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굵직한 가전 회사가 총출동하다보니 최신 가전 기술을 담은 가전 제품을 먼저 이야기하는 IFA의 분위기는 어지간한 사건이나 제품이 아니고선 깨기 어렵다. 하지만 늘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는 IFA는 가전 제품의 이야기만으로 채워지는 전시회가 아니라는 점이다.
스마트폰도 가전이라는 딱지를 떼고 여러 이야기를 쓸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비록 MWC만큼 변화가 눈에 띄지 않을 수는 있지만, 몇몇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IFA를 지렛대 삼기도 하는 만큼 눈길을 끄는 제품들을 내놓고 있어서다. 비록 스마트폰만 위한 대규모 출시 행사를 가진 곳은 없어도 IFA 2018에서 플래그십과 안드로이드 원, 게이밍 등 특징을 가진 새로운 스마트폰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소니 엑스페리아 XZ3
따지고 보면 소니 스마트폰의 역사는 IFA와 밀접하다. 소니가 에릭슨과 결별 후 완전히 디자인을 바꾼 플래그십 시리즈인 엑스페리아 Z의 출발이 IFA였기 때문이다. 그 이후 소니는 IFA에서 의미있는 엑스페리아 플래그십을 자주 공개했고, 올해도 그 전통을 이어 나갔다.
소니가 IFA 2018에서 공개한 플래그십은 엑스페리아 XZ3다. 종전 엑스페리아 XZ2 시리즈를 떠오르지 않게 할 만큼 형태를 바꾸고 3D 커브드 글래스를 얹어 훨씬 부드럽고 유연해진 만듦새를 가졌다. 화면은 2880×1440 해상도의 6인치 크기의 OLED로 좌우를 살짝 휘어 되도록 베젤을 좁히려고 애썼다. HDR BT.2020 규격을 따르는 이 디스플레이는 소니 브라비아 TV의 화질 기술을 이식한 모바일 X-리얼리티로 일반 콘텐츠도 HDR로 경험할 수 있다.
소니는 엑스페리아 XZ3에서 인공 지능 관련 기능을 보강했다. 화면 양옆 가장자리를 두번 두드리면 뜨는 싸이드 센스(Side Sense)는 장소나 시간에 따라 자주 실행되는 앱을 XZ3 스스로 학습한 뒤 이용자의 호출이 있을 때 바로 관련 앱만 모은 작은 실행기를 띄운다.
엑스페리아 XZ3 후면 카메라는 1개여서 듀얼 카메라를 탑재한 다른 스마트폰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화소는 1천900만 화소의 모션 아이 센서로 960fps의 풀HD 슈퍼 슬로 모션을 촬영한다. 여기에 XZ3를 가로로 눕힌 뒤 앞쪽으로 밀어 올리면 자동으로 카메라를 실행하는 스마트 런치도 추가했는데, 소니는 여기에도 인공 지능 기술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엑스페리아 XZ3의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9 파이 위에 소니 런처를 싣고 있다. 모바일 프로세서는 옥타코어 퀄컴 스냅드래곤 845를 썼고, 4GB 램, 64GB 저장 공간을 채웠다. 배터리는 3300mAh, 고속 무선 충전도 지원한다.
LG G7 원
이번 IFA에서 눈에 띄는 두 가지 안드로이드원 스마트폰 제조사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LG다. LG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 분류해 온 G 시리즈에 안드로이드원을 얹은 G7 원과 G7 피트를 이번 IFA에서 처음 공개했다. 안드로이드원 프로그램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런처의 변형 없이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에 올리는 것으로 원래 값싼 스마트폰 보급을 위해 내놓았으나 최근 이를 채택한 중급형 제품도 늘면서 LG도 참여했다.
그런데 LG G7 원은 사실 중급기로 볼 수 있는 제원은 아니다. 물론 G7 씽큐보다 제원은 조금 떨어지는데 그래도 중급기 이상의 제원으로 볼 수 있다. G7 원은 퀄컴 스냅드래곤 835를 프로세서로 채택했고, 4GB 램과 32GB 저장 공간까지 갖췄다. 여기에 G7 씽큐에 탑재된 쿼드댁 오디오와 DTS:X 서라운드 오디오도 똑같이 지원한다. 붐박스도 빼지 않았다.
이러한 특징 외에도 전면부 생김새는 G7 씽큐와 거의 비슷하다. G7 씽큐처럼 화면 상단 가운데 부분이 아래로 패인 노치 디자인을 그대로 따른다. 실제 화면비도 19.5대 9로 같은 6.1인치 화면으로 G7 씽큐와 비교해도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그나마 뒤집어보면 그나마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유리 재질의 G7 씽큐와 달리 G7 원은 밋밋하다. 또한 듀얼 카메라인 G7 씽큐와 달리 카메라를 하나만 달았다. G7의 로고를 넣었던 자리에는 안드로이드원이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고급스러운 느낌의 차이는 분명히 남아 있다.
다만 고성능 스마트폰에서 구글 순정 런처를 쓰는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한마디로 완전히 날아다닌다. LG 런처가 왠지 느려서 구글 런처를 비롯한 다른 런처를 쓰는 이용자에게 G7 원은 정말 쾌적하고 빠르다. 순정 안드로이드 8.1 오레오를 얹은 만큼 구글 렌즈와 구글 카메라 같은 기본 기능도 G7 씽큐와 비교해 결과나 품질에서 다르다. 때문에 제원은 G7 씽큐보다 낮아도 평가는 다를 수 있는 제품이다. 곧 출시할 예정이지만, 가격 만큼은 철저히 숨기고 있다.
블랙베리 키2 LE
IFA 키노트를 듣고 나오는 길에 마주친 블랙베리 부스는 아주 작았다. 왜 이곳에 왔을까 의문을 갖고 가까이 다가가 제품을 둘러봤다. 영락 없는 블랙베리 키2처럼 보였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블랙베리 키2는 아니다. 전 시리즈의 염가버전인 블랙베리 키2 LE다.
블랙베리 키2 LE도 겉만 보면 키2와 차이를 쉽게 알기 어려운 제품이다. 1080X1620 해상도의 4.5인치 화면 크기는 똑같고 비슷해 보이는 키보드, 듀얼 카메라와 블랙베리 로고까지 거의 같다. 하지만 약간의 색상 변화와 내부 제원을 바꿔 가격을 더 낮췄다.
블랙베리 키2 LE는 스냅드래곤 636 프로세서를 쓴다. 종전 스냅드래곤 660을 쓰는 키2와 다르다. GPU 역시 아드레노 509로 아드레노 512를 쓰는 이전과 다른 점이다. 램도 2GB 줄인 4GB를 넣었고 저장 공간은 64/128GB에서 32/64GB로 변경했다. 카메라와 배터리는 거의 비슷하지만, 전반적으로 제원을 낮춰 가격 부담을 줄인 목적이 강하게 된다. 실제로 판매 가격은 400달러로 650달러의 전작보다 확실히 비교된다. 가격을 내린 만큼 이용자들의 선택도 늘어날 지는 모를 일이지만…
모토롤라 원과 원 파워
반갑고도 안타까운 이름, 모토롤라가 돌아왔다. 레노버가 모토롤라를 대신해 쓰이던 스마트폰 브랜드 ‘모토’를 버리고 모토롤라를 현역으로 복귀 시킨 때문이다. 모토로라의 복귀와 함께 레노버는 최초의 모토롤라 벽돌폰부터 휴대폰계의 전설인 레이저와 함께 최신 모토롤라 스마트폰도 함께 공개했다.
모토롤라가 IFA 2018에서 전시한 제품은 모토롤라 원 플러스와 모토롤라 원 파워다. 두 제품 모두 안드로이드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모토롤라 원 파워가 처음 유출될 당시 노치 디자인과 후면 카메라, 그리고 둥글둥글한 모서리까지 아이폰과 유사한 점이 많았던 터라 작은 소란도 있었는데, 역시 실물을 보니 아이폰의 만듦새에 비할 바는 못된다.
모토롤라 원과 모토롤라 원 파워는 화면비가 19대 9로 같지만, 화면 크기가 각각 5.9인치(해상도 2160×1080), 6.1(2246×1080)인치로 다르다. 프로세서 역시 모토롤라 원은 스냅드래곤 625, 원 플러스는 스냅드래곤 636으로 다르고 GPU 역시 아드레노 506과 509로 변화가 있다. 4GB램과 64GB 저장 공간은 같으나 카메라 화소는 모토롤라 원 파워가 좀더 높다. 무엇보다 3000mAh, 5000mAh에 이르는 배터리 용량의 차이가 가장 크다.
안드로이드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마트폰이라 모든 조작은 구글 런처를 이용할 때와 똑같다. 하드웨어는 다르지만 두 제품의 반응성은 썩 나쁘지 않았는데, 딱히 특별한 특징을 찾기도 어렵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8.1 오레오다. 가격은 300유로 안팎. 그래도 안드로이드원 프로그램에 충실한 제품이다.
화웨이 아너 플레이
화웨이는 IFA 2018에서 일부 매체에 키노트에서 발표했던 기린 980을 탑재한 제품을 내놓지도 않았다. 또한 차기 플래그십 제품은 메이트 20의 저가형 파생 상품인 메이트 20 라이트를 공개했으나 부스에는 전시하지 않았다. 대신 화웨이 산하 브랜드 중 하나인 아너 플레이를 전시했다. 아너 플레이는 중국에서 지난 여름 출시해 판매를 시작했지만, IFA에는 글로벌 버전을 들고 나왔다.
아너 플레이는 모바일 게이밍을 겨냥해 관련 기능을 일부 추가한 모델이다. 프로세서는 화웨이의 하이실리콘 기린 970을 실었고, GPU는 말리72를, 여기에 2340×1080 화소를 가진 6.3인치 대형 화면을 담았다. 램은 4 또는 6GB, 저장공간은 64GB, 배터리는 3750mAh다.
노치 디자인만 아니면 평범해 보이는 앞과 다르게 후면은 매끈하고 깔끔한 것보다 다른 스마트폰과 다르게 보일 수 있는 패턴이 들어 있다. 마치 게이밍 스마트폰으로 느낄 수 있는 약간의 힌트를 담았는데, 그리 복잡하게 그려 넣지는 않았다. 만약 이 패턴이 싫은 이들을 위해 패턴을 없앤 제품도 따로 준비해 놓았다.
아너 플레이는 GPU 터보라는 기술을 넣었다. 게임을 실행하면 가능한 최대의 프레임레이트를 낼 수 있도록 GPU를 가속한다. 이 기술을 통해 프레임은 60%까지 더 증가시킬 수 있는 반면 전력은 요구하는 것보다 30% 정도 덜 쓴다. 즉, 전력을 아끼면서 오랫동안 게임을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아너 플레이는 화웨이 플래그십 프로세서를 썼음에도 325유로 안팎에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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