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컴퓨텍스에서 엔비디아 롭 청고 기업 마케팅 부사장과 인터뷰를 했을 때 그가 보여준 슬라이드 속의 이미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1999년과 현재 시점에서 같은 비용으로 살 수 있는 IT 장치에 대한 비교 이미지였는데, 엔비디아의 실적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 것은 아니었으면서도 많은 의미를 압축하고 있던 터라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전자는 3200달러 짜리 PC가 기술의 발전을 거듭한 덕분에 더 작고 강력한 장치를 값싸게 구매할 수 있게 된 시대적 변화를 이야기한 것이었고 그것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여서 색다른 의미는 찾아 낼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후자는 다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었는데, 이것은 과거와 현재의 동일한 예산에서 구입하는 IT 장치를 의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과거에는 3200달러를 주고 한 대의 PC를 살 수 있었고, 지금은 더 많은 IT 장치들을 구매하는 데 3200달러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사람마다 그 비용의 차이는 많이 있지만, 대부분은 필요한 장치를 새로 사거나, 오래된 것을 바꾸면서 그 비용이 줄어드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많은 기업과 이용자들은 IT 지출에 대한 비용 절감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절감된 비용을 다른 곳에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IT와 관련된 비용으로 재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PC 한 대만 살 수 있는 비용은 줄어들었지만, 그 비용을 또다른 IT 기기를 사는 데 지출하면서 결국 예산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비용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IT 장치의 세분화와 패션화, 여기에 빨라진 교체주기가 더해진 결과일 것이다. 과거 PC만 필요했을 때와 다르게 지금은 상황에 맞춰 쓸 수 있는 전문화된 장치를 더 필요로 하는 데다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 주기도 빨라질 수밖에 없는 여건이 만들어져 지출을 앞당기는 현상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를 테면 소통의 방법과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휴대폰도 스마트폰으로 진화했고, 미디어의 소비 방법과 유형이 달라지면서 스마트 패드도 빼놓을 수 없는 장치가 되어 가는 것처럼 장치의 전문화, 세분화가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이러한 장치의 교체주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의 세분화는 장치의 전문성을 의미하는 것과 상관없이 단순한 패션 아이템으로서 필요한 과시 본능도 무시하긴 힘들다. 전문적이면서 복합적인 기능이 아니라 커피 테이블 위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구매욕을 충족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특히 IT 장치의 패션화에 대한 영향은 유행에 뒤쳐지지 않는 제품으로 서둘러 교체하려는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데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장치의 활용성을 넓히는 부수적인 디지털 액세서리까지 포함하면 그 지출을 줄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결국 어느 시장이 지출에 대한 학습을 잘 해나가고 있느냐에 따라서 시장성을 따져보는 것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된 것 같다. 어찌됐든 일정한 간격으로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어내게끔 능력을 가진 제품을 만드는 것이 진짜 영리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제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siri, s voice, q voice에 대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각해 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새삼스럽긴.
비슷한 이유로 저는 ‘바디 교환형 렌즈’ 라는 바디 천국 소니 카메라의 전략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죠 ㅎ
소니만 노예던가요. 애플의 노예기도 하신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