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성은 최고, 배터리는 너무 아쉬운 HP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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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미니(HP 2133)의 결론은 이렇다. 성능에 크게 개의치 않으면서 짧은 시간 모바일 컴퓨팅을 즐기려는 이를 위한 폼나는 미니 노트북. 이 한 줄 결론 덕분에 목표층은 더 명확해진다. 만능을 바라지 않고 느긋하게 인터넷을 즐길 줄 아는, 인내의 미덕을 겸비한 이들이다.


HP 미니는 뛰어난 것과 모자란 것이 명쾌하게 갈린다. 미니 노트북으로서 자세는 뛰어나고, 노트북의 눈높이에서 보는 성능은 성에 차지 않는다. 때문에 고민이 덜 된다. 성능을 절대적인 요소로 여기는, 카트라이더가 안 돌아가면 ‘빡’이 돌거나, HD급 영화를 안보면 눈에 가시가 돋는 것 같은 이들에게 HP 미니는 결코 검토할 대상이 못 되니 말이다. (테스트했던)HP 미니의 안을 채우고 있는 CPU(비아 C7-M 1.2GHz)와 칩셋(비아 유니크롬 9 HC IGP 통합 비아 CN896NB)은 아직 이들의 요구를 채울 만한 그릇은 분명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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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미니의 왼쪽. D-Sub 단자와 e-SATA 호환 USB 단자, 오디오 입출력 단자 등이 있다.
성능에서 못 찾은 HP 미니의 매력은 쓰임새에 맞춰 최적화한 사용성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종전에 나온 EeePC나 워크젠 나노 같은 미니 노트북도 그렇고 HP 미니도 쓰임새는 같다. 이동성을 강화한 인터넷과 가벼운 업무용 노트북. 종전 두 제품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고, 메일을 보내고, 서비스를 다루고, 유투브를 즐기고, 워드를 작성하고,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띄우는 일을 해본 뒤, HP 미니를 만지면 이 작업이 얼마나 편한 지 두 말이 필요 없다. 미니 노트북을 다루는 데 따르는 불편을 없앤 것이 HP 미니다.


매력의 중심에는 촘촘한 화면과 넓은 키보드가 있다. 22.6cm(8.9인치) 화면은 최근에 발표되는 미니 노트북과 같은 크기지만, 1,280×768의 해상도로 더 많은 양을 표시한다. 어느 사이트에 들어가도 웹브라우저의 좌우 스크롤 막대가 나타나지 않는다. 비스타의 오른쪽 사이드 바를 닫아 두면 더 넉넉한 화면에서 브라우징을 할 수 있다. 화면 크기에 비해 해상도가 너무 높아 글자가 너무 작게 보인다는 불평도 있지만, 세밀함은 떨어지지 않는다. 화면 위의 보호 코팅이 빛을 반사할 때 가끔 짜증스럽긴 해도 색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효과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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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직하게 생긴 키보드. 숫자 1키가 작은 것 외에 다르기 편하다. 아래의 터치패드는 세로 폭은 좁지만 가로로 넓고, 좌우 버튼을 터치 패드 양옆으로 옮긴 게 특이하다.
일반 노트북 대비 92% 크기의 키보드는 환상적이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미니 노트북을 통틀어도 메신저를 하거나 문서를 작성할 때 글자 입력이 이처럼 편한 건 없다. 키를 눌렀을 때 깊이가 얕고 키팁이 조금 미끌한 느낌이 들어도 입력 편의성은 HP 미니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다. 좌우 시프트(shift) 키도 넉넉해 대소문자 변환, 쌍자음 변환이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맞는다. 다만 숫자 ‘1’키를 자주 누르는 이는 좀 불편할 수 있다. 일반 키보드와 같은 형태로 자판을 유지하려다 보니 왼쪽 키의 크기를 줄여야 했던 탓에 ‘1’키 역시 희생된 것이다.
 
운영체제는 비스타다. 무겁기로 소문 난 운영체제니까 제대로 돌지 않을 거라고 속단할 필요는 없다. 프로그램 실행 속도가 약간 더딘 느낌이 들지만, 참기 힘든 수준은 아니다.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띄우지만 않으면 인터넷을 탐색하거나 문서를 만드는 데 별다른 지장은 없다. 인터넷 브라우저,도 오피스도 속도는 불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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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에서 띄워 본 chitsol.com. 좌우 공간이 많이 남는다.
사실 미니에는 HP의 중대 결심이 숨어 있다. HP와 관련된 bloatware를 많이 깔아두지도, 띄우지도 않는다. 이것은 중요한 변화다. bloatware를 띄우면서 생기는 불필요한 프로세스가 줄었다는 이야기다. bloatware는 모두 따로 관리되고 이용자가 원하면 설치하도록 했다. 긍정적인 변화다. 또한 프로그램들은 필요한 순간 설치된다. 외장형 광학 드라이브를 연결했을 때 비스타 설치 패키지에 있는 윈DVD를 설치할 것인지 묻는다. 미리 안깔아 둔 것게 괘씸하기보다 미니의 상태에 맞춰 쾌적하게 만들려 했던 그 노력이 돋보인다.(다만 3D 프로텍트 가드처럼 꼭 필요한 bloatware는 여전히 떠 있다. 눈에만 안보이게.)


보다시피 HP 미니는 가로로 길다. 키보드의 크기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좀 길게 만든 것이다. 덕분에 두 허벅지 위에 올려두기에 알맞은 크기다. 폭이 좁은 EeePC는 허벅지 위에 올려두기 어렵다.


하지만 허벅지 위에 올려두고 쓸 때 뜨거운 열을 조심해야 한다. 생각보다 뜨겁다. 특히 CPU와 칩셋이 있는 왼쪽이다. 알루미늄 케이스라 손을 대면 더 뜨거운 듯 싶다. 후지쯔처럼 열을 막아주는 천을 대는 등 조치가 꼭 필요하다. 그런데 그 많다던 소음이 왜 안들릴까? 테스트 노트북의 이상일까? 소음(팬과 하드디스크)에 대해서는 나는 합격점을 줄 것이다. 이상이 없는 제품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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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관련 소프트웨어는 이용자들이 원하면 설치토록 한쪽에 따로 모았다.
가장 큰 불만은 배터리다. 배터리를 완충하니 2시간 정도 쓸 수 있다는 표시가 뜬다. 어라 고작 요것 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출퇴근 지하철에 앉아 와이브로 인터넷을 하면서 배터리 소모 시간을 확인해보니 거의 10분에 10%씩 줄어든다. 어익후. 이론 상 1시간 40분 쓸 수 있다는 말이지만, 5~10%를 남기고 절전 모드로 들어가므로 실제는 1시간 30분 남짓 쓴다는 결론이다. 다른 말이 필요할까? 노트북의 휴대성에는 크기와 무게 뿐만 아니라 배터리 성능도 포함된다는 점을 잠시 잊었다고 여길 테니 제발 이것만 해결해 주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2시간이면 충분하니까.

덧붙임 #

쇼핑몰에 주문했던 HP 미니의 배송이 늦어져 부득이 주문한 것과 다른 모델로 리뷰를 했습니다. 주문품이 도착하면, 달라진 부분의 내용을 덧붙이겠습니다.


CPU 1.2GHz 비아 C7-M ULV
1GB, 667MHz DDR2
하드디스크 120GB 5,400rpm
칩셋 비아 CN896NB
그래픽 비아 크롬 9 HC IGP (통합)
운영체제 윈도우 비스타 홈 베이직
화면 크기 22.6cm(8.9 인치)
확인 불가(현재 이 모델을 파는 쇼핑 몰은 없음)
     1.6GHz/램 2GB 모델 73만2천 원(인터넷가)
문의 한국 HP www.hp.co.kr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33 Comments

  1. 2008년 6월 2일
    Reply

    쓸만해 보여요..요제품도 참….끌려요..ㅎㅎ

    • 2008년 6월 2일
      Reply

      간지하나는 제대로 난다는… ^^

  2. 2008년 6월 2일
    Reply

    bloatware 란건 첨 들어 보지만 ^^; 간단하게 하드웨어 의존적인 벤더 전용 프로그램이라고 해석하면 되려나요 ^^;
    아무튼 이러한 점은 참 환영할만 하네요.. 대기업 pc에서 가장 짜증나느건 자기네 전용 업데이트 프로그램, 전용 하드웨어 구동 프로그램, 별도 전원 관리 프로그램 등으로 인해서 상당히 cpu를 잡아 먹는 경향이 있었던 걸로 봐서는 말이죠. 어느정도 편의를 포기하고 가볍게 쓸수 있다면 HP의 추후 행보에도 상당히 큰 장점이 될것으로 보입니다(대기업 AS와 조립피시의 가벼움을 믹스 할수 있을듯 하니까요)

    • 2008년 6월 2일
      Reply

      네. 저도 그점이 가장 반갑더군요. 프로세스를 잡아 먹지 않아서 더 가벼워진 듯한 느낌도 들고요. 앞으로 이러한 변화가 HP 노트북 전체로 확대되길 바랍니다만… ^^

  3. 2008년 6월 2일
    Reply

    부산부터 서울까지 KTX를 커버할 수 없다면… ㅠㅠ 이 제품 역시도 지나쳐 보내야하는 것일까요?

    • 2008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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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셀 배터리 쓰시면 됩니다. ^^

  4. 벨드록
    2008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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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셀 배터리를 쓸 수 있다면 딱 좋겠지만….
    그렇게 했을 때의 문제는 아마도 무게겠지요.
    3셀일 때 1.13kg…. 6셀이면 1.3kg정도???
    1.3kg정도라면 x61과 비슷한 무게겠네요.
    애써서 크기를 8.9인치로 줄였지만 무게는 x61보다 가볍다고는 못하겠군요.
    왠지 어정쩡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틈새를 노렸다고라도 할 수 있겠군요.
    어쨌든 소비자로서는 다양한 제품의 라인업은 선택의 폭을 넓혀주니까 고마워할 일이겠죠? ^^

    • 2008년 6월 2일
      Reply

      일단 가방에 쉽게 넣었다 뺄 수 있는 점은 꽤 마음에 듭니다만… 6셀 배터리를 쓰면 그게 쉽지 않겠더라고요. 배터리가 아래쪽을 향하도록 되어 있어서요. 무게도 많이 늘고. 아무래도 현 상태에서 개선이 필요해 보이긴 합니다.
      다양한 제품이 늘어날 수록 소비자가 좋아해야 할 일인 것은 분명할 듯 싶어요. ^^

  5. 2008년 6월 2일
    Reply

    늑돌이님 리뷰에서 발열과 소음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정말 아쉬운 제품이에요. 디자인 하나는 발군인데…orz

    • 2008년 6월 2일
      Reply

      발열 문제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왠지 저온화상이 염려되긴 하더라고요.

  6. 2008년 6월 2일
    Reply

    bloatware가 기본으로 깔려있지 않다니, 용감한 선택이네요. 옛날에 소니의 C1을 샀을때 그 많은 프로그램들때문에 얼마나 당황했던지… 얼마전에는 그런 기본프로그램 없이 파는 조건으로 추가금을 받아서 욕을먹기도 했었죠.
    여하튼 어서 연료전지가 상용화되면 좋겠네요. 인내심은 충분한데 배터리가 못따라줘서야 되나요 ^^

    • 2008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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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기본 프로그램을 제거하는 데 돈 받았다고 한 소리 듣고는 그 제도를 없앴더랬죠. ^^; 저도 안정적인 연료 전지가 상용화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인터넷 하고 싶거든요. ㅜ.ㅜ

    • 2008년 6월 2일
      Reply

      비스타에 관한 좋은 팁과 정보를 전하는 아크몬드님의 글도 잘 읽고 있답니다. ^^

  7. 아브낭뜨
    2008년 6월 2일
    Reply

    HP2133 굉장히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기기인데 역시나 성능이 너무 아쉽네요 ㅠ 2133이 비아나노나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달고 나올 계획이 있나요?

    • 2008년 6월 2일
      Reply

      아톰은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나노는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좀더 정확히 확인해 알려드리지요. ^^

  8. 2008년 6월 2일
    Reply

    외관 만으로는 최고 인데.. 역시 배터리 타임이 아쉽네요.
    그나저나 “HP와 관련된 bloatware를 미리 깔아두지도, 띄우지도 않는다.”는 정말 쵝오 입니다. 🙂

    • 2008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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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생긴 것 하나는 끝내주는 데 뭔가 부실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

  9. 2008년 6월 2일
    Reply

    외형은 만족입니다.
    이후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들더라고요..

    후지츠 U1010 의 후속도 멋지더라고요

    • 2008년 6월 2일
      Reply

      아마도 이후 시리즈도 잘 될 듯 싶어요. 지금까지 만져본 것 중 가장 안정적이긴 합니다.

  10. 2008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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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밧데리 효율이 제 초구린 에버보다도 못한..

    • 2008년 6월 2일
      Reply

      공플님의 표현을 재해석하면, 밧데리 효율은 최악 중의 최악이군요. ^^

  11. 2008년 6월 2일
    Reply

    HP는 디카때 쓰던 디자인 스타일을 그대로 노트북에서도 유지하고 있군요…
    디카는 망해서 사업접었지만….

    • 2008년 6월 2일
      Reply

      디카는 HP의 길이 아니었죠. 자체 제조보다는 거의 OEM이 많았으니까요. ^^

  12. 2008년 6월 2일
    Reply

    비아 신칩셋 넣으면 좀 나아지려나요..?

    제가봐도 베터리 타임은 좀 에러더군요. 딱히 HP에서 잡은 컨셉으로 반드시 인텔이 필요한건 아닌데,
    국내 사용자들의 취향에는 비아보단 인텔이, 출시가 늦더라도 맞는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근데 또 단가를 보면 그게 아닌 것도 같고..

    키보드와 2.5″하드 말고 아직 장점을 못찾아서 안사고 있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어째 인사도 못드리고 살았네요.

    • 2008년 6월 2일
      Reply

      신칩을 넣으면 나아질 거 같긴 하더군요.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꼭 인텔이 아니어도 상관 없긴 합니다. 쓰기만 편하다면야. ^^

      그나저나 정말 오랜만이네요. ㅋㅋㅋ

  13. 세계 PC 업계의 1위는 HP입니다. 다소 무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컴팩과의 합병 이후 잠시 부침의 세월이 있긴 했습니다만, 지금은 당당하게 정상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세계 1위라는..

  14. 투지영
    2008년 6월 4일
    Reply

    흑 ㅠ.ㅠ

    • 2008년 6월 6일
      Reply

      엥? 기쁨의 눈물인가요? ^^

  15. 2008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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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비스타는 쫌 에러 아닌가요? 비아CPU에 램 1기가면 xp도 돌리는데 에로사항이 꽃필 것같은데….
    물론 전 비아 1기가 CPU에 램1기가로 포토샵도 돌리고 있는 중이긴 합니다만….^^;;;

    • 2008년 6월 7일
      Reply

      꽃필 정도까지는 아니고요. ^^ 생각보다는 괜찮아요. 엠의 세계님이 1GHz에 1GB로도 포토샵을 돌리고 있는데, 1.6GHz에 2GB로 IE만 띄우고 있으니 얼마나 빠르겠어요. ㅎㅎㅎ

  16. 2008년 6월 11일
    Reply

    HP 미니노트북 HP2133 노트북을 구입할 시기가 되어서 인지 여러가지 제품에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한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미니노트북이 요즘 관심사항입니다. HP2133는 VIA의 C7 CPU를 채용하고, 8…

  17. 2008년 11월 18일
    Reply

    우선 비전문가의 비전문적인 Mini2133 리뷰임을 밝히는 바이며 보다 전문적인 리뷰를 원하시면 재빨리 새 탭을 열어 이동하시길 권장합니다.제가 컴퓨터를 쓰는 범위라하면 오피스, 포토샵, 영화, 음악, 블로깅………한줄을 못 체우는 군요. 원더키드의 2020년이 다가오고 있는데… 분발해서 미래인이 되야겠네요^^(89년도 만화영화 원더키드…아시는 분은 아실 거라..ㅡㅡ;)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놈은 이 놈입니다.! MINI 2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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