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11에는 여러 형태의 패드가 등장했지만, 그 중에서도 세 가지의 허니콤 패드를 눈여겨 봤습니다. 삼성 갤럭시탭 10.1(Galaxytab 10.1), LG 옵티머스 패드(Optimus Pad), 모토롤라 줌(Xoom) 등 허니콤 패드는 이제 막 발표된 안드로이드 3.0 허니콤을 탑재한 초기 모델이었으므로 이들 제품을 통해 앞으로 허니콤 패드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었지요. 더구나 이들 업체는 구글 안드로이드 부스가 있는 8홀에 모두 몰려 있던 터라 마치 구글 연합 진영의 의미를 띄는 듯 보였는데요. 하지만 허니콤 패드에 대해선 낙관적으로만 보기 힘든 이유도 있었습니다.
안드로이드 UI를 지워 버린 허니콤 UI
허니콤은 종전 안드로이드와 다른 UI를 씁니다. 좀더 편하고 직관적으로 만들었다는 게 구글의 이야기였지요. 자질구레한 하드웨어 버튼도 없애고 모든 UI를 화면 안에서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허니콤 UI의 가장 큰 변화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써보기 전까지는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바뀐 것인지 전혀 와닿지 않았는데요.
여러 안드로이드 UI를 접하가다 처음 허니컴 UI를 봤을 땐 꽤 낯설었습니다. 화면을 좌우로 밀면 그 방향의 홈 화면이 나타나기는 하는 데 아이콘의 배치나 배경 화면 설정 같은 작업을 어디서 할지 감이 안오더군요. 답은 홈 화면의 빈 곳을 길게 누르는 것으로, 홈화면이 축소되면서 한번에 홈 위젯과 앱 아이콘, 바탕 화면, 기타 설정 등을 할 수 있도록 바뀝니다. 처음 이 점만 알면 나머지는 화면 안에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도록 체계를 바꿨더군요.
모든 응용 프로그램에서 시스템의 각종 정보나 알림 상태를 알려주는 시스템바와 홈 화면 또는 이전 작업으로 돌아가는 액션 바는 무조건 나타납니다. 때문에 어떤 앱을 실행하더라도 홈으로 돌아가거나 최근 실행한 다른 응용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것은 쉽더군요. 전반적으로 이전 안드로이드에 비하면 UI는 간소해진 반면, 상단 메뉴를 내려서 바로 설정할 수 있던 기능들이 모두 제거된 터라 이에 대한 편의성은 조금 떨어져 보입니다. 유투브나 구글 북스 등 화려해진 3D UI나, G메일과 캘린더의 인터페이스도 편하기 바뀌긴 했더군요.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허니콤 패드에 안드로이드 마켓 대신 다운로드 관리자만 있었다는 점입니다. 어느 단말이라고 할 것 없이 마켓 앱이 없더군요. 그렇다고 다운로드를 막은 것은 아닙니다. 최근 안드로이드 웹 마켓이 개편되면서 브라우저를 통한 마켓 접속과 다운로드를 진행하는 것 같더군요. 이전 안드로이드 이용자들이라면 조금 당황스럽게 보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허니콤 패드, 새롭지만 재미가 없다
일단 허니콤 UI는 진저브레드까지 이어진 지금의 안드로이드 UI보다는 새롭고 신선한 부분도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쓰던 사람이 허니콤 패드를 구입한다면 새로운 UI에 다시 적응해야만 하지만, 그래도 다루기 쉬운 방향으로 조작 방법이 잘 바뀌었으므로 적응하는 데 오래 걸릴 것 같진 않습니다.
문제는 허니콤 UI를 채택하고 있는 허니콤 패드들의 식상함입니다. 제조사가 임의로 UI를 뜯어고칠 수 없도록 고정해 버린 탓에 허니콤을 채택한 장치 자체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물론 외형이야 다르지만, UI를 포함한 전체적인 느낌이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지요. 가장 큰 문제는 UI에서 느껴지는 감성인데, 구글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UI가 허니콤 패드를 이용할 때의 복잡성을 없애는 데 좋을지는 몰라도 이용자가 원하는 감성을 다 표현할 수는 없는 터라 이 UI를 평가하는 시각이 저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안드로이드의 복잡한 조작성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조작성을 통일하는 것은 좋지만, 이용자가 느끼는 감성까지 제한하면서 UI를 하나로 고정할 필요가 있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듯 하더군요.
결국 다른 제조사의 허니콤 패드라도 동일한 인터페이스의 제품이 쏟아지면, 제품 경쟁력이란 것이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 판매가로 제한되어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LG 옵티머스 패드처럼 3D 동영상 촬영과 재생이라는 조금 특이한 기능을 넣은 패드도 나올 수 있지만, 그것이 필요 없다면 결국 엇비슷한 제품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지요.
하드웨어의 제원이 다르지 않은 것은 나중 문제입니다. 지금은 허니콤을 제대로 돌리기 위한 3D 성능을 갖춘 하드웨어가 많지 않은 터라 당장 제품을 선보여야 하는 하드웨어 제조사가 고를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만, 조금 지나면 기본 제원이 다른 듀얼 코어 허니콤 패드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허니콤 패드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UI의 변화가 없는 한, 이용자는 무엇을 골라도 ‘그 밥의 그 나물’이라고 여길 것 같습니다. 사용성을 통일하려는 구글의 의도는 좋긴 합니다만, 각 제품의 개성을 죽이는 측면의 문제도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듯 합니다.
덧붙임 #
1. 지금의 허니콤 단말들은 한글 음성 입력은 할 수 있지만, 한글 키보드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2. 허니콤 패드가 식상할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팔리지 않을 제품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조금 다른 내용이긴 하지만 비슷한 맥락의 글을 작성해 놓은것이 있어 트랙백 보내려고 하는데 트랙백이 잘 안되네요. 글주소 남겨 놓습니다. http://logfile.tistory.com/1010
블로그에 잠시 문제가 있어 트랙백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하드웨어 제원 문제는 다른 듀얼 코어가 쏟아지면 곧 해결되지 않을까 싶어요. ^^
삼성전자는 올해 MWC에서 갤럭시S2와 함께 갤럭시탭 10.1을 발표했습니다. 갤럭시탭 10.1의 주요 스펙을 확인해 보면 우선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3.0인 허니컴을 탑재했습니다. 허니컴은 구글이 태블릿에 사용하도록 최적화한 첫번째 운영체제로 프로요를 사용하는 기존의 7인치 갤럭시탭과는 차원이 다른 UX를 선사할것으로 기대됩니다. 허니컴 관련 내용은 링크글(기대되는 안드로이드 3.0 하니컴 (Honeycomb)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디스플레이..
엔가젯은 오히려 바닐라 허니콤을 채용한게 ‘다행이다’라고 했었습니다… 관점의 차이인거 같네요 ㅎㅎ
(특히 갤럭시탭 10.1을 보고 그러더군요 ;; )
허니콤을 채용한 건 다행 맞는데, 모두 똑같은 기기처럼 보이는 게 문제인거지요. ^^
뭐 타블릿마다 UI가 다 똑같으면 획일성떄문에 식상함을 느낄 수는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서비스 제공업체 입장에서는 업그레이드 등의 이슈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인 듯 합니다.
제조사나 이통사 응용 프로그램이 하나라도 얹어지면 재확인을 거쳐야 하는 만큼 골치 아파지는 것은 동일하지 않을까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