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와 iOS의 틈을 파고 들기 위한 제3의 모바일 OS는 언제나 MWC의 또다른 볼거리였다. 하지만 이듬 해 MWC를 다시 찾았을 때 앞서 희망의 불씨나 마찬가지인 해당 운영체제들은 대세의 그늘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성장을 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제3의 시장에 도전하는 운영체제와 그 제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쁜 이유는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단지 윈도 10 모바일이 그런 기쁨을 주는 운영체제 중 하나라 말해야 한다는 게 예상 못한 부분이지만…
예상 못했다는 의미는 시작에 비해 여전히 지지부진한 성과에 대한 실망과 아직도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게 하는 끊질긴 생명력 때문이다. 운영체제를 공급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꾸준히 기능을 업데이트하고 몇몇 제조사는 신제품을 선보이며 희망 고문을 이어 가는 중이다. 특히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지난 MWC에서 몇몇 신제품을 통해 윈도 10 모바일의 생존 신호는 아직도 유효한 것을 확인했다. 생존 신호를 보낸 세 가지 제품을 먼저 살펴보자.
마이크로소프트 루미아 650
마이크로소프트가 MWC 직전 공개했던 저가 윈도 10 모바일 스마트폰이다. 200달러 미만의 가격이라는 점, 얇은 두께, 가벼운 몸집, 알루미늄 테두리 등 종전 윈도폰에서 보기 힘든 몇 가지 특징을 지녔다. 확실히 한손에 쥐기 편하고 휴대하기에 알맞은 크기와 알루미늄 마감은 제법 인상적이다. 화면 크기는 5인치, 1280×720 해상도의 OLED 방식의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하지만 이 제품이 저가 시장을 노렸다는 점에서 성능이나 주요 기능 몇 가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1GB램, 16GB 저장 공간은 이용하는데 별 무리는 없지만, 1.3GHz 퀄컴 스냅드래곤 212 프로세서를 탑재한 터라 컨티뉴엄 같은 기능은 뺐다. 그래도 모바일 오피스는 미리 탑재해 오피스 문서는 문제 없이 열 수 있다.
HP 엘리트 X3
아마 누군가 윈도 10 모바일 스마트폰 가운데 플래그십 제품이 무엇이 있냐고 묻는다면 곧바로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제품일 것이다. HP 엘리트 X3는 확실이 가격적인 이점을 강조해 왔던 다른 윈도 폰과 다르다. 가장 좋은 부품과 가장 확실한 기능을 넣으려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제품은 세 가지로 활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윈도 10 모바일을 얹은 스마트폰으로, 노트북처럼 생긴 주변 장치를 이용해 노트북으로, 도크와 모니터를 활용한 데스크톱으로 쓸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활용을 위해 가장 좋은 부품을 얹었다. 2560×1440 해상도의 6인치 OLED 화면, 퀄컴 스냅드래곤 820, 4GB 램, 64GB 저장 공간 등 지금까지 본 윈도폰의 제원에 비할 바가 아니다. 문제는 만듦새다. 6인치 화면을 쓴 패블릿이지만, 스마트폰으로는 너무 크고, 너무 무겁다. 반짝거리는 크롬으로 마감을 쓴 것은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모르지만, 양산 제품에는 제발 크롬이 아닌 다른 마감이길 바랄 뿐이다. 출시, 가격 모두 미정이지만, 성능, 기능만 따지면 이보다 나은 윈도폰은 찾기 어렵다.
에이서 리퀴드 제이드 프리모
리퀴드 제이드 프리모는 지난 해 IFA에서 처음 공개된 제품이고, CES에서도 전시했으니 MWC의 신제품이라 말하기는 무척 쑥스럽다. 그럼에도 여기에서 소개하는 하는 이유는 그만큼 소개할 제품이 마땅치 않은 이유기도 하고 이제 곧 출시할 예정이라서다. 사실 에이서는 같은 하드웨어에 안드로이드만 올린 리퀴드 제이드 스마트폰도 MWC에 공개했는데, 윈도 10 모바일을 얹은 것과 기능적 측면은 완전히 달라서 비교하는 것은 좋다.
만듦새는 아주 돋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고급형 윈도폰을 찾는 이들에게는 괜찮은 옵션을 가졌다. 1920×1080 해상도의 5.5인치 AMOLED 화면과 스냅드래곤 808 프로세서, 3GB램에 32GB 저장 공간 등 윈도폰 제원 치고는 제법 높은 수준이다. 리퀴드 제이드 프리모는 도크에 연결한 뒤 PC처럼 쓰는 컨티뉴엄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기능을 쓸 수 있는 고급형이 마땅치 않은 윈도 10 모바일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제품은 분명하다.
열쇠는 컨티뉴엄, 경험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아…
앞서 윈도 10 모바일을 얹은 3가지 윈도폰은 각각 저가, 고급형, 플래그십이라는 시장을 공략하려는 목표가 뚜렷이 보인다. 하지만 저가 시장은 경쟁 제품이 수두룩한 만큼 윈도폰의 특징을 잘 살리는 것은 어려워 보이는 게 현실이다. 이는 윈도 컨티뉴엄처럼 PC 환경을 통합한 기능으로 생산성을 강조하지 못한 이유도 크게 작용한다.
실제로 HP 엘리트 X3와 에이서 제이드 프리모의 컨티뉴엄을 직접 봤을 때 PC용 윈도 10과 차이를 모를 만큼 거의 같은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시작 버튼이나 앱의 실행 환경, 조작 방법까지 윈도 10과 거의 같았다. 물론 데스크톱용 윈도 10 프로그램을 실행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오피스 같은 업무용 프로그램은 하나의 단말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환경은 갖췄다.
이러한 경험은 분명 다른 모바일 운영체제와 확실히 다른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지만, 이 경험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컨티뉴엄을 쓰려면 케이블이나 도킹을 통해 외부 디스플레이와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하는데, 통화를 위해 도킹에서 윈도폰을 잠시 빼면 데스크톱 작업 환경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무선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직 이 부분까지 고려한 기능을 넣은 것은 아니어서 두 환경을 유연하게 쓰는 것은 조금 무리로 보여진다. 지금은 여전히 스마트폰과 노트북 또는 투인원 태블릿을 함께 쓰는 것이 생산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윈도 10 모바일의 가능성은 그래도 컨티뉴엄에 기반한 데스크톱의 통합 환경을 얼마나 유연하게 유지할 것인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빈약한 앱 생태계는 물론 스마트폰 제조사의 적극적 협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나마 윈도 10 모바일 장치의 유일한 장점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길은 역시 업무의 생산성을 강화하는 것뿐이라서다. 이번 MWC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폰의 생산성에 대해 더 말하고 싶었겠지만, 아직은 더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은 현실을 보여준 자리였을 지도 모른다. 그곳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음에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면 싶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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