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를 듣는 내내 왠지 모를 데자뷰에 휩싸여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신제품 발표회를 보고 있으면 새로운 기능에 놀라기도 하고, 좀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애를 쓰지만, 지난 목요일에 있었던 NEX-3N은 그런 노력을 들일 필요가 전혀 없었다. 전 세계에서 맨 처음 손에 접하는 제품임에도 더 이상 신선한 정보가 없다고 본건 착각이 아니다.
NEX-3N은 지난 해 여름에 출시된 미러리스 NEX-F3의 후속기종이다. NEX-F3는 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180도 회전되는 플립 LCD를 채택했다. 카메라를 든 팔을 쭉 뻗고 렌즈를 바라 보면서 자기 얼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내 얼굴이 작품이 된다’는 광고 카피도 이 제품의 성격을 잘 대변했다. 이러한 개성있는 특징 때문인지는 몰라도 NEX-F3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팔린 카메라가 됐다. 소니 코리아는 이날 NEX-F3 출시 이후 정체되어 있던 판매량이 급속히 늘었으며 특히 여성 구매 비율이 65%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 gfk의 시장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더불어 NEX-F3의 판매율 증가로 인해 렌즈 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미러리스와 DSLR의 비중이 50대 50까지 올라왔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러리스의 대중화, 또는 미러리스의 시장 확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NEX-F3의 공은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그 후속기인 NEX-3N을 보면 NEX-F3와 다른 새로운 진화를 경험할 만한 요소가 너무 적다. 사실 NEX-3N는 NEX-F3에 비하면 하드웨어 면에서 여러 모로 좋아진 것이 맞지만, 최초의 컨셉트를 더 강화한 기능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NEX-3N이 F3보다 좋아진 부분은 더 작아진 바디와 전동식 렌즈를 채택한 부분이다. 두께를 제외하면 어지간한 스마트폰보다 전면 면적은 적어졌다. 무게도 줄였는데, 바나나 우유보다도 덜 나가는 무게는 인상적이다. NEX-5N부터 채택하기 시작한 전동식 렌즈를 달아 동영상을 촬영할 때 렌즈 소음 없이 조용하고 빠르게 촬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프레젠테이션 내용은 사실 이전 제품들의 특징을 재탕했을 뿐 NEX-3N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를 테면 APS-C 이미지 센서가 처음도 아니고 NEX 시리즈의 태동부터 갖고 있는 특징인데다 셀카를 위한 소프트 스킨 이나 자동 프레이밍은 NEX-F3에서도 갖고 있던 재주였다. 컬러 피킹, 손으로 들고 야경 촬영, 갖가지 사진 효과, 바운스 가능한 내장 플래시도 마찬가지고.
그나마 달라진 것을 꼭 짚으라고 한다면 전동식 줌 렌즈를 한손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전원 스위치 쪽에 줌 레버를 둔 정도다. 그래, 이런 건 확실히 좋은 변화다. 한손으로 사진을 더 편하게 찍을 수 있는 그 컨셉을 제대로 구현한 셈이니까. 그것을 빼면 이번 NEX-3N은 마이너 업그레이드 모델이다. 굳이 새 모델이 필요한가 의문이 들 제품이라는 소리다. 결과적으로 이 제품은 매우 전략적으로 신제품 효과를 노리고 나왔다는 인상이 짙다. 이제 곧 꽃피는 봄을 즐기는 이들에게 이러한 카메라는 필요한 때니까.
그렇다고 NEX-3N이 형편 없는 제품이라는 말은 아니다. 각 기능은 여전히 쓸모 있고 셀프 카메라의 관점에서 넣은 재주도 여전히 유효하다. 더불어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잘 팔릴 것이다. 어차피 NEX-F3는 단종되고 이를 견제할 만한 대안 제품도 없으니까. 단지 지금까지 NEX 시리즈가 연이어 출시될 때마다 경험했던 미러리스 카메라의 기술과 개념적 진화가 NEX-3N에서 갑자기 뚝 끊겨버린 느낌이다. 감성보다 기술적인 차별성과 대중성을 앞세웠던 NEX 시리즈가 그 장점을 잃어버리게 되면 미러리스에서 더 이상 좋은 시절을 누리기 어렵다. 지난 해에도 소개했던 기능과 특징을 굳이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는 동영상으로 다시 소개할 정도면 이미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발표를 할 수밖에 없던 소니 코리아의 카메라 담당은 정말 이 상황이 답답하지 않았던 건지 묻고 싶다.
넥스 처음 나올 때만 해도 내가 꿈꾸던 카메라라고 했는데… 갈수록 전 시리즈가 똑같아 지는 듯 싶네요…
제원은 비슷해지고 크기와 몇몇 기능만 달라지고 있긴 합니다.
캠코더와 미러리스, 영상기기 영역에서 소니가 조금은 압도적인 영역들이다. 그래서 최근 이 두영역에서 느껴지는 소니의 행보는 이거다. 한참 풀악셀을 밟으며 빠르게 제로백에 도달한 후 멀찌감히 경쟁자들을 떨어뜨린 후 사이드 미러를 보며 느긋하게 크루즈 컨트롤로 연비주행을 하는 느낌이랄까? 이번 NEX-3N의 출시를 보면서 드는 생각 또한 위와 같은 생각이었다. 또 한번 풀악셀을 밟기 보다는 지금까지 달리면서 이뤄놓은 정점의 기술들을 약간 더 완성형에 가..
소니의 미러리스 카메라 부문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도 잘 적응하여 수익을 올려주는, 극진한 효자같은 존재입니다. NEX 5를 시작으로 소니에서 다양한 미러리스 제품군이 출시되었고, 이는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거센 회오리 바람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소니는 미러리스 카메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해 드리는 제품은 최신이나 고급 모델인 NEX5~NEX8이 아닙니다. 가장 하위급..
AS나 똑바로 하시죠.
왠지 소니에 전해줘야 할 말인 것 같군요.
때로는 디자인(크기)만으로 충분한 시장성을 가지기도 합니다. 저도 3F랑 거의 같은 스펙에 이미지 퀄리티라서 고민을 했지만 1650 렌즈와 1855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바디 역시 직접 만지며 비교해보니 3F를 사는건 합리적 선택이 아니라 빈곤속의 대안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더라구요. 역시 상품성이라는건 기술의 결과물과 사용하는 만족감으로 이루어진듯.
크기와 셀프 카메라가 NEX-3 시리즈의 장점이었지요. 단지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것을 발전시키는 새로운 가치보다 지난 시리즈와 넥스-F5를 뒤섞어 재포장한 느낌에 더 가까웠습니다. 렌즈가 엄청난 차이라고 하셨는데, 어느부분에서 엄청난 차이를 느끼게 하는지 모르겠네요.
1855와 1650의 화각 차이만 생각해도 1650이 더 상위 기술이지요. 1855의 화질은 출시 때부터 문제시 되었습니다. 중앙부는 괜찮은데 주변부와 가장자리는 급격히 화질이 나빠졌거든요. 1650은 중앙부 화질이 조금 더 나아짐은 물론 주변부와 가장자리까지 화질이 유지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교 리뷰는 찾을 수 없구요 각 렌즈 리뷰를 찾아서 샘플만봐도 비교해봐도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심함
렌즈 주변부 화질이 좋아졌다는 말이군요. 화각은 광각에서 이점이겠고, 표준 줌은 줄어든 것을 감안해야 할테고요. 그런데 이 렌즈가 F5에 이미 적용된 것이라 3N만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만… 지난 기종보다 나아진 특징이 번들 렌즈라면 그것이 렌즈의 특성이니 3N의 차별성이라고 단정짓기 힘들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