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LG PC의 히트작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그램(gram)이다. 가볍게 들고 다니며 작업할 수 있는 노트북을 찾는 이들에게 980g이라는 무게를 내세운 가벼운 그램의 컨셉이 제대로 먹혀 든 것이다. 물론 지나치게 무게를 뺀 탓에 짧아진 배터리 시간 같은 단점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은 불가피했지만, 그래도 그램을 선택한 이용자들은 적지 않았다.
이처럼 LG는 그램의 컨셉이 먹혀 든 것에 큰 자신감을 얻은 모양이다. 2015년형 LG PC를 이끌 대표 제품으로 또 다시 그램을 내세운 것을 보면 말이다. 1월 14일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공개한 2015년형 PC 제품군은 그램 외에도 올인원 PC와 하이브리드 태블릿도 함께 올려놨다. 하지만 그램에 쏟은 것보다 더 많이 공들인 제품은 눈에 띄지 않았다.
신형 LG 그램이 돋보인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말할 순 없다. 2015년형 그램의 이름은 그램 14와 그램 15. 제품 이름 뒤에 붙인 숫자 ’14’와 ’15’는 화면의 크기, 즉, 14인치와 15인치 화면을 가진 제품이라는 뜻이다. LG가 가장 공들여 만든 것은 주력 모델인 14인치 그램 14다. 그램 14의 비교 모델은 13.3인치 화면에 980g의 무게를 가진 맨 처음 내놨던 그램이다.
새로운 그램 14의 무게는 제원표에 종전과 같은 무게로 적어 뒀다. 실제 저울에 올려 잰 무게는 희한하게도 제원보다 더 가볍다. 혹시나 모를 오류를 줄이려 한 것인지 980g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유지하려는 것인지 의도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일단 무게는 빼지 않은 걸로 칠 수밖에 없다. 무게만 달라지지 않았을 뿐 그 안의 부품은 모두 갈아 엎었다. 5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로 그래픽 성능을 올리고 고밀도 배터리를 넣어 10.5시간 동안 버틸 체력을 길렀다. 배터리 시간은 종전 모델보다 17% 더 늘렸다. 몸뚱이도 카본 마그네슘, 리튬 마그네슘 등 신소재를 적용해 내구성을 높이면서도 무게를 줄였다.
14인치로 더 키웠음에도 전체적인 크기는 종전 그램과 같은 크기로 유지했다. 보통 큰 화면을 쓰면 화면 테두리의 크기 만큼 본체를 크게 만들었지만, 대체적으로 양옆 테두리를 얇게 만드는 최근 노트북의 추세를 잘 반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양옆 테두리는 얇아도 화면 양옆의 검은 띠와 같은 이너 베젤이 있어 화면 크기가 생각보다 작은 느낌도 감추기 어렵다. 테두리와 화면을 정확히 일치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LG 관계자는 “사전 소비자 조사에서 이너 베젤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부분에 대해 개선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이너 베젤이 없는 상태인 것처럼 방영되고 있는 광고들은 제품 발표회 당일부터 모두 수정되어 나간다고 밝혔다. 그램 15는 이와 같은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새로운 기능들도 몇 가지 추가됐다. 이용자 얼굴로 로그인하는 페이스 인, 시력에 영향을 미치는 블루라이트를 줄이는 리더 모드, 고음질 음악을 들을 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울프슨 DAC 고음질 사운드 등이다. 하지만 정작 이동성을 강화화는 기능들이 빠진 것은 어딘가 아쉽다. 특히 최근 노트북이나 태블릿에서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과 연동하는 기능은 빠져 있다. 외부 입출력 단자는 USB 3.0 2개와 HDMI, 이어폰, 마이크로SD 카드 리더 등이다. 세 가지 색깔을 선택할 수 있는 그램 14Z950-GT50K(인텔 코어 i5 5200U, 8GB 램, 128GB SSD)의 가격은 169만9천원이고, 인텔 코어 i7 5500U을 넣은14Z950-GT70K(8GB 램, 256GB SSD)는 209만 원, 코어 i3를 넣은 14Z950-GT3MK(8GB램, 128GB SSD)는 151만 원이다.
LG는 그램 14가 휴대성을 중시하는 고객과 노트북의 생산성을 요구하는 두 고객층을 아우르는 제품이라고 밝혔다. 휴대성 중시하는 고객들이 13.3인치와 같은 작은 화면의 제품을 중시하는 것과 노트북의 생산성을 고려해 15.6인치 화면을 선택하는 이용자를 고려해 화면을 늘리고도 크기를 유지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무게는 종전과 같거나 더 가볍고 USB 단자 두께와 거의 차이를 못느낄 만큼 본체가 얇아졌다. 이래저래 살펴보니 많이 뺀 건 없어도 더한 건 제법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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