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PC XO-1
저개발 국가 아이들을 위한 100달러 노트북. 끝내 가격 목표는 지키지 못했습니다. 애초부터 무모한 도전이었을지도 모를, 그래도 가능성을 믿고 달렸으나 달성하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100달러 노트북을 만들려 한 목적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요. 고작 100달러에 불과한, 뭘 할 수 있을지도 모를 PC지만 그 PC에 희망을 담은 수많은 세계인들이 있었습니다. OLPC(One Laptop Per Children)는 배움을 기부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그 목적은 이뤘는지도 모릅니다.
세계 60억 인구 가운데 PC를 갖고 있는 인구는 고작 10억 명. PC 제조사들에게는 50억 명의 먹잇감일지 모르나 이들에게 PC보다 더 절박한 게 남아 있습니다. 저개발 국가, 개발 도상국, 극빈국. 다양한 단어를 쓰고 있으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아이들의 굶주림이지요. 우리들 부모의 과거 한켠에 남아 있을 기억처럼 그곳의 아이들 역시 주린 배를 채우는 빵과 곪은 상처를 치료할 약은 현실입니다. 그들에겐 하루 중 단 한 끼만이라도 배부르고, 단 1분이라도 아픔을 가시게 하는 일은 무엇보다 절실하지요.
OLPC를 살펴보고 있는 시에라 리온의 아이들. (출처 : 플리커)
그러나 한순간 그들의 한끼 식사를 해결하고 상처 치유의 끝없는 반복은 완전한 해법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홀로 배를 채우고, 상처를 치료할 능력을 기르지 않는 한 그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 돌고 돌 테니까요. 분명 100달러 노트북을 보급한다고 당장 주린 배가 채워지고 상처가 낫는 것은 아닙니다. 멀리 내다 봐야 할 일입니다. 그 노트북을 통한 배움을 봐야 하는 것이지요.
“OLPC는 랩탑 프로젝트가 아니라 교육 프로젝트다”. OLPC 재단을 이끌고 있는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의 말입니다. OLPC는 노트북 보급 사업이 아닙니다. 저연령 아이들이 PC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의 비영리 사업입니다. 그 이전에도 비슷한 파일럿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언제나 비용과 참여의 문제로 지속되진 못했지요. 이를 현실에 맞게 체계화한 것이 MIT 미디어 랩의 설립자였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입니다. 아이들마다 1대의 PC를 갖게 하자는 OLPC 프로젝트를 2005년 1월 다보스 세계 경제 포럼에서 발표하고, 그 해 11월 첫 시제품을 당시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과 함께 발표한 주인공이지요. 그 뒤 기부를 통해 저개발 국가의 6~12세 아이들이 교육을 받는 데 PC를 값싸게 보급할 수 있다는 끊임없는 설득과 활동을 벌이며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캄보디아 아이들이 OLPC XO-1을 다루고 있다.(출처 : 플리커)
‘100달러 PC’ OLPC 프로젝트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빠른 기술의 발전로 인해 그 목표를 이루는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공언한 100달러 PC는 없었습니다. OLPC에 참여를 약속했던 굵직한 기업과 인사들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프로젝트에 들었네 빠졌네 하는 소식만 무성했지요. 또한 키보드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소송(무혐의 처분)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묵묵히 사업을 추진해 100달러대 PC를 만드는 데는 성공, 2007년과 2008년 두 해 동안 130만 대가 넘는 OLPC를 양산하는 데 이르렀습니다.
양산된 OLPC는 G1G1이라는 기부 프로그램으로 판매되었습니다. OLPC 재단의 첫 PC인 ‘OLPC XO-1’은 2대를 사면 한 대는 구매자 본인이 갖고 다른 한 대는 기부하는 ‘Give 1 Get 1’ 형식으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대당 200달러에 가까운 가격이었으나 저개발 국가의 저연령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기부만으로 많은 이들이 기꺼이 참여했고, 아이에게 기부를 가르치는 교육 차원에서 구매한 부모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렇게 기부된 OLPC XO-1은 아프리카(에티오피아, 가나, 르완다, 시에라리온), 미대륙(콜롬비아, 아이티, 멕시코, 페루, 우루과이), 아시아(아프가니스탄, 캄보디아, 몽골), 오세아니아(뉴칼레도니아, 파푸아 뉴기니, 솔로몬 군도, 기타) 등으로 나라에 따라 적게는 5천 대에서 많게는 30만 대까지 보급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보급된 OLPC XO-1은 모두 137만4천500대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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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지금 OLPC XO-1로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OLPC XO-1을 들고 등하교를 합니다. 우리는 그저 플리커를 통해 OLPC XO-1과 함께 하는 세계 아동들의 모습을 모니터 앞에 앉아 그저 지켜볼 뿐이지요. 물론 OLPC XO-1으로 배우는 아이들의 생활을 엿본다 해도 그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더 나아지거나 정반대일 지도 모릅니다. 다만 우리가 나눈 작은 한 대의 PC가 그 아이들의 내일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르지 않을 것이고 변함 없을 것입니다. OLPC XO-1을 업그레이드한 XO-2를 준비하고 있는 OLPC 프로젝트처럼 아이들이 더 나은 내일기 있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업그레이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OLPC XO-2
덧붙임 #
이 글은 플랜 코리아의 후원을 위해 작성된 포스트입니다. 이 글을 통한 수익금은 전액 플랜 코리아에 기부될 예정입니다.
OLPC에서 변형되서 UMPC나 넷북이 나온게 아닐까 생각이 되지만,
아무튼 배고픈 자에게는 빵이 더 급하지 않을까요?
50억의 시장이라는 말이 더 와닫는군요..
변형이 되었다기 그 흐름이 있었다는 점에서는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나저나 교육과 빵은 함께 해결되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싶어요.
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듯..
IMF 당시 국내에 소개되었던 (그 전에 국내에 이미 있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클레멘트코스가 다시 생각나네요. 좋은 포스트 잘 읽었습니다 🙂
클레멘트코스가 뭔가하고 구글에서 찾아봤습니다. ‘빈민교육과정’이었군요. 문백님 덕분에 뭔가를 더 알게된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근에 저기에 들어가는 os (슈가라고 하더군요;;)관련해서 찾아보다가 문득 생각나서 찾아보니까
G1G1은 종료되었다고 봤었습니다.(2009년 g1g1 이야기는 없더군요;;)
음…그냥 그렇더라구요;;
(아마도 넷북의 영향이 조금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G1G1은 제한적 행사입니다. 꾸준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고요. 연말께 진행을 했는데, 올해는 어찌될런지 모르겠네요. 기부의 성격이 강해서 넷북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보기는 조금 어려워 보입니다. ^^
노트북 오래된것 하나 있는데…
에휴…
배송료가 더 비쌀듯…
아쉽습니다~
그러게요. 그런 거 대신 처리해주는 NGO 어디 없을까요?
잘 보고 갑니다.수고하세염.ㅋ
언제나 고맙습니다. 배리본즈님. ^^
매번 시작일자가 같았는데 갑자기 원래대로라면 시작했어야 할 날에 시작하지 않아서요;;
xo-2 때문인가;;
[▶◀] 그렇군요. 근데 XO-2 때문은 아닐거에요. 올해는 시제품 정도만 나올 것 같아서요~
100달러가 갖고 있는 노트북의 가치와 의미는 “꿈을 크게 키울 수 있는 노트북”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노트북/IT에 있어서 물질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해 나가고 있는 젊은 세계의 학생들에겐
이러한 작고 귀중한 노트북이 꿈을 향해 공부하고 인터넷을 통해 세계를 알게 되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
됩니다.^^
[▶◀] 네. 실리콘밸리님 말씀처럼 “꿈을 크게 키울 수 있는 노트북”의 의미를 살렸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