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가 스타트업에 문호를 연지도 벌써 3년이 흘러간다. IFA NEXT를 통해 차세대 제조 기업들을 소개해 온 이 자리에 한국 스타트업도 해마다 참여해 왔고, 올해도 적지 않은 스타트업이 그곳에 자리를 틀었다. IFA 2019에서 만난 한국 스타트업의 특징은 전년보다 훨씬 높은 완성도를 갖춘, 이미 양산화가 확정되어 시장 개척을 목적으로 참여한 기업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새로운 바이어를 만나기 위해, 또는 아이디어를 진척시킬 수 있도록 힘을 보탤 투자자를 찾아 먼 베를린까지 힘들게 찾아온 한국 스타트업의 제품 몇 가지를 소개한다.
한 손 조작 드론, 쉬프트(SHIFT)
‘한국의 DJI를 꿈꾼다’ 같은 판에 박힌 수식어는 필요 없을 듯하다. DJI가 경계하는 드론 스타트업이라는 표현이라면 모를까. 쉬프트(SHIFT)는 한 손으로 조작하는 드론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비밀은 컨트롤러다. 쉬프트의 컨트롤러는 직육면체 형태의 길죽한 막대를 손에 쥐고 작은 고리를 낀 엄지 손가락을 움직이면 그 방향으로 드론이 움직인다. 엄지를 위로 튕기면 드론이 올라가고 오른쪽이나 왼쪽, 앞뒤로 움직이면 그 방향으로 드론이 날아간다.
개발진들은 쉬프트를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즐기는 패밀리 드론을 목표로 개발한 것이어서 드론을 날리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없도록 이러한 조종 시스템을 완성했다. 쉬프트는 100g 안팎의 무게라 드론 비행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제품이다. 카메라는 내장 되어 있지만, 짐벌은 아니어서 촬영 각도 조정은 제한적이다. 가격은 30만 원대 중후반으로 큰 이변이 없는 한 9월 말 출시된다.
하루 5분이면 눈이 회춘, 에덴룩스의 오투스(Otus)
스마트폰이나 모니터, TV를 오랫 동안 보는 이들은 어느 순간 시력이 약해진 것을 느낄 때가 있다. 한번 떨어진 시력을 회복하는 것은 거의 어려운 일이지만, 이를 도와주는 장치가 있다. 에덴룩스의 오투스는 매일 하루 5분만 쓰면 시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고글 형태의 이 장치는 마치 안경점에서 시력 측정을 하듯이 렌즈가 바뀌면서 시력을 조정한다. 이는 초점을 맞추기 위해 안구의 이완과 수축을 통해 운동을 시켜주는 것으로 피로에 지친 안구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이 장치는 앱으로 안구 훈련 상태 및 개인별 맞춤 설정을 할 수 있다. 하나의 장치에 4명까지 등록해 쓸 수 있는데, 각 이용자에 따라 자동으로 설정이 적용되어 가족이 함께 쓰는 데 큰 무리는 없다. 하나의 장치를 더 많은 이용자가 함께 쓰려면 유료로 계정을 추가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이미 국내 소셜 커머스를 통해 웰니스 장치로 판매 중이다.
AR로 방향 잡은 다자 영상 통화 앱, 스무디(Smoothy)
최근 여러 이용자가 동시에 영상 통화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이 늘고 있다.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하거나 방 탈출 같은 게임을 즐기거나 화상 통화로 연결한 채 각자 다른 일을 하면서 필요한 대화를 나눌 때도 있다. 이러한 다자 영상 통화를 할 수 있도록 개발됐던 스무디가 AR 캐릭터 기능을 보강해 IFA에서 선보였다. 이 기능은 이용자가 스마트폰에서 AR 캐릭터를 생성한 뒤 다자 통화 연결 때 사용자의 AR 캐릭터를 실시간으로 적용해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꼭 이용자 본인의 AR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스무디가 준비 중인 AR 스티커를 적용하면 얼굴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
스무디의 AR 영상 통화는 친구들이 나의 모습을 AR 캐릭터로 볼 수 있고, 다른 친구의 AR 캐릭터를 볼 수도 있다. 다만 스무디는 현재 삼성 C-랩의 외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AR 영상 통화는 삼성 5G 스마트폰(갤럭시 S10, 갤럭시 노트 10, 갤럭시 A90 5G 등)에서 먼저 경험할 수 있게 준비 중이다. 삼성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AR 캐릭터를 생성하고 이를 영상 통화에 적용할 수 있지만, 다른 스마트폰 이용자는 영상 통화를 할 수는 있으나 AR 캐릭터 기능은 제한된다. 일반 다자 영상 통화는 지금도 가능하고, AR 영상 통화 서비스는 머지 않아 서비스를 시작한다.
마사지 좀 해 봤다는 창업가의 자가 마사지기, 스트릭(Strig)
뭉친 근육을 풀어 주는 전문 마사지사들은 뭉툭한 날을 가진 여러 유형의 마사지 도구를 이용한다. 그런데 마사지 전문 도구와 마사지사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없이 이용자 홀로 근육의 피로를 풀 수 있는 마사지 도구가 있다. 공동 창업가인 전문 마사지사가 설계한 스트릭은 마치 손에 끼우는 무기인 너클처럼 보이지만, 끝 부분에 마사지 도구가 달려 있다. 장치를 켜고 근육 부위를 힘주어 밀어 내면 마사지 날에 전달되는 미세 전류와 미세 진동으로 근육 깊숙이 신호가 전달되어 좀더 쉽고 빠르게 이완 작용을 돕는다.
스트릭은 킥스타터 같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모집한 뒤 현재 초기 백커에게 전달할 제품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진척에 따라 단계별 투자금을 모으는 스타트업의 자금 모금 방식을 따르지 않고 최소화된 규모로 조직 및 생산 관리를 하는 등 독자적인 생존법을 찾고 있는 점에서 흥미롭다.
코딩으로 날리는 드론, 로보링크 코드론 미니와 코드론 2, 그리고 주미
대부분의 드론은 컨트롤러를 이용해 사용자가 조작하는 재미가 있지만, 로보링크의 코드론 미니와 코드론 2는 색다르다. 이 두 개의 드론은 이용자가 코딩을 하는 대로 비행할 수 있는 드론이라는 점이다. 블록형 코딩을 활용, 드론의 비행 높이와 방향을 지정하고 시간을 정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뒤 이를 컨트롤러로 전송하면 컨트롤러가 이식된 코딩 정보에 따라 드론을 대신 조종한다. 자기가 짠 코드를 통해 날아다니는 드론을 보면서 프로그래밍과 드론 비행의 재미를 함께 준다. 또한 GPS가 없어도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설계했고 한 대의 노트북으로 5대의 드론을 동시에 다룰 수 있어 군집 비행을 위한 연습을 위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로보링크의 또 다른 제품인 주미는 자율 주행을 위한 인공 지능에 대해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미니 자동차 키트다. 이 자동차는 이미지를 인식하는 기능을 담고 있는데, 이용자가 자동차가 찾아가야 할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면 이를 인식한 자동차가 알아서 그림과 비슷한 이미지를 찾아간다. 예를 들어 에펠탑과 비슷한 그림을 그려 주미에 보여주면 이를 인식하고 주변에 에펠탑 사진이나 모형이 있으면 알아서 그곳까지 달려간다. 주미는 복잡한 길을 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림을 그려 인식시키는 과정을 통해 인공 지능 학습과 추론을 간단하게 살펴볼 수 있는 만큼 교육 목적의 활용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QR 코드 찍으면 뜨는 AR 앱이 떠억, AR 앱 저작 도구 렛씨(Letsee)
일반 응용 프로그램과 마찬 가지로 증강 현실 응용 프로그램 역시 목적에 맞게 만들고 배포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그런데 렛씨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이용자가 증강 현실 정보를 볼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냈다. 렛씨는 이용자가 QR 코드를 찍기만 하면 AR 정보를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볼 수 있는 AR 앱 저작 도구다. 이를 테면 그림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을 때 QR 코드를 읽은 뒤 그림에 스마트폰을 대기만 하면 해당 그림의 자세한 정보가 브라우저를 통해 화면 위에 겹쳐 표시된다. 이러한 방법으로 조명이나 다채로운 사물 인터넷 장치도 별도의 앱을 실행하지 않고도 곧바로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제어할 수 있다.
이처럼 렛씨는 QR 코드만 찍으면 정보나 장치를 조작할 수 있는 제어 기능을 인터넷에서 불러와 브라우저에 띄우므로 AR 응용 프로그램을 좀더 손쉽게 만들어 배포할 수 있다. 물론 이용자는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저작 도구는 개발을 원하는 이들에게 유료로 서비스된다. 정식 서비스까지 좀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QR 코드를 읽어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증강 현실 정보가 뜬다면 렛씨의 저작도구로 제작한 것일 수도 있으니 기억해두자.
덧붙임 #
한국 부스와 바로 옆 일본 부스의 모습. 몇 해가 지나도록 부스 디자인의 발전을 느낄 수 없는 한국관은 외국 전시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으나 이번도 개선되지 않았다. 개방형 부스 디자인을 채택해 매우 넓고 쾌적한 일본의 부스 분위기와 대비됐던 터라 더 속상하다. 한국의 답답한 부스 디자인, 내년도 전시회에서 더 이상 보지 않기를 바란다. 제발.
IFA 2019의 한국 스타트업 제품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마지막에 보이는 한국과 일본의 부스 디자인 차이는… 안타깝네요.
필자분과 마찬가지도 저도 부스가 조금만 공개적으로 바뀌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디자인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여러 외국 전시회에서 한국 기관의 부스를 자주 보고 있는데, 참 바뀌지 않네요. 내년엔 다른 소식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