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신기하면서도 색다른 경험을 줄 것 같은 가능성을 믿고 샀는데 구입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서랍 속으로 직행하는 제품이 적지 않다. 사실 내 주변의 괴짜들이 구매했던 마이오(Myo)도 그런 제품이었고, 나도 한동안 서랍에 넣어두었다. 그렇다고 이 제품이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다. 선주문했던 마이오가 몇달 전에 도착했을 때 리뷰를 했다면 형편 없는 환경 탓에 아마도 별점 하나를 매기는 것조차 아까운 평을 쏟아낼 것이 두려워 그랬는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이라고 별 다섯개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제품으로 변신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조금은 이야기를 해볼만한 진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마이오는 팔에 차는 웨어러블 컨트롤러지만, 가속도 센서를 이용해 팔의 높낮이나 양옆의 움직임을 알아채는 그런 단순한 방식이 아니다. 이 장치는 특이하게도 팔 근육의 움직임을 알아챈다. 손가락을 모두 폈을 때와 손을 쥐었을 때, 손을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구부릴 때마다 달라지는 팔 근육의 변화를 전자적으로 감지한 뒤 그 움직임에 맞게 응용 프로그램을 조작한다. 감지 판이 있는 여러 모듈을 하나의 띠 안에 넣었고 남녀 상관 없이 거의 모든 성인의 팔에 둘러서 쓸 수 있다. 다만 마이오가 팔의 굵기에 따라 늘어나도록 설계되어 있긴 해도 실제로 팔에 차보면 조이는 힘이 강해 착용감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마이오가 제대로 작동할 땐 진동을 통해 이용자에게 신호를 보낸다.
팔 근육을 알아채는 기술은 신기하지만, 곧바로 마이오에 적응하기란 쉬운 편은 아니다. 왼팔이나 오른팔 어느 쪽이든 쓸 수 있고 첫 설정만 제대로 마치면 움직임에 따라 정확하게 반응하지만, 각 상황이나 응용 프로그램에 맞는 모든 조작을 완벽하게 익히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손바닥을 펴거나 엄지와 중지를 맞부딪치거나 주먹을 쥔 채 확대하고 축소하는 기본 조작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도 시간이 걸리는 데다 각 응용 프로그램마다 조작 방법이 달라 혼란스럽다. 키매핑을 통해 몇 가지 동작에 대해선 미리 지정해 놓을 수는 있지만, 마이오를 지원하는 앱을 다룰 때는 키매핑과 달라서 어차피 프로그램마다 이용법을 배워야 한다. 마이오를 지원하는 응용 프로그램 커넥터는 마이오 마켓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조작을 잘 해도 지금 마이오는 여전히 궁극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마이오를 쓰면 좋을 이야깃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물론 첫 출시에 비하면 마이오로 다룰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은 늘었고, 구글 글래스 같은 다른 장치와 연동해 쓸 수 있게끔 만든 앱도 있는 점에선 나아진 부분이 있기는 하다. 프레젠테이션도 마우스 대신 팔을 휘저으며 진행할 수 있고, 인터넷 탐색도 부분적으로 할 수 있다. 이처럼 이용 환경은 조금씩 늘고 있는 데도 대부분의 응용 프로그램이 종전 마우스나 터치 조작 환경을 마이오로 대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팔에 찬 마이오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지만 실제로 그런 경험은 거의 얻기 힘들다.
마이오를 내놓은 탈믹(Talmic)도 새로운 시나리오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여러 개발자들을 상대로 해커톤을 열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제로 눈에 띄는 몇 가지 시나리오를 찾아 냈다. 팔을 들어 드론을 조종하거나 원거리에서 키보드를 입력하거나 가상 현실과 접목 등 가능성을 보였지만, 이런 것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느냐는 것이 여전히 숙제인 것이다. 이는 출시 당시에도 지적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고 몇 달만에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보이진 않는다. 어쩌면 지금도 마이오는 여전히 평가할 단계라고 말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언제쯤 쓸만해질 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남은 상황이다.
예약배송 신청할때 보고서 이건꼭사야해! 하고서 샀는데…
정말 실망 많이한 제품
인식률이 떨어지는거야 아직 초기고 펌웨어나 새로운 제품을 만들면 쓸만하겠지 했지만 실사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 너무 큽니다.
밖에서 걸어다니면서 음악 들으려고 차고 나갔는데 걸으면서 팔을 휘젓는 수준에 이것저것 명령이 인식되어버려서 1분도 안되서 벗은 기억이 있네요. 그 뒤로 책상 안에 봉인중.
이런 방식의 제품이 있다! 이정도의 의의만 있겠네요.
저도 이건 꼭 사야해.. 라는 생각으로 샀다가 똑같은 결론이긴 합니다. 이런 시도가 한 순간에 완성되긴 불가능하다보니 아무래도 제대로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테니까요. 가끔씩 켜보려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