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 그란비아(Fira Gran via)에서 MWC가 열린 것은 올해로 세 번째. 3년 전 대부분의 업체들은 피라 몬주익에서 짐을 싸 지금의 새 전시장으로 함께 이삿짐을 옮겼지만, 방을 통째로 뺀 업체도 적지 않았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런 업체 중 하나가 바로 구글이었다. 피라 몬주익에서 마지막 MWC가 열릴 때 구글은 그 이후의 MWC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고, 실제 이듬해 구글은 사라졌다.
피라 그란비아의 첫 해, 구글의 빈자리는 의외로 커 보였다. 피라 몬주익 시절 8홀 안쪽에 있는 넓은 공간을 통째로 쓰며 마치 작은 구글을 만들어 놨던 것 마냥 자연스럽게 놀면서 수많은 구글 서비스와 안드로이드 앱을 즐길 수 있던 터라 그런 재미가 한꺼번에 날아간 것이다. 이를 두고 안드로이드가 모바일 시장을 지배하게 되니 구글도 굳이 다 잡은 물고기에 굳이 먹이를 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나는 말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 있지만, 구글 IO라는 개발자 중심의 대형 행사를 하는 있는 만큼 구글에게 MWC 참여 효과는 늘 꼬리표를 달았다.
하지만 구글의 빈 자리에 대한 아쉬움도 1년 뿐. 모바일 시장의 높은 안드로이드의 지배력에도 불구하고 이듬해 MWC에서 전혀 무관한 이야기처럼 비치기 시작한다. 우분투, 파이어폭스, 세일피쉬 등 제3세계 운영체제와 안드로이드가 배제된 여러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제조사들도 굳이 운영체제의 특징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상황은 순식간에 바뀌고 만 것이다.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대부분인데도 그 누구도 안드로이드를 신경쓰지 않는 듯했다.
구글이 없어 아쉬웠던 첫 해, 구글이 없어도 전혀 아쉽지 않은 지난 행사를 마치고 1년을 보내고 이번 MWC를 찾았을 때 구글이 MWC의 문을 다시 두드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피라 몬주익 시절처럼 큰 공간을 모두 빌릴 만큼 성대한 입성은 아니다. 다만 지난 두 해 동안 이 전시회에서 존재감이 전혀 없던 구글과 안드로이드가 아주 영리한 방법으로 자신들을 알리고 있던 것이다.
먼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전시한 제조사 부스에 안드로이드 캐릭터를 내세운 피규어와 안드로이드 캐릭터를 세운 것이다. 물론 단순한 안드로이드 캐릭터가 아니다. 이 캐릭터 아래에 안드로이드와 제조사의 이름을 더한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를 테면 LG에는 ‘andlg’, 인텔은 ‘andintel’ 같은 식이다.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제조사와 안드로이드의 끈끈한 관계는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즐길 거리도 마련했다. 3홀과 4홀 사이 야외 공간에 안드로이드 캐릭터가 또렷한 두 개의 부스를 마련하고 이곳에서 참관객이 자기 만의 안드로이드 캐릭터를 만들어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이 캐릭터는 MWC 출입증을 넣는 투명 파우치에 꼭 맞는 것으로 전시장을 참관하는 이들로 하여금 안드로이드를 자연스럽게 알리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앱 이벤트에 참여하면 작은 뱃지를 나눠줬고, 부스는 종전처럼 큰 규모는 아니어도 2홀에 제품을 보고 미팅룸을 함께 쓸 수 있는 안드로이드 부스를 마련해 놓기도 했다. 더불어 순다 피차이 구글 수석 부사장은 MWC 기조 기조 연설에서 MVNO를 통한 이통 시장 참여를 선언해 뉴스의 중심에 섰다.
이처럼 구글은 MWC에서 아주 큰 비용을 들이지 않는 매복 마케팅과 뉴스에 필요한 메시지를 쏟아내면서 안드로이드 브랜드를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구글의 매복 마케팅도 모든 곳에서 먹힌 것은 아니다. 가장 큰 파트너 중 하나인 삼성은 그 작은 피규어를 어디에도 두지 않았고 안드로이드를 특별히 강조하지도 않았다. 갤럭시S6 시리즈에 기본 안드로이드 앱 외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원노트와 원드라이브도 사전 탑재한 터라 구글과 묘한 신경전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다.
그럼에도 3년 만에 안드로이드의 존재감을 심기 위한 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대형 부스를 차리지 않아도 제조사 같은 업계에 협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고, 참관객들에게 안드로이드를 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어서다. 구글 IO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MWC에 맞는 효율적인 아이디어의 실행이 구글과 안드로이드의 존재감을 살린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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