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PC사랑 2004년 9월호에 실었던 기사임을 밝힙니다)
‘벼룩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나?’
10년 만에 찾아온 가마솥 더위보다 더 짜증나고 불쾌한 것이 3년 만에 재현된 IP 공유 금지 시비다. 지난 2001년, 인터넷과 공유기 업체가 벌였던 날카로운 신경전은 어정쩡한 정부의 중재안을 양측이 받아들여 갈등을 봉합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때 꺼지지 않은 갈등의 불씨를 KT가 다시 지핀 것이다.
2004년 1분기 매출 5천500억, 대한민국 초고속 인터넷을 쓰는 1천200만 가입자 가운데 절반인 600만 가입자를 보유한 거대 기업 KT의 ‘좁쌀’스런 비즈니스가 국내 네트워크 환경을 후퇴시키고 있다. 2001년에 큰 홍역을 치렀던 IP 공유 금지를 재차 시도하고 있어서다. IP 공유 금지란 초고속 인터넷과 연결된 PC 1대 외에 다른 PC나 노트북, 네트워크 장치를 연결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 이렇게 되면 이용자는 IP 공유를 하더라도 약관 위배에 따라 엄청난 위약금(최근 6개월 평균 서비스 이용료×공유 대수×3)을 물어야 한다. KT는 벌써 공유기를 쓰는 이용자를 찾아내기 위한 시스템 개발을 착수한 상태고 연말쯤에 가동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를 지켜본 대다수 네티즌과 업계 관계자들은 KT에 대한 비판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발표시기부터가 시빗거리다. KT는 영업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사안이 아님에도 예상되는 반발을 피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산으로 들로 휴가를 떠난 8월 첫 주에 기습적으로 이 사실을 알렸다. 초고속 인터넷의 선두 기업이 보여주어야 할 당당한 자세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무선 인터넷을 위한 음모 이론
발표부터 상식 밖인데 그 내용은 오죽할까. KT는 IP 공유 금지의 근거를 1PC에 1IP를 부여하도록 규정한 이용 약관을 들고 있다. 공유기를 쓰는 이용자의 과도한 트래픽을 발생시킨다는 빈약한 논리를 내세웠던 지난번보다는 훨씬 나은 근거다. 문제는 KT의 논리가 KT 이외에는 아무에게도 합리적일 수 없다는 데에 있다.
‘더 쓰려면 돈을 더 내라’는 게 이번 IP 공유 금지의 골격이다. 가상 사설망(VPN) 업자들이 몇 배 더 비싼 전용선을 놔두고 몇 개의 값 싼 메가패스 라인과 공유기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하고 있는 점을 든 것도 똑같은 맥락이다. 접속 요금을 받아 챙기는 기업 입장에서 이렇게 새는 돈이 아깝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만, 실상은 나중을 대비해 지금 입장을 확실하게 정리하겠다는 속셈이다.
그 ‘나중’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노트북, PDA는 물론 게임기나 DVD 등 홈엔터테인먼트 정보 가전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홈네트워크 시대가 열려서 집안의 모든 제품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잇고 인터넷을 쓴다고 가정했을 때 KT가 챙겨갈 수 있는 이득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무엇보다 KT를 조바심 나게 만든 것은 무선 인터넷이다. 어차피 유선 인터넷 가입자는 더 늘지 않을 게 뻔한 상황에서 남은 건 이것 뿐이어서다. KT는 전국에 1만개가 넘는 넷스팟 존을 만들고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으며 무선 인터넷 이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이제 겨우 30만명이 쓰고 있다. 그런데 집에서 유무선 공유기로 인터넷에 접속을 하면 넷스팟에 가입하지 않거나 추가 ID를 사지 않아도 무선 인터넷을 할 수 있다. KT가 IP 공유 금지를 새삼 강조하는 것은 이런 이용자의 주머니를 터는 합법적 장치를 마련해 두겠다는 것이다.
IP 공유는 대한민국 인터넷 기술의 문제
KT에 결코 호감의 눈길이 가지 않는 데에는 순간의 이익에 눈 먼 전형적인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어서다.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볼 수 없는 IP 공유 금지는 단순히 일반 이용자나 공유기 업체의 피해만 가져오는 게 아니라 국내 네트워크 기반을 후퇴시키는 일이다. IBM이나 인텔이 우리나라에 R&D 시설을 유치한 것은 세계 제1의 초고속 인터넷을 구축한 인프라가 있어서다. 그저 초고속 인터넷을 깔아서가 아니라 1천200만명의 투자로 만든 테스트 베드 환경이 그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더구나 정통부가 9대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면서 강력하게 밀고 있는 지능형 홈 네트워크 사업은 IP 공유를 전제로 진행되고 있다. KT의 욕심대로라면 홈 게이트웨이나 홈 서버, 네트워크 하드디스크 등 IP 공유로 작동하는 장치들은 전부 새로 만들거나 이용자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한 쓸모없게 된다. 홈 네트워크 관련 사업과 제품 개발도 재검토되어야 할 판이다.
IP 공유 문제는 이제 단순히 초고속 인터넷 업체와 공유기 업체의 밥그릇 싸움 문제가 아니다. 네트워크 산업 전체의 문제이자 이용자들의 추구해야 할 이익의 문제다. 요즘처럼 주머니 열기 어려운 시기에 4~5만원이나 하는 인터넷 접속 비용을 지출하는 이용자들의 노력은 아랑곳 않고 이익만 외치는 기업의 어리광을 누가 받아줄까?
농사를 잘 짓는 농부일수록 떨어진 볍씨를 줍지 않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새 먹이는 남겨둔다. 아무리 기업 이익과 가치를 따지는 시대라지만 농사짓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KT는 새 먹이나 주우면서 농사를 지을 기업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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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반복되는 논쟁의 재탕… 날도 더운데 이제는 뭐라 말하기도 지친다. KT여, 수많은 사용자들의 반발을 알면서 논쟁의 중심에 서려는 수작은 이제 그만하자. 이런 논쟁의 원인이 사용자에게 있다고 아직도 투덜대는 것인가? 진정으로 논쟁의 종지부를 찍고 싶다면 그대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납득할만한 근거부터 제시하는 게 순서가 아니던가? 매번 내놓는 그 빈약한 근거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지 않는가? 차라리 깨끗하게 물러서서 사용자를 매료시킬 새 서비스나 더 개발하는 것이, 그대들의 횡포에 지긋지긋해 하는 사용자들의 목소리인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했단 말인가?
다음번에는 2010년 8월이겠군요.
Draco님.. 예리하시군요! ^^
……
일단 한번 지켜보렵니다..
그곳에서 지켜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군요.. ^^
심심하면 나오는 KT의 공유기 사용 제재 기사가 또 나왔다. 전자신문 : KT, 메가패스 불법공유 해결 나섰다 지난주 KT의 실적발표에도 나왔지만, KT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의 성장은 사실상 정체..
저도 이걸 보고 할 말이 없었답니다. KLDP에서도 이야기거리가 되었던 것인데, 도대체 뭐가 불법공유인지를 모르겠더군요. 전 원래 KT 썼는데 이 녀석들이 사용자인증을 예고없이해서 끊고 하나로로 갈아탔습니다.
하나로에서는 공유기 금지도 없고 실사용자인증인지 뭔지하는 말도 안되는 짓을 안해서 지금 아주 잘 쓰고 있고요. 하여튼 KT, 배가 너무 불렀더군요. 좀 맞아야 정신을 차릴것 같습니다
사실 ‘불법’이라는 단어 자체를 쓸 수가 없습니다. 단지 약관 위배 사항일 뿐 공유기 사용을 법으로 강제한 적이 없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이에 대한 언론이나 블로거들은 명확하게 선을 그어서 표현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요. 대응 역시 불합리한 약관 개정을 지적하고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게 차후에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는 방법이라 여겨집니다.
KT의 공유기 제재가 본격 시행을 앞두고 여기저기 항변들이 많네요. KT의 입장이 일견 이해는 갑니다. 그들이 정한 지금의 요금제는 사용자들이 24시간 동안 Full Speed로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전..
KT에서 내달부터 IP공유기 사용자들에 대한 제재를 시작한다고 합니다.지속 사용자에게는 라인을 차단하거나, 추가 비용을 부과하려고까지 하는군요. 약 2년전부터 IP공유기 사용유무를 확인..
칫솔님의 해당 포스트가 8/1일 버즈블로그 메인 탑 헤드라인으로 링크되었습니다.
^^;
안녕하세요~ 태터앤미디어 TF에 은근슬쩍 끼어 든 꼬날입니다. 🙂 실은 젊은영 TF팀장의 ‘태터앤미디어는 엄청 잘 될 수 밖에 없어. 재미있을거야~’라는 꼬드김(?)에 넘어 가 이 TF의 일을 하게 ..
최근에 KT가 다시 공유기 문제를 끌고 나왔습니다. 그 기사는 전자신문(디지털 타임즈)의 “KT, 메가패스 불법공유 해결 나섰다 – [전자신문] 2007/07/29″기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주요 골자는 공..
아마, 2010년 8월이 아니라 2008년 봄에 다시 이야기 나올껄요. 제 글을 보시면 제가 언제 그런 이야기가 있었는지 기사를 다 찾아놨거든요. ^^
ㅎㅎ 그렇군요. 데굴대굴님의 증거수집 능력을 믿어야겠네요. ^^
KT불쌍하군요..
정통부나, 타른 통신사나, 고객들이나.. 안잡아먹어서 안달인.. 공룡 KT
너무 머라하지 말죠.. 알아서 할테죠..
그래도 KT가 있어서 다행이지 않나요?
도서지역, 낙후지역에 누가 투자하겠습니까? 하나로, 파워콤은 좋은시장에만 발을 들이고..
‘KT가 있어 다행이다’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KT가 투자를 해서라… 죄송하지만 전국 도서 지역에 대한 투자는 정통부가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매년 막대한 세금을 통신 사업자에게 지원을 해준 것이기 때문으로 아는데요..? 혹시 제가 잘못 알고 있나요?
허허 공룡 개티가 불쌍하다라 …..
정말 불쌍한 기업들을 못보신것 같은데요
개티가 꼼수가 없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도서지역에 투자를 했다면 제 성을 갈죠
단 공기업 시절의 투자를 제외하고 …..
기본적으로 초고속 이용약관을 보면 KT, 하나로, 파워콤등 모든 사업자가 다수의 단말기(컴)를
사용시 추가단말서비스라고해서 추가요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KT나 하나로를 제외하 파워콤은 아직 단속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바뀔지 모르는 정책이라서 ㅠㅠ)
앞으로 단속을 할 수도 있고.. 안할수도 있고.. 알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나중에 단속을 하더라도 현재는 파워콤으로 교체하시는 것이 1차 방법일 듯 합니다.
그러나 임시 방편일 뿐 확실히 처리하고자 하신다면 “엑스피드오피스”를 추천합니다.
http://cafe.naver.com/konbc
감사합니다.
맞아요. 할 수도, 안할 수도 있죠. 뭐 그때가서 뭐로 쓸지 고민해보지요. 카페 건승하시길 ^^
KT 배불렀군요..-_ -;;
더이상 수익증대가 잃어 나지 않는 인터넷 포화상태라서 그런가..
수익 창출을 위한 어떤 KT사원의 대책안이 통과 되었나 보군염
대당 5000원이면… 요즘 보통 집집마다 컴퓨터 2대는 기본으로 있을겁니다?
음… 유비쿼터스 홈네트워크 시대는 부자들만의 것이었쿤염..
거진 모든 전자제품에 인터넷이 연결 되어야헐터인데….
대당 5000원 x (냉장고+세탁기+TV+에어콘+가스레인지+기타등등) 한달에 기본료 + 5~6만 정도 더나오겟네염.. 역시 KT에 들어갈려면.. 저정도 대안은… 그냥 몇자 적어봤습니다.
앞으로의 KT 업무 정책
2008년 4/4분기 IP공유기 사용시 3대부터 5000원 부과
2010년 2/4분기 종량제 실시. 3만원으로 한달 100시간
2012년 3/4분기 인터넷 패킷제 실시. 1패킷당 2원의 요금이 부과 됩니다.
이렇게~ 바뀔수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