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포토 프린팅 전략, 가정에서 인화점으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지난 몇 년 동안 HP가 추구한 전략 가운데 하나가 사진 인화였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수요가 급격히 늘고 연간 수십억장의 디지털 이미지가 남겨질 것으로 예상한 뒤 HP는 사진 인화에 아낌 없는 투자를 해왔습니다. 새로운 프린터와 인화 시스템을 만들고 서비스를 선보여 왔던 게지요. 지금도 사진 인화 전략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 내부 전략이 방향을 조금 바꾼 듯한 징후가 나타났을 뿐입니다.


종전 HP 사진 인화 전략을 살펴보면 집에서 뽑는 홈 포토 프린팅이 그 한 축을 이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가족끼리, 또는 친구나 연인끼리 찍은 사진을 집에서 뽑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해마다 4×6 크기 사진을 뽑는 가정용 포토 프린터와 다양한 프린터 팩(용지+잉크)을 내놓았지요. 지난해에도 우리나라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포토스마트 A826이라는 제품이 출시되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4×6 사진만 뽑는 신제품 소식은 없습니다. 이에 대해 HP 빅뱅 2008 행사에 참여했던 HP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이미지 프린팅 그룹을 맡고 있는 크리스 모건 부사장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질문_빅뱅 행사에서 아주 작은 포토 전용 잉크젯 프린터 한 가지씩은 선보이고는 했는데, 올해는 그게 없다. 컨슈머 부분의 투자 축소와 관련 있나? 아니면 소비자 인쇄 트렌드의 변화와 관련이 있나?

크리스 모건 부사장_종전 라인업에 있던 제품은 계속 생산하고 있다. 다만 올해는 신제품이 없었는데 앞으로 있을 지는 확인해 보겠다. 중요한 것은 지적한 사항이 맞다는 점이다. 과거에 출시했던 소형 포토 프린터들이 실제 시장에서 그다지 좋은 판매 실적을 내지 못했다. 소비자와 HP가 원하는 값이 어긋나 있었다. 앞으로 신제품 출시는 시장의 수요와 적절한 가격대를 비교해가면서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의 말을 종합해 보면 4×6 크기 프린터 신제품 출시가 미뤄지거나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비쳐집니다. HP의 임원이 집에서 4×6 사진을 뽑는 프린터의 시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전체 프린터를 다 일컫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4×6 전용 프린터에 한해서 제기된 것뿐입니다.


잉크젯 프린터의 4×6 사진의 경쟁력은 사실 일찍이 고민해오던 것이었습니다. 알다시피 4×6 크기 사진을 온라인에서 뽑는 게 집에서 전용 프린터로 뽑는 것보다는 훨씬 싸니까요. 시간적인 비용 소모를 감안하더라도 하루나 이틀이라 대량 인화라면 더더욱 온라인 인화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온라인 인화의 장당 비용이 100원 미만일 때, 잉크젯 사진 인화 비용을 100원 대로 끌어내리기 위해 HP가 얼마나 안간힘을 쏟았는지 모릅니다. HP는 가정용 4×6 크기 사진 인화의 트렌드를 잡는 데 힘겨워 했고, 그다지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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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매장을 위한 솔루션을 만들어 공급 중이다.
그렇다고 HP가 사진 인화를 포기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다른 잉크젯 프린터에서는 계속 사진을 뽑을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한편으로 유행에 맞춰 발빠르게 사업 방향을 조용히 옮기고 있을 뿐이죠. 단지 집이 아닌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다양한 채널을 만들고 있다는 게 다를 뿐.


그 중 하나가 ‘HP 포토 카페’ 같은 오프라인 인화점입니다. 포토 카페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사진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전문 매장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동대문, 신촌처럼 젊은 이들이 많은 곳만을 노려(?) 매장을 열고 있습니다. 지금 4호점까지 개설돼 있는데, 앞으로 CGV에 가면 이 매장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될 겁니다. CGV 안의 로드샵 형태로 개설될 예정으로 있으니까요. 이미 CGV 구로점 안에 포토 카페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러갈 때 사진 맡기고 나올 때 찾으면 될 듯 하네요.포토 카페는 4×6 크기 사진뿐만 아니라 포스터 크기까지 뽑을 수 있습니다. 이용자가 직접 단말기에 메모리 카드를 넣고 뽑을 사진을 고르고 비용을 내면 됩니다. 이러한 오프라인 전문 매장을 위해 HP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이를 HP 리테일 솔루션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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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인쇄해 책자 형태로 만드는 포토북
포토카페에서는 수많은 티셔츠, 쿠션, 컵 등 팬시 상품도 만들 수 있지만, 사실 노리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포토북’이라는 상품입니다. 포토북은 수많은 사진을 하나의 앨범 형태로 만든 책자 형태의 상품입니다. 사진을 인화에 앨범에 일일이 끼워 넣을 필요가 없이 아예 용지에 사진을 인쇄해 책자 형태로 만드는 것이죠. 책자 한 권에 2~3만 원 정도하는데, 5만 원 어치 인화할 사진을 하나의 앨범 안에 다 넣을 수 있으니 4×6 크기 사진을 개별 인쇄하는 것보다 경제성과 편의면에서는 확실히 우위에 있습니다. 적어도 가족이나 친지, 그 밖의 지인들과 나눠야 할 수백장의 사진을 뽑는 것이라면 이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다만 포토북에 대해 아는 이들이 별로 없고, 아직은 앨범에 대한 가치를 더 크게 부여하는 이들이 많은 게 장벽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떤 사업이든 장벽이 없지는 않지만, 사람마다 믿는 가치를 바꿔 놓는 것이 HP가 사진 인화 사업을 하는 데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네요.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2 Comments

  1. 2008년 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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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는 사진인화하는 방법은 상당히 간단하죠. 근처 큰 마켓에 가면 기본적으로 있는게 사진인화 서비스라서 프린터로 굳이 인화하지않아도 저렴한 가격으로 인화할 수 있죠. 그래서 저도 딱히 집에서 프린터를 이용해서 인화할 필요성을 못느끼네요.

    • 칫솔
      2008년 9월 27일
      Reply

      지금 말한 그 방법이 가장 싸고 편하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는 공감한다우. 집에서는 급한 사진이거나 사진 마니아가 아닌 이상 뽑을 일이 없을 수도 있다는… 아마도 우리나라 실정에는 포토북 서비스가 더 잘 맞을 것 같군요. ^^

  2. 2008년 9월 27일
    Reply

    뭐 동네수퍼같은데 저런기계있으면 좋으련만..–
    핸드폰 인화기조차 머나먼 대구문구센터로 걸어가려니 미치겠소이다

    • 칫솔
      2008년 9월 27일
      Reply

      빙고! HP가 노리는 것이 바로 슈퍼마켓 인화라는… ^^

  3. 2008년 9월 28일
    Reply

    베를린에서도 조금 큰 슈퍼나 백화점에는 저런 인화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 달에 열렸던 IFA의 미츠비시 부스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던 포토프린터(인화기?)도 같은 목적인 것 같더군요. 사실 저도 컬러 프린터가 있지만, 사진 인화 목적으로는 그다지 쓰게 되질 않네요.

    • 칫솔
      2008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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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인화 자판기는 더 많아질 듯 합니다. 사진 관련 업체들이 전부 뛰어들 태세거든요.
      그런데 베를린으로 언제 가신건가요? ^^

  4. 2008년 9월 28일
    Reply

    음… Canon의 Selphy라는 녀석이 있습니다. 이 녀석이 아마 100장 셋트(잉크+용지)가 23,000원에서~25,000원대까지 내릴 수 있습니다. 아마 현재로써는 가정에서 가장 경제적인 녀석일겁니다. 한대 들여놓을까 생각중입니다.

    • 칫솔
      2008년 9월 28일
      Reply

      염료 승화형 프린터도 요즘 단가가 많이 내렸죠. 품질이나 속도도 마음에 들고요. 다만 장당 인쇄 비용은 여전히 잉크젯 쪽이 좀더 싸긴 합니다. 지금은 거의 100원대 중후반이거든요. ^^

    • 2008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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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많이 뽑습니다. 100원 중후반대 기종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정말 도움이 될겁니다. ㅠㅠ

    • 칫솔
      2008년 9월 30일
      Reply

      엡손 PM210/250/270의 장당 인화 비용이 177원 정도 합니다(150장 인쇄용 포토팩이 26500원 정도). 이 팩의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한가지 색 잉크가 다 떨어지면 잉크팩만 더 사야한다는… -.ㅡㅋ

  5. 2008년 10월 13일
    Reply

    흠냐.. 댓글에 댓글 쓰려니까 등록 버튼이 안 보이네요. 맥+불여우의 오류인건지는 몰라도…

    이곳에 온지는 한달 하고도 보름정도가 지났습니다. 말도 잘 안 통해서 매일매일이 삽질의 연속입니다만, 그래도 상식이 통하고, 미래 지향적인 도시라는 느낌인지라, 과거에 대한 갈망이 너무나 강렬한 모국보다는 그럭저럭 살만합니다. 앞으로도 몇 년은 더 삽질을 해야겠지만요… 핫핫~

    • 칫솔
      2008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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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휴… 고생 많으시겠네요.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사귈 수 없는 외국인 친구 많이 사귀시고요. 그곳에서 즐거운 블로깅 하시길..
      (그나저나 앞으로 이곳 행사에 초대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쉬운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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