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2014] 어떤 스마트홈이 있었나?

해마다 열리는 가전 업계의 가을 잔치 IFA를 들를 때마다 듣는 말이 있었다. CES의 재탕 같은 행사를 왜 가느냐는 것이다. 늘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는 CES와 다르게 제품 중심의 전시회로 치러지는 IFA에 대한 시선은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이런 생각으로 IFA를 찾았던 이들은 아마도 CES보다 조금 더 흥미로운 제품들을 둘러봤을 게다. ‘스마트홈’이라는 키워드를 품은 제품들이 한꺼번에 전시장을 채운 덕분이다. 무엇보다 설명 자체가 버거운 사물 인터넷이라는 말을 구구절절 읊어야 하는 고민 없이 가정에서 쓰는 수많은 제품들이 인터넷을 거쳐 서로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보았다면 그것 만으로도 해설을 생략해도 좋을 전시가 몇몇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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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엘레(Miele)는 Qivicon 기반 스마트홈을 꾸몄다
그런데 분명 다른 제어 방식을 가진 제품이더라도 대부분의 이용 방식은 엇비슷한 점도 있다. 2015년에 내놓을 수백가지의 가전 제품을 하나의 앱으로 제어할 수 있는 미보쉬와 지멘스처럼 공통된 앱을 통해 가전 제품의 안을 들여다보고 기능을 조정하는 홈 커넥트(Home Connect)는 형태는 다르지만 앱을 이용해 다루는 경험의 차이는 거의 없다. 이들 제품은 진화한 스마트 가전의 대표 형태로 이야기할 수 있을 뿐 실질적인 스마트홈과 조금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에 비해 미엘레앳홈(Miele@home)에서 수용하고 있는 키비콘(Qivicon)은 좀더 다양한 업체와 영역을 포괄한다. 모바일 앱으로 다루는 방식은 비슷할 수 있으나 키비콘 홈베이스를 통해 제어할 수 있는 사물 인터넷 장치의 폭이 훨씬 넓고 참여 업체도 많아 보인다. 스마트 플러스나 보일러, 움직임 감지 센서, 무선 스위치를 비롯해 더 많은 제품을 조작할 수 있다. 하지만 미엘레 전시장에서 확인한 수많은 참여 업체 가운데 실질적으로 이 연합체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것은 미엘레다. 삼성도 이 연합체에 이름을 걸어놨지만, 관련 제품은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그럴싸한 스마트홈의 모델을 선보인 건 LG전자일 게다. 가전 장치와 대화하는 홈쳇을 활용한 스마트홈을 전시했는데, 실제 작동환경은 단순하면서도 세세히 뜯어보면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구성했다. LG 홈챗은 마치 사람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듯이 LG 세탁기나 로봇 청소기 등 가전 장치와 문자를 주고 받으며 기능을 다루도록 만든 기능이다. LG는 이 홈챗을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에 적용, 이용자가 집을 떠나거나 들어갈 때에 맞춰 에어컨이나 전등, 스피커 등 가전 장치를 켜거나 끄도록 했다. TV가 있다면 TV에 세탁이 끝났다거나 하는 메시지도 출력하지만, 전시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이때 각 장치를 상호 연동하는 기술은 올조인을 도입했다. LG가 올조인 프레임워크에 기반해 상호 연동되는 장치를 만들기 위한 올신 얼라이언스의 회원사라는 이유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물론 LG 부스에서 이와 관련된 설명을 했다면 꽤나 복잡했을 터라 기술적인 부분은 모두 생략했다. 하이얼, 일렉트로룩스, 파나소닉 등 올신 얼라이언스 회원사의 부스에서 세탁기, 에어컨, TV, 스피커 등 올조인 기반의 제품들을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LG가 규모는 작아도 좀더 체계적인 전시를 한 듯하다.

삼성도 스마트홈을 소개하기 위해 전시장 한복판에 집 한 채를 꾸몄을 만큼 이에 대한 공을 많이 들이긴 했다. 매 시각마다 스마트홈 상황극을 공연하면서 스마트 워치와 음성 명령으로 가전 제품을 다루는 모습을 재미있게 연출했고, 군데군데 모바일 장치에서 앱을 이용해 세탁기, 에어컨, 각종 전구, 자물쇠 등을 조작하며 스마트홈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데 많은 시간을 쏟은 듯하다. 다만 이용자가 실질적으로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어 실질적인 이해가 어려운 점도 없진 않았는데, 아마도 지금 삼성이 홈 스마트를 말하기는 조금 애매한 위치에 있는 탓이기도 할게다. 삼성은 올신 얼라이언스와 다른 사물인터넷 표준 단체인 OIC(Open Interconnect Consortium)의 회원사이기는 하나 이 컨소시엄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술을 적용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삼성 홈 프로토콜(Samsung Home Protocol)을 이용한 독자적인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어 다른 가전 제품과 호환성은 부족하고 같은 회원사들과 공동의 노력을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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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스마트홈 무대를 꾸미고 다양한 환경에서 가전 제품을 손쉽게 제어하는 상황극을 재연했다

이러한 대형 가전 업체의 제품들이 아니라도 스마트 스위치나 무선 공유기처럼 스마트홈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크고 작은 제품들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IFA가 열리는 메세 베를린이 워낙 크고 복잡해 이런 제품을 보려면 샅샅이 뒤지고 다녀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긴 했지만, 그래도 지나는 길에 이런 제품을 만나면 마치 보물 찾기용 쪽지를 찾은 듯한 반가운 기분은 숨길 수가 없다.

그런데 이번 IFA는 분명 스마트홈을 구성하는 재료는 넘치긴 했어도 이 재료를 한데 버무려 내놓은 곳은 드물다. 사실 대형 업체들 중 대부분은 모바일과 결합한 스마트 가전의 개선 버전을 내놓는 데 그친 곳이 많았던 것이다. 사실 자기들의 제품 이외의 기술을 부스에서 소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물론 스마트홈을 위한 가전 제품을 들고온 모든 업체가 같은 방식과 지향점을 가진 것은 아니다. 각 가전 제품을 다루는 방식이나 규격이 모두 똑같다고 볼 수는 없다. 일부는 가전 제품들을 다루는 부분은 비슷한 점도 발견되지만, 스마트 가전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제법 많이 한 때문인지 새로운 시도도 있던 것이다. 여러 가전 업체들 가운데 업계간 논의되고 있는 사물 인터넷 기술을 담거나 똑같은 제어 방식을 쓰기로 합의한 제품을 함께 내놓은 업체들이 늘어난 것도 아마 CES때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일 게다. 문제는 이러한 스마트홈이 주부들을, 아이들을, 아빠들을 편하게 할까? 왠지 또 알아야 할 것만 많아진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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