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는 수년 동안 세계 PC 판매 1위 기업이었지만, PC 사업에 대한 미래를 결정짓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던 끝에 결국 이 타이틀은 지난 해 레노버에 내줬다. 하지만 어쩌면 이 타이틀을 내려 놓은 게 오히려 더 나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많이 파는 것에 신경쓰는 것보다 제대로 된 제품을 파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최근에 출시된 HP의 PC 제품군들은 예전보다 좀더 공격적인 만듦새와 가격으로 출시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 실패할 모델도 눈에 띄지만, 간혹 가능성을 지닌 제품도 내놓는 점에선 반갑기도 하다. 지금 이야기할 HP 스펙터 13 역시 가능성이 더 많은 쪽이다.
HP 스펙터 13(Spectre 13)은 2012년에 처음 선보였던 HP의 고급 울트라북 라인업 ‘스펙터'(Spectre) 시리즈의 최신판이다. 그런데 2년 전에 내놨던 HP 스펙터XT와 비교해 2014년에 마주한 스펙터 13의 느낌은 전혀 다른 것이다. 사실 두 제품 모두 울트라북이라 부르기엔 다소 묵직하지만, 스펙터XT이 아직 설익어 떫었다면 스펙터 13은 이제 맛이 들기 시작한 느낌이 드는 감과 같다.
일단 스펙터 13의 만듦새는 지금 나온 다른 HP의 노트북을 통틀어 가장 낫다. 얇아 보이면서도 매우 단단해 보이는 스펙터 13을 다른 업체의 대표 노트북과 경쟁시켜도 만듦새 만큼은 크게 떨어져 보이진 않을 듯하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덮개 부분은 알루미늄 재질을 그대로 쓰고 있다. 단지 더 어두운 색을 입혀 더 묵직해 보인다. 실제 무게도 1.5kg에 가까우니 가볍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런데 실제로 화면을 접어서 들어보면 그 무게감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무슨 마법이라도 쓴 것처럼 의외로 가볍게 느껴진다. 물론 본체를 한 손에 잡고 자유자재로 휘두를 수 있는 그런 수준까진 아니다. 그저 본체의 크기와 두께에 연상되는 무게보다는 더 나가지만, 실제 제원에 비해 그 정도 무게일까라는 의구심을 가질 정도다. 아마 얇게 저민 틀이 무게를 잘 분산시키는 모양이다.
HP가 스펙터 13에서 시도한 수많은 것들 가운데 2560×1600 고해상도(QHD) 화면은 가장 마음에 드는 점 중 하나다. 사실 화면 해상도는 HP의 프리미엄 노트북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였다. 프리미엄 노트북들의 처리 능력은 뛰어나 보이긴 해도 높으 해상도를 통해 보는 즐거움을 주지 못했던 아쉬움을 이제야 털어낸 것이다. 13.3인치의 화면 크기에 QHD로 촘촘하게 박아 넣은 픽셀 덕분에 윈도 8 화면도 한결 깔끔하고 매끄럽게 보인다. 물론 스케일링이 되지 않는 응용 프로그램을 쓰거나 너무 작은 글씨를 설정하면 가까이 보더라도 글씨가 깨알처럼 보이기도 하는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낮은 해상도를 보는 것보다 훨씬 만족스럽다.
물론 터치스크린이므로 윈도 8의 홈 화면을 조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HP는 터치스크린을 건드리지 않고도 윈도8 UI를 다룰 수 있게 트랙 패드에 약간의 장치를 해 놓았다. 스펙터 13의 트랙패드는 다른 노트북보다 훨씬 넓다. 이 트랙패드의 양옆 끄트머리를 보면 좀더 색깔이 진한 부분이 있다. 이 영역은 윈도 8의 좌우에서 나오는 참바와 작업 전환 장을 불러내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물론 이 부분도 터치는 된다. 단지 트랙패드의 오른쪽 끝에서 왼쪽으로 살짝 밀어 참바를 끌어낸 뒤 짙은 색깔의 영역을 위 아래로 문지르면 방향 버튼처럼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점이 다르다. 트랙패드 왼쪽 끝에서 오른쪽으로 밀면 작업 전환 메뉴가 뜨는 데 여기에서는 커서로 조작해야 하기에 일관성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 어쨌거나 이 트랙패드는 꽤 잘 만들어 놓았지만, 두 손가락을 이용한 스크롤의 반응 속도가 약간 느린 게 좀 걸린다.
트랙패드는 스펙터 13에서 내세울 만한 재주인 반면 키보드는 HP다운 맛이 없다. 사실 HP 노트북을 이야기할 때 항상 칭찬했던 것은 기본기가 좋은 키보드 때문이다. 언제나 다루기 편한 키보드 구조를 채택하고 있었기에 그 점에서는 늘 점수를 후하게 매겼지만, 스펙터 13의 키보드는 조금 박한 점수를 매겨야 할 듯하다. 키보드이 배열은 여전히 좋다. 하지만 키를 누르는 깊이가 너무 낮고 탄력이 적어 빠르게 입력할 때 확실하게 누르는 느낌이 덜 들고 오랫 동안 입력할 때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최근 노트북을 얇게 만들기 위해 키보드 부분을 희생시키는 일이 많아졌는데, 스펙터 13의 키보드도 예외는 아닌 셈이다.
문서 작업이나 사진 편집, 인터넷 작업 정도라면 한번 충전으로 하루는 무난하게 쓸 수 있다. 물론 장시간 동영상을 본다면 배터리의 소모 속도는 빠르지만, 그래도 세 편까지는 버틸 체력은 된다. 발열은 게임처럼 무거운 작업만 아니면 HP 쿨센스(Coolsense) 기술 덕분에 의외로 적은 반면, 이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는 팬 소음에 놀라는 것도 여전하다. 비츠 오디오를 적용한 소리도 괜찮은 편. 어도비 라이트룸이 번들로 기본 포함되어 있는데 스펙터 13의 하드웨어(QHD 화면, 코어 i5-4200U, 4GB램, 128GB SSD)를 잘 활용하는 프로그램이다.
HP 스펙터 13은 아쉬운 점도 있지만, 눈감아주기 힘들 정도로 야박한 평가를 내릴 만한 점도 없다. 무게는 아쉽지만, 단단한 하드웨어와 모자람 없는 제원, 이용 환경을 고려한 인터페이스 등 제법 잘 짜맞춘 노트북이다. 정말 모처럼 야무진 HP 노트북을 만난 듯하다.
최근 hp 제품이 크게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던가? 한참 주가를 날리던 시절에 비하면 그렇게 핫한 반응을 보이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수군대는 그런 제품을 냈던 적이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상대적으로 떠들썩한 모바일 제품군을 아직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확실히 그런 ‘한방’이 hp에게서 나온지는 꽤 되었다 상해에서 예전에 만났던 hp의 스펙터 (당시 스펙터XT) 를 볼 때만 해도 잘만 진화하면 hp의 노트북 제품군에 있어서는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