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영문명 COVID-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세계 여러 국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벗어나 많은 국가와 사회 분야에서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 IT 분야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초대형 IT 전시회가 취소되는가 하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IT 기술의 활용 및 IT 산업별 영향을 분석하는 보고서까지 등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바뀐 IT 업계를 풍경을 들여다본다.
문 닫은 MWC 2020, 인터넷으로 빈자리를 메우다
새해에 열리는 두 개의 대규모 행사는 CES와 MWC다. 올해 CES와 MWC의 분위기는 완전히 상반된 상황이다. CES 2020까지 별다른 여파를 미치지 않았던 코로나19가 MWC 2020을 문을 열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MWC 2020은 2월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개최하기로 1년 전에 결정된 대규모 행사였다. CES 2020 이후 중국에서 유행을 시작한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나오긴 했어도 MWC 2020의 개최를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자가 중국 이외의 국가로 전파를 시작하고 중국 내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10만 명 넘게 참가하는 MWC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LG 전자가 참가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직원과 고객의 안전을 이유로 MWC 전시 및 제품 발표 행사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1987년 첫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를 시작한 이후 33년 만에 첫 취소였다.
MWC의 주관사인 GSMA는 곧바로 성명을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행사 기간 동안 철저하게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행사장에 상주하는 의료진을 확충했다. 더불어 MWC를 참관하는 모든 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되도록 악수를 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GSMA의 성명에도 불구하고 MWC의 참가를 철회하거나 행사를 취소하는 기업들이 늘기 시작했다. 통신 장비 기업으로 대규모 부스를 운영하던 에릭슨과 CES 대신 MWC를 선택했던 엔비디아, 소니 및 TCL이 전시 및 각종 행사를 취소했다. 또 노키아와 페이스북, AT&T, 스프린트, 시스코, 인텔까지 하루를 넘길 때마다 전시 철회를 선언한 기업들이 늘기 시작했다.
결국 MWC를 주관해온 GSMA는 스페인 현지 시간으로 2월 13일, 이사회 긴급 회의를 개최했다. 여전히 화웨이와 삼성,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시 철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기업들이 남아 있었으나 핵심 기업의 이탈과 코로나19 전파에 대한 심각한 우려로 정상적인 전시를 하기 어려워진 것을 감안해 이날 늦게 MWC 2020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는 공식 성명을 내놓았다. 당초 회의 직후 스페인 언론들은 행사를 강행할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냈으나 GSMA의 취소 성명으로 오보를 양산한 모양새가 됐다.
그런데 MWC 2020은 공식 취소됐지만, 일부 기업들은 MWC 기간에 예정 했던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수많은 사람들을 한 공간에 모으는 행사가 아니라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발표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소니는 자사 유튜브 계정을 통해 신제품 발표 행사를 진행하고 퀄컴도 바르셀로나에서 예정했던 시각에 인터넷을 통한 프레스 컨퍼런스를 개최한다고 초대 메일을 보냈다. 샤오미도 바르셀로나에서 가지려 했던 글로벌 제품 공개 행사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기로 했고, 여러 행사를 준비했던 기업들이 인터넷을 통한 발표 행사로 이동하면서 MWC 2020은 인터넷을 통해서 일보 흔적을 남길 수 있게 됐다.
MWC 이후 취소나 연기된 대규모 행사들
행사명 | 일정 | 상태 |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 3.13~22 | 오프라인 행사 취소 |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 | 3.16~20 | 여름 이후로 연기 |
엔비디아 GPU 기술 컨퍼런스 | 3.22~26 | 오프라인 행사 취소, 온라인으로 대체 |
HP 리인벤트 | 3.24~26 | 하반기로 연기 |
어도비 서밋 | 3.29~4.2 | 오프라인 행사 취소, 온라인으로 대체 |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 | 4.6~8 | 오프라인 행사 취소, 온라인으로 대체 |
페이스북 개발자 행사 F8 | 5.6~8 | 오프라인 행사 취소, 온라인으로 대체 |
구글 I/O | 5.12~14 | 오프라인 행사 취소, 온라인 대체 미정 |
마이크로소프트 빌드 | 5.19~21 | 모니터링 중 |
5G 및 기술 지원에 나선 중국 IT 기업들
코로나19로 MWC 2020이 무산되기는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IT 기술이 현장에서 활용되는 중이다. 특히 사람과 사람간 접촉을 자체하기 위한 비대면 기술 및 장비들이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이동통신업체와 통신장비 업체들은 5G 장비와 기술을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알려진 우한에 배치했다. 차이나 모바일과 차이나 유니콤 등 중국이통사와 화웨잉, ZTE 등은 우한에 새로 설립한 후산산 병원에 5G 장비와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 해 말부터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지역 일부에서 5G를 우선 적용, 원격으로 화상 상담하거나 원격 폐렴 진단을 실시했다. 5G 기술 보급과 함께 레노버도 현지 시설에 필요한 컴퓨팅 장비를 공급했다.
특히 이러한 적용 사례를 구축한 ZTE는 MWC 2020에서 5G를 이용한 코로나19 원격 진료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ZTE는 차이나 텔레콤의 사천 지점을 통해 5G 망을 구축하고 사천대학교와 청두보건진료소간 폐렴 진단을 시행했고, 27개 병원을 지원하는 중심 노드 역할을 맡은 서중국병원과 스촨 보건 당국, 청두보건진료소를 높은 대역폭과 낮은 대기 시간을 가진 5G로 연결해 화상 회의의 품질을 향상시켜 진단 및 치료 지원 사례를 공유할 계획이었다.
알리바바도 연구 기관에 백신 및 신약 개발을 위한 AI 기능을 무료 제공 중이다. 알리바바는 베이징의 글로벌 건강 의약품 디스커버리 연구소(Global Health Drug Discovery Institute)와 파트너십을 맺고 AI를 이용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추적하는 오픈 소스 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했다. 바이러스 유전자 배열, 단백질 스크리닝 및 기타 잠재적 예방 솔루션에 대한 연구를 가속화하기 위해 다른 기관에 도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실험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다.
메그빌(Megvil)과 AI 기반 비접촉식 온도 감지 기술을 개발한 바이두는 베이징 기차역에서 승객의 온도를 신속하게 감지하고 기록하도록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 열감지 시스템은 마스크나 모자를 쓰고 있어도 5m 거리의 군중의 열을 감지할 수 있고 열 오차는 0.3도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바이두는 유전자 검사 기관과 전염병 예방 센터, 세계 과학 연구 기관을 연결해 RNA(리보핵산) 예측 알고리듬을 구축하고 코로나19의 RNA 2차 구조의 연구 예측 시간을 55분에서 27초로 단축했다.
다양한 인공 지능 기술 및 로봇/드론 활용
IT 업체들이 코로나19 전파 차단을 위한 방역 및 치료를 위해 다양한 기술을 동원하고 있는 것과 아울러 다양한 소비자용 제품을 활용한 코로나19의 위급 상황에서 활용되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AI 음성 비서의 활용이다. 상하이보건당국은 코로나19 의심 환자에 대한 조사를 위해 각 세대에 사람이 직접 전화를 걸지 않고 AI 음성 비서를 이용해 심사를 진행했다. AI 음성 비서는 고위험군에 속한 수신자의 응답에 따라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학습되어 있는데, 의심 감염자 200명에게 전화를 걸어 정보를 수집할 경우 조사관이 직접 전화를 걸어 정보를 수동으로 수집하면 2~3시간이 걸리지만 AI 음성 비서를 활용하면 5분 만에 작업을 끝낼 수 있다.
개인 신원 및 건강 상태를 비롯한 여러 질문에 따라 AI 음성 비서는 정보를 수집하고 14일 동안 검역 관찰을 위해 실내에 머무르거나 검역소에 대해 안내한다. 이러한 효율성으로 인해 상하이시는 신속하게 감염자 또는 의심 환자를 분류하고 일일 보고서를 생성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모니터링 프로세스를 가속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
또한 자율로봇도 소독 및 격리 환자 관리에 동원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구역을 사람이 직접 소독하려면 교차 오염을 피할 수 있도록 방역복 등 장비를 갖춘 뒤 소독 작업 후 모든 장비를 폐기하는 등 처리 과정이 복잡하다. 또한 방역이나 의료 인력이 부족하거나 피로도가 높아지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상하이 링지 테크놀로지는 3시간 이상 작동하는 클리닝 로봇으로 병원 내 이동 가능한 공간을 스스로 움직이면서 소독제를 분사한다. 상하이 TMiROB로 소독용 로봇 30여대를 우한 중앙 병원에 배치하고 과산화수소 분무기와 자외선 램프를 이용해 살균 소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로봇 시장 1위 시아순은 선양 지역 병원에 기증한 21대의 의료 로봇은 레이저 위치 센서 및 지능형 항법으로 병원을 이동하면서 살균제를 분사하는 한편 환자를 확인하고 전달한다.
클라우드마인드 테크놀로지는 차이나 모바일과 협력해 5G 기반 의료 보조 클라우드 로봇을 기증했다. 우한 통지 천유 병원, 우한 연합 병원, 상하이6 인민 병원에 제공된 클라우드 로봇은 청소와 약품 배달, 온도 측정 및 검사 등 의료진 원격 치료 옵션을 제공해 환자 온도를 측정하고 공간을 청소하거나 소독하는 등 의료진의 감염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식당에서 테이블에 주문한 음식을 나눠주는 로봇도 감염자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음식을 전달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시아순의 음식 배달 로봇은 얼굴과 목소리를 인식해 음식을 전달하는 중이고 항저우 병원에 16대가 투입된 키논 로보틱스의 리틀 피넛도 환자들에게 음식을 배달하는 중이다.
드론은 감시 지역에 대한 순찰과 소독을 위해 동원되고 있다. DJI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50만 달러의 지원을 약속하는 한편 농약 살포용 드론인 아그라스(Agras)를 개조해 소독약을 분사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DJI는 개조한 아그라스로 심천시 방역에 나섰고 3백만 평방미터에 소독제를 분무하는 등 방역에 활용되고 있다.
또 다른 드론 회사 앤트워크는 중국 신창에서 드론으로 의심 환자에게서 채취한 검체와 검역 재료를 운송하고 있다. 의료진이 채취한 검체를 직접 운반하지 않고 드론을 이용함으로써 운송 체계 및 시간을 단축할 뿐만 아니라 무인 자율 배송으로 코로나19 의료진 사이의 접촉 기회를 줄이는 효과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변화 들여다봐야 할 때…
강한 전염력을 가진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피해가 늘어나기 시작한 이후 상당한 사회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다. 비말을 통한 감염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사람과 밀접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기 위해서 중국에서 시도했던 여러 비대면 기술과 장치의 활용은 이후 유사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실험에서 머무르는 게 아니라 관련 시장을 더욱 확대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연 없는 고품질 화상 대화를 제공했던 5G 기술의 효용성을 확인하는 한편 바이러스를 치유하기 위한 인공 지능 활용, 부족한 의료 인력을 보완할 수 있도록 충분히 조력한 인공 지능 비서, 실내외에서 검역과 방역을 도운 자율 주행 및 원격 제어 로봇, 넓은 지역의 소독과 방역, 운송에 활용된 드론 등 기존의 산업들을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또 다른 역할을 부여하면서 그 필요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기술 외에도 일반인들의 외출 자제 또는 격리에 따른 다양한 경제 활동의 변화도 예상되지만, 서비스의 변화와 별개로 새로운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도입해야 하는 지 그 방향을 코로나19가 말해준 셈이 됐다. 지금 가장 많은 기술의 도입 사례를 중국에서 확인했지만, 코로나19의 확진자가 늘고 있는 우리 역시 현실에 맞게 기술을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할 때다.
덧붙임 #
이 글은 KISA 리포트 2020년 2월호에 게재한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전체 내용을 확인하려면 KISA 리포트 2월호를 내려 받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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