문에 기업 중에서도 일반적인 업무에 쓰이는 게 아니라 임원들의 멋진 장식용 정도로 여겨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보편화 경향을 보이면서 제품의 다양화와 이은 다변화된 기능들을 포함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사람들이 볼 때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보다 메모를 하듯 쉽게 화면에 끼적거리면서 다루는 기능들이 부각되고 있고 좀더 쉽게 직관적으로 선택해 나가는 기능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HP는 전자식 태블릿이 아닌 압력식 태블릿으로 바꿔 가깝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커머셜 시장을 포기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2007년에 좀더 고급화된 커머셜 태블릿을 선보일 것이니 기대해주십시오.
Q. 값을 제외하고 태블릿 PC가 성공할 수 있는 다른 요소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겠습니까?
A. HP가 내놓은 TX1000을 태블릿 PC 또는 터치스크린을 가졌다고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파빌리온 노트북과 거의 같은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퀵 플레이 같은 HP가 강조하는 우수한 미디어 플레이어들이 그대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TX1000이 노트북보다 나은 점은 12인치 와이드 스크린을 비롯해 좀더 소형화된 기술적 요소를 갖췄다는 점입니다. 아시아에서는 14인치 이상 노트북은 휴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소형화된 제품을 아시아 시장에 내놓은 것이 성공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프로세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웹캠, 무선 랜 기능을 빠짐없이 넣었습니다.
어제는 발표를 할 수 없던 사실 한 가지가 있습니다. 지금 한국 내 이동 통신 사업자와 무선 WAN에 대해 면밀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아직 사업자간 이해가 해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강조해 말하지 못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기본적으로 제공할 기능이 될 것입니다.
노트북과 태블릿 PC의 근본적인 차이는 크기와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가진 터치스크린, 회전 화면이지만, 이것 역시 더욱 소형화되고 뛰어난 기술적 부품들이 받쳐주어야만 매우 매력적인 상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TC1100을 단종했습니다. 이 모델에 대해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은데,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에서 TC1100을 평가한다면?
A. TC1000과 TC1100은 제가 디자인한 작품입니다.(서로 ^^;;) 당시 장점을 먼저 말하자면, 매우 혁신적인 기술 요소를 갖췄다는 것입니다. 당시 다른 노트북 디자인과 비교해 보면 프리미엄급 디자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인체공학적으로 휴대하기 좋은 크기와 무게의 태블릿을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부정적인 측면이 생겼습니다. 기술 요소를 강조한 탓에 화면이 작았습니다. 배터리 성능은 괜찮았지만 우수하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TC1000은 인텔 CPU를 쓰지 않았고(트랜스메타 TM5800 1GHz), TC1100에 가서야 인텔 CPU를 넣어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Q. TX1000은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을 했고, AMD를 채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A. 차세대 노트북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서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패션과 기술의 융합입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휴대폰, 자동차, 그 밖의 기타 산업에서 융합이 하나의 추세가 되고 있습니다. 패션이라는 개인적인 성향과 최첨단 기술이 접목하는 것을 생각을 했습니다.
TX1000에서 먼저 고려했던 것은 퍼포먼스와 가격이었습니다. 이번에는 AMD가 그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했습니다. 인텔과 AMD 아키텍처를 모두 비교해 성능을 시험했을 때 퍼포먼스나 배터리 수명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다만, 기술적 요소를 강조하다보니 4개의 실린더 셀로 만든 배터리였습니다. 때문에 별도로 6셀 배터리도 옵션으로 준비해 외부에서 활동량이 많은 이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두었습니다.
인터뷰 질문은 더 있지만 일단 핵심만 모아서 정리를 해봤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폭탄 발언 하나가 나왔는데요.
HP가 국내 이통 업체와 통신 서비스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HSDPA를 뜻하는 것인데 지금 협의 중이라고 하니까 곧 이동 통신과 결합한 무선 노트북이 나올 것 같습니다. 삼성과 LG는 국내 업체니까 그렇다 쳐도 이를 쓰겠다고 말한 외국 업체는 HP가 처음이군요.
근데 비몽사몽하면서 인터뷰를 하는 바람에 S사인지 K사인지 안 물어봤다는… ㅜ.ㅜ;;; 역시 사람은 잘 먹고 잘 자야 합니다. 물론 배출도 잘…
내일은 눈도 많이 오고 많이 추워진답니다.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몸 잘 챙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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