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9월 20일 오전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9월 29일 출시하기로 결정하고 사업자와 협의 중이라던 LG V20의 출고가가 써 있는 보도자료였다. 얼마로 정했는지 궁금했다. 89만9천 원. 물론 출고가이므로 부가세는 제외된 가격이다. 이 보도 자료를 몇번이나 다시 들여다봤는지 모른다. 정말 이 가격이 맞나 싶어서. 물론 기대했던 가격은 아니다. 그것도 조금 다른 정도가 아니라 차이가 아주 많은…
그런데 이 보도자료에서 말한 가격은 LG V20으로 준비한 사은품의 구성을 본 이후 메인 요리 앞에 나오는 맛없는 전채 요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사은품 자체만 보면 나쁜 것은 아니다. LG전자는 V20의 기프트팩으로 무려 3가지나 준비했다. 넥밴드형 이어폰인 톤플러스(HBS-900)와 블루투스 스피커(PH1), 그리고 배터리팩이다. V20 구매자는 이 묶음을 5천원에 구입할 수 있다. 모두 합치면 20만7천 원 상당이다. 결코 손해라 할 수 없는 구성 아닌가.
이 정도면 ‘아싸!’ 환호성을 질러야 맞다. 하지만 알만한 사람은 그게 아니라는 걸 안다. 이 사은품은 LG V20의 장점을 살리는 데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지난 7일 LG V20 발표로 돌아가볼까? 아니, 발표 이전으로 돌아가보자. 8월 11일 쿼드 DAC 탑재, 8월 22일 마이크 합성 티저 공개, 8월 24일 B&O 제휴 발표 등 오디오 관련 보도자료만 3건이다. 발표 전에도 그랬고, 발표 때에서 오디오 쪽에 더 무게를 싣고 있던 LG다. 발표 전에도, 발표 뒤에도 오디오 하나 만큼은 LG V20 만이 줄 수 있는 절대적인 능력이라는 메시지를 읽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변환할 때 손실과 잡음을 줄이는 DAC(Digital to Analog Converter)를 4개나 실은 스마트폰, 32비트 384Hz 음원을 들을 수 있는, 하이파이 오디오에 준비된 스마트폰이 V20이다. 여기에 B&O Play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오디오에 강한 스마트폰으로 그 이미지를 제법 잘 포장했다.
그런데 가격이 공개되니 한쪽에선 비싸다고 하고, 사은품을 공개하니 다른 쪽에선 그건 의미 없단다. LG는 절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 가격을 사람들은 왜 비싸다고 이야기할까? 더 많은 부품과 오디오 기능을 넣어 원가가 올랐다는 해명은 구매자에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많은 이들에게 이해를 받아야 하는 가격이라는 말은 그만큼 지금 LG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이미지에 대해 어떤 의문을 갖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서다.
그렇다고 V20의 이미지를 끌어올릴 모든 기회가 박탈된 것은 아니다. 오디오를 감안하면 그것이 절대 비싼 게 아니라고 말할 구실을 찾을 게 아니라, 오디오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이유를 더했으면 모르는 일이다. B&O와 협업해 만든 번들 이어폰이 아니라 V20의 재생 성능을 보완해 줄, 하이파이 오디오의 이미지에 어울릴 만한 패키지가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더 어이없는 선택을 한 LG전자다. 왜냐면 사은품으로 정한 두 개의 오디오 제품이 모두 무선이라는 점이다. 이 제품들에 aptX 코덱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지만, 핵심은 그게 아니다. aptX 역시 손실 압축을 피할 방법이 없기에 4개의 DAC를 넣은 V20의 하이파이 오디오 성능을 제대로 경험하긴 힘들다. 그나마 고성능 헤드폰을 유선으로 꽂았을 때 V20의 오디오는 제 능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블루투스 오디오를 사은품으로 고르라니… 차라리 하이파이 오디오에 어울리는 더 비싼 헤드폰을 묶어 좀더 비싼 가격의 패키지로 함께 내놨다면 어쩌면 이해했을 것이다. 어쩌면…
물론 제조 원가가 올라 더 가격을 내릴 수 없는 불가피한 배경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믿어야 한다면 그런 거라고 믿고 싶다. 다만 LG전자가 이 가격에 내놓아도 기대 만큼 팔릴 거라는 자신감의 표현 또는 값을 내릴 수 없다는 마지막 자존심 때문이라면 그게 아니라고 누군가 말해줘야 하지 않을런지. 이것이 LG V20의 가격을 접한 이들이 LG전자를 걱정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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