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화웨이 워치 시리즈를 접했을 때 만듦새나 디자인이 썩 내키지 않았더랬다. 화웨이가 웨어러블 시장에 출사표처럼 내놓은 스마트워치는 먼저 출시했던 경쟁 스마트워치로 인해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랬던 화웨이가 스마트워치와 관련된 모든 환경을 뜯어 고쳤다. 자체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경쟁 제품들과 겨룰 수 있는 독자적인 스마트워치를 내놓은 것이다. 그 최신작인 화웨이 워치 GT 2 46mm를 지난 한달 동안 관찰했다.
사진보다 나은 실물
화웨이 GT 2 제품 이미지를 보면서 46mm 대신 42mm를 고를까 한참 고민했다. 42mm 모델이 너무 갤럭시 워치 액티브 계열과 닮지만 않았다면 46mm 화웨이 워치 GT 2는 즉시 포기할 셈이었다. 사실 화웨이 워치 GT 2 46mm를 선뜻 고르지 못하고 망설였던 것인 평범해 보여서다. 만듦새도 알 수 없는 것은 물론 재질이나 느낌을 전달하는 데 있어 제품 이미지로는 확 와닿는 게 없던 것이다.
그래도 다른 것에 도전해 보는 마음으로 화웨이 워치 GT 2를 주문하고 패키지를 받았다. 사방을 시커멓게 감싼 상자 상단에 금장을 입힌 글자와 로고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드는 데 제법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금장으로 치장한 글자와 로고가 끌어 올린 점수는 그 아래 새겨 놓은 화웨이 워치 GT 2 46mm 시계 이미지가 도로 원점으로 깎아내리는 듯 보였다. 역시 포장재만 봤을 때 이번 구매는 100% 후회할 수도 있는 상황에 가까웠다.
하지만 상자를 열고 화웨이 워치 GT 2 46mm의 실물을 마주한, 순간 마음 속에 움트던 후회의 씨앗이 시원하게 날아가는 듯했다. 화웨이 워치 GT 2 46mm의 디테일을 사진이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39인치 원형 디스플레이를 더욱 시원하게 만들어 준 얇은 타키미터 베젤은 빛을 받으면 반드르르한 윤기를 뿜으며 멋을 뽐낸다. 인공적인 빛 효과를 넣었던 제품 이미지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가는 베젤에서 자연스럽게 반사되는 빛이 화웨이 워치 GT 2 46mm의 멋을 살린다. 또한 본체 옆면과 버튼을 무광택으로, 시계줄을 거는 러그 부분을 고광택으로 처리한 이중 광택도 눈길을 끈다. 이러한 세세한 디테일을 화웨이 워치 GT 2 46mm의 제품 이미지에서 찾기는 어렵다.
의외의 가벼움, 미숙한 현지화
보통 46mm 스마트워치들은 두꺼울 뿐더러 손목에 찼을 때 묵직한 느낌을 주는 것이 여럿 있었다. 화웨이 워치 GT 2 46mm를 상자에서 꺼낼 때 그런 걱정은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것을 너무 쉽게 알 수 있었다. 화면은 넓지만 두께가 얇고 가벼웠으니까. 실제 기본 가죽 시계줄(우레탄 시계줄도 기본 포함)을 찼을 때 무게로 인한 손목이 느끼는 압박은 덜한 편이었다.
또한 시계를 차면 심박 측정을 위해 툭 튀어 나오도록 설계한 바닥쪽 센서 부분 위주로 손목에 닿는다. 화웨이 워치 GT 2의 바닥면 전체가 닿으면 꽤 갑갑했을 텐데 센서가 좀더 튀어 나온 이단 구조여서 그 불편은 없다. 다만 센서부가 튀어나온 이단 구조를 택했어도 바닥면의 모양새는 너무 밋밋해 아쉽다. 보이는 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신경쓴 듯한 인상이랄까?
화웨이 워치 GT 2를 손목에 찬 뒤 설정을 시작했다. 초기 설정에 따라 구글 플레이에서 화웨이 헬스(Huawei Health) 앱을 찾아 설치하면 설정은 무난하게 끝나고 한국어 설정도 어렵진 않다. 다만 이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앱 이름을 ‘건강’으로 표시되는데, 시계 화면에서 화웨이 헬스를 기준으로 안내를 하므로 조금 혼란스럽다. 현지화 측면에서 좀더 체크해 주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많은 메뉴 속 빈곤을 보여준 시계 화면
화웨이 워치 GT 2는 화면을 켜지 않은 상태라도 제법 폼난다. 그렇다면 화면을 켰을 때도 그럴까? 솔직히 말하면 이 질문에 “그렇다”고 자신있게 답하기 어렵다. 어디까지나 화면을 켰을 때 스마트워치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시계 화면이다. 하지만 화웨이 워치 GT 2의 시계 화면은 디자인이나 수량 모두 만족스럽진 않다.
화웨이 워치 GT 2에 들어 있는 기본 시계 화면은 모두 14개. 기본 시계로는 적지 않은 수량이다. 그런데 이것을 문제라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기본 시계 화면 이외의 워치 페이스를 쓸 수 없어서다. 다른 안드로이드웨어나 타이젠 기반 스마트워치는 전문 워치 페이스 업체들의 시계를 선택할 수 있는 반면 화웨이는 그런 선택권을 이용자에게 주지 않는다.
화웨이가 제공하는 기본 시계 화면의 완성도가 높다면 그나마 괜찮으나 절반은 괜찮고 절반은 그렇지 않다. 기본 시계 화면 중 바늘을 가진 아날로그 시계 화면과 숫자 및 기능 위주의 디지털 시계 화면이 섞여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타키미터 베젤을 가진 화웨이 워치 GT 2 46mm에 어울리는 바늘 시계 화면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늘의 생김새나 시계판의 모양새가 너무나 기성 시계에 가까워지려 애쓴 탓에 스마트워치의 개성을 느끼기 어렵다.
그나마 디지털 시계 화면들은 다양한 색상으로 화려하고 기능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점에선 낫기는 하다. 시간과 발걸음, 배터리나 날씨 정보를 간단하게 표시한다. 그래도 시계 화면이 대부분 정적인데다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역동성도 거의 없는 탓에 재미는 없다. 시계 화면 문제는 화웨이가 적극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무난한 조작성, 다루는 맛은 별로…
화웨이 워치 GT 2는 시계 오른쪽의 두 버튼과 터치 스크린으로 조작한다. 오른쪽 버튼으로 기능이나 메뉴를 호출하고 터치 스크린으로 세세한 설정 값을 조정하거나 결정하는 방식이다. 다른 스마트워치와 비교했을 때 아주 색다른 조작 방식은 아니다. 더구나 시계 화면에서 위로 올리면 다양한 알림을, 아래로 내리면 설정이 나타나는 것도 다른 스마트워치와 별다르지 않다
시계 화면에서 화면을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밀면 움직임 추적, 음악 제어, 날씨, 스트레스, 심박 측정 등 5개의 위젯을 차례로 이동한 뒤 다시 시계 화면으로 돌아온다. 수면을 비롯한 기압계, 나침반 등 더 많은 기능을 선택하려면 오른쪽 상단 버튼을, 운동 메뉴를 고르려면 아래쪽 버튼을 누르면 된다.
기능 선택과 운동 메뉴를 분리해 버튼의 역할을 명확하게 나눴지만, 전반적으로 스마트워치를 다루는 맛은 별로다. 직접 위젯이나 기능을 추가할 수도 없고, 필요 없는 것을 제거할 자유가 없다. 물론 알림이 날아 오면 삭제하고 바로 가기 설정에서 기능을 켜고 끌 수는 있지만, 위젯 화면으로 넘어갈 일이 거의 없는 터라 심심하다. 또한 버튼을 눌러 띄운 긴 메뉴를 스크롤하거나 각 위젯 화면을 넘길 때 움직임도 온전하게 프레임을 다 채우지 않은 듯 조금 부자연스럽다.
극강의 배터리, 수면 측정은 좋은데…
다른 것은 몰라도 화웨이 워치 GT 2 46mm의 한 가지 분명한 강점이 있다. 배터리 시간이다. 화웨이 워치 GT 2를 차고 있는 2주 동안 배터리 고민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틀만 지나면 충전을 걱정해야 했던 다른 스마트워치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제조사가 말한 대로 화웨이 워치 GT 2 46mm는 거의 2주 동안 배터리를 충전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테스트했을 땐 15일 동안 버텼다. 수면 측정을 위해 밤새 차더라도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한 배터리량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하루 종일 알림을 받고 걸음을 추적하면서 24시간을 써도 배터리는 6~7% 만 소비한다. 물론 블루투스 헤드셋을 연결해 음악을 듣거나 GPS를 켜고 격한 야외 운동을 하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음악을 듣거나 운동을 하기 위한 용도로 화웨이 워치 GT 2 46mm는 알맞는 제품은 아니다. 충전용 어댑터는 무선 충전이 아니고 접점식 충전 방식을 쓴다.
수면 추적은 의외로 잘한다. 다른 스마트워치를 함께 차고 측정한 수면 추적 결과에서 미세한 차이는 있으나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다. 다만 얼마나 잤는지 수면 추적 결과는 시계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램 수면, 얕은 수면 등 세부적인 결과는 건강 앱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화웨이 워치 GT 2 46mm에 들어 있는 기본 기능의 완성도는 좋은 반면 확장성은 너무 떨어진다. 화웨이가 운영체제나 앱 배포 등 개방형 워치 생태계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이용자가 스마트워치에 기본 탑재된 기능 이외에 다른 활용을 하기 어렵다. 이러한 폐쇄성에 따라 화웨이 워치 GT 2 46mm에 많은 제약이 따라 붙는다. 겉모습과 기본기는 훌륭하나, 이용자에게 충분한 자유를 누리기는 어려운 제품이다.
덧붙임 #
스킨 오류로 이 곳에 공개된 모든 글의 작성일이 동일하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19년 12월 6일에 공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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