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온 OLPC XO-2(2.0)를 보면서 여기저기 수근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속된 말로 ‘듣보잡’ 같은 컨셉으로 내놔서 그런 걸까요? 듀얼 터치 스크린을 쓰면서 75달러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좀 당황스러운 컨셉입니다. 위 사진을 보면 지금 나온 OLPC XO-1에 비하면 훨씬 작은 크기에 두께도 얇습니다. 어딜봐도 랩톱, 즉 노트북 같아 보이는 구석은 없지만, 노트북의 기능은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게 OLPC 재단의 설명입니다.
XO-2는 대규모 구매를 원하는 개발 국가에 싼 값에 공급하고 크기와 전력 소모를 줄여 가난한 아이들이 좀더 쉽게 배우고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물론 학습도구로서 활용도를 높이려는 측면도 강하고, 전기 사정이 별로 좋지 않은 나라에서도 오랫동안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에 따라 이러한 컨셉을 잡았다고 하는군요.
이런 저런 이유로 XO-2는 종전에 비해 컨셉이 대폭 수정되었습니다. 전과는 닮은 구석이 없습니다. OLPC XO-2를 보면서 든 생각은 노트북의 컨셉보다 e북 컨셉에 가까워졌다는 것인데, 오히려 6~12세 아이들을 위한 컨셉에서는 이게 더 바람직해 보입니다. OLPC 재단에서 발표한 공식 보도 자료의 맨 끝 부분에 있는 내용으로 비중있게 취급되지는 않았는데 듀얼 모드, 듀얼 터치 스크린을 이용해 세로로 세워서 쓸 수 있어 책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갖도록 만들 것 같더군요. 물론 화면의 버튼을 눌러서 다음 페이지를 넘어가겠지만, 터치 센서를 이용해 e북을 읽다가 화면 위에 낙서를 하거나 빈 페이지에 그림을 그리거나 하는 것이라면 지금의 XO-1보다는 학습 친화적인 장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들 책 값이 비싼 나라에 e북 컨텐츠를 담은 OLPC XO-2가 보급되면 무거운 책 대신 OLPC 한 대만 갖고도 수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런 컨텐츠 역시 싸게 공급되는 조건이어야 가능하겠지요.
문제는 값입니다. 75달러라지요. 실현 가능할까 의문입니다. 각종 프로세서와 듀얼 디스플레이, 저장 매체에 대한 단가를 해결할지는 의문입니다. 이미 저 개발 국가를 위한 100달러 노트북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그 이상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2005년 야심차게 발표했던 100달러 노트북도 실제로는 생산할 때(2007년)는 188달러라는 만만하게 생각하기 어려운 값이 내놔야 했습니다. 2010년 출시를 하겠다니 앞으로 길어야 2년 반 정도 남았습니다. 어떤 CPU, LCD, 램, 저장 장치를 쓰게 될지 미지수지만, 쉽게 해결할 만한 게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변수가 하나 있다면 픽셀-기(Pixel-Qi)라는 벤처 업체입니다. OLPC 재단의 CTO였던 마리 루 젭센(Mary Lou Jepsen)이 OLPC XO-2에 들어가는 듀얼 터치 디스플레이 기술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Pixel-Qi(氣)라는 벤처를 세우면서 관련 기술의 라이센스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OLPC 재단을 보조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마리 루 젭센이 픽셀 기를 세운 것은 어느 때보다 XO-2에서 가장 많은 비용이 디스플레이 부분에 집중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만 OLPC 프로젝트가 장기적으로 갈 것이라 예상했던 것 같습니다. 픽셀-기를 통한 안정적인 자금이 조달된다면 지금까지 기부를 통해서 운영할 수밖에 없던 OLPC 프로젝트도 탄력을 받게 되겠지요.
허나 기술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두 개의 화면을 쓰는 것은 단순히 값만 비싸지는게 문제가 아니라 전력 소비가 커지는 문제도 가져옵니다. 물론 픽셀-기는 이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말은 했습니다만,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저가, 저전력은 그들의 목표이고 여전히 기술은 개발 중입니다. 내년까지 기술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데 나오기 전까지도 모르고,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이 기술을 쓰게 될지도 미지수입니다.
아무튼 디스플레이 문제를 해결한 OLPC XO-2가 OLPC 재단의 기부 프로그램인 G1G1(give 1 get 1, 두 대의 값을 내고 한 대는 구매자가 갖고 한 대는 기부하는 구매 방식) 형식으로 일반인에게 개방되면 XO-1보다는 파괴력이 클 것입니다. 아마도 100달러 선까지는 큰 반발은 없지 않을까 하지만, 이 역시 픽셀-기와 OLPC 재단의 협력이 잘 이뤄진 뒤에나 가능한 이야기겠지요. 요즘 OLPC 재단에 대한 쓴소리-이번에도 사업 방향이 바뀐게 아니냐고 한 소리 들었습니다만-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들리는데, 2010년에는 그런 쓴소리 대신 세계 어린이들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데 큰 일 했다는 칭찬의 말들이 오갔으면 좋겠네요.
덧붙임 #
OLPC XO-1은 2007년 11월에 생산해 약 60만 대가 페루, 우루과이, 몽골, 아이티, 르완다, 멕시코,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가나, 이라크, 아프카니스탄 등에 공급되었습니다.
전에 치솔님이 소개해주신 미니피시(하드조차 없는) 처럼 sd 메모리를 저장 장치(동시에 램으로도 사용하는)로 하고 인터넷+ e북 의 정도 의 디스플레이가 조금 큰 pda 정도를 목표로 한다면 충분히 가능해보이기도 합니다.
디스플레이가 커지는 것은 전력의 소모도 증가하지만 저성능의 시피유는 역시 저전력이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다만 지금 달러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75 달러는 좀 무리겠네요.
그 때는 화면 없이 부품만으로 가격이 매겨진 것이라 요 제품과는 거리가 좀 멀어 보입니다. 어찌됐든 저 크기의 디스플레이 두 개를 쓰는 데 드는 비용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진행하기 힘든 비즈니스인 건 분명하지요.
75달러 노트북 나온다… OLPC ‘XO 2.0’ 개발 중 최근 아수스 ‘Eee PC’나 HP ‘2133 미니노트’ 등 넷북 스타일의 노트북 PC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트랜드의 시작은 OLPC(One Laptop Per Chi..
아리아리님 말씀을 듣고보니 그렇네요.
차라리 유로화로 받아버리는건 어떨까요?!
OLPC 재단이 미국에 있어 유로화로는 어려울 겁니다. ^^
참 괜찮은 컨셉인 것 같아요. 가격이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현된다면 대박이겠죠?
EeePC 때만 생각하더라도, 저 가격에는 절대 나올 것 같지 않습니다. ㄱ-;;
언제나 그렇듯 싼 값으로 사람들 속마음을 떠보는 게 장사꾼의 생리라 그럴지도요. ^^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물론 저 값에 나올리는 만무하지만 소폭 상승한다 하더라도 충분히 경쟁력 있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일반 이용자에게 공개된다면 큰 힘을 발휘하겠죠. 요즘은 역시나 미니 노트북이 대세군요. 윈도 비스타나 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네요..^^ 아직 시간이 좀 남았지만 나름대로 기대해 봅니다.
PS. 그나저나 우리 바람이는 왜 소식이 없을까요..ㅡㅡ;;; ‘므시’를 구워 삶아야 할텐데요..;; OTL
바람이는 알아서 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ㅡㅋ
칫솔님 핸드폰 번호 변경하셨나요?? -_-;;
헉… 전화 드릴께요. ^^
지적하신대로 화면만 봐서는 실제로 제대로 기능을 할지 궁금하긴 합니다.
가격에 관해서는 아마존의 킨들 가격을 생각하면, 예상가보다 가격이 두배 오르고 give one get one에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한다고 해도 구미권의 일반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무선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일반 랩탑보다 이처럼 휴대용 미니 랩탑 시장에 더 큰 수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네. 어느 정도 가격이 오르더라도 구매자가 사회공익적 활동에 참여한다는 의미를 전달할 뿐 아니라, 대당 200달러의 XO-1도 기부금 처리가 가능했던 것처럼 구매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XO-2의 G1G1 효과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
3달러 윈도우즈 XP를 채택하기로 했다고 하니까 갑자기 든 생각은 그렇다면 애초에 스티브 잡스가 맥 OS X를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는 제안을 거부한 네그로폰테의 결정이 모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무상은 안되고 3달러는 된다라… 이 말은 애플은 안되고 MS는 된다는 이야기 같은데 그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ㅡㅋ
그래도 2배 안 넘는 수준…130달러정도로 만들어 나오지 않을까요? 그 정도도 꽤 싼 것같은데….
일단 OLPC 재단의 재정적인 여유가 없으면 저 디자인으로 100달러를 실행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해요. ^^
저거는 제가 소장하고있는 제 타블렛보다도 싼겁니다..-..-
그 태블릿이 더 좋은 기술을 쓰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