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를 생각한 소니의 특별한 교육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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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나 CES 같은 대규모 전시회에서 새로운 카메라, 새로운 헤드폰, 새로운 스마트폰을 실컷 둘러본 뒤, 더 볼 게 없나 소니 부스를 어슬렁거리다 보면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소니가 개발 중인 컨셉 제품의 시제품과 소니가 만들 것 같지 않은 교육용 디지털 가젯이다. 상업적인 전시회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어쩌면 부스를 꾸미기 위한 장식처럼 보일 수도 있는 전시품들은 비싸게 빌린 공간을 낭비하는 단순한 장식품으로 깎아내릴 수 없는 이유도 갖고 있다.

물론 크게 이야기되지 않는 실험적인 전시품들이라도 판매하지 않는 순수한 비상업적인 제품이라는 말은 아니다. 당연히 전시한다는 의미는 더 많이 알리겠다는 기본적인 의도가 바닥에 깔려 있고, 그 효과를 얻기 위해서 이들도 최선을 다한다. 다만, 그 전시품을 만든 목적이 큰 이익을 얻겠다는 목적과는 조금 다른, 보편적 가치의 접근이 조금 다를 뿐이다.

어쩌면 그 색다른 접근을 쉽게 보여주는 예가 쿱(KOOV)과 토이오(toio)일 것이다. 이 둘은 기존 소니가 만들던 카메라나 스마트폰, 오디오, TV,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소니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대중적 제품이 아니다. 쿱과 토이오는 모두 교육용 도구라서다. 소니의 과거를 되짚어 볼 때 교육용 제품으로 기억할 만한 희미한 잔상 조차 남아 있지 않은 까닭에 이러한 시도는 흥미롭다. 더구나 이 도구들이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나온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아이들을 위한 도구라는 점에서 쿱이나 토이오는 완성된 제품을 쓰는 법을 배우는 것과 거리를 둔다. 그냥 쉽게 갖고 놀 수 있는 놀이 도구에 가깝다. 전혀 미래의 소니 제품을 잘 쓰기 위한 설명서는 아니다. 물론 단순한 장난감과 다른 의도를 숨겨 놓은 것도 당연하다. 핵심은 로봇에 대한 쉬운 이해다. 비록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우람하고 힘이 넘치는 로봇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만나게 될 로봇을 좀더 쉽게 이해시키는 도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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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쿱으로 만든 여러 샘플을 보며 따라 만들고 있다.

쿱(KOOV)

쿱은 블록을 쌓는 레고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쿱도 레고처럼 다양한 형태의 작은 블록들을 쌓아서 로봇을 완성할 수 있는 도구다. 당연히 이 패키기는 블록만 주기 때문에 형태를 완성하는 것은 전적으로 조립하는 사람에게 달렸다. 블록의 형태와 수는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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쿱은 단순한 블록이 아니라 움직이는 다양한 사물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쿱은 정지된 형태의 블록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 블록을 여러 상황에서 움직이도록 만들 수 있다. 로봇을 걷게 하거나 입이 움직이게 할 수 있다. 또는 LED를 촘촘히 섞어 빛을 낼 수도 잇다. 사실 쿱은 조립용 블록과 함께 몇 개의 부속이 추가된다. 전동 모터와 서브 모터, IR 센서, 기어와 휠, 액추에이터, LED 그리고 CPU 블록과 배터리다. 이러한 부속을 모듈은 움직이는 그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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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돤 로봇 블록을 프로세스 블록과 연결한 뒤 태블릿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전송하면 그에 맞게 작동한다.

물론 재료를 다 갖추더라도 그냥 움직이는 블록을 만들면 끝인 것은 아니다. 8~14세 사이의 학생을 대상으로 설계된 블록이므로 처음부터 무작정 만들어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 설명서를 따라하면서 조금씩 배워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나이의 아이라면 부모의 도움도 허용된다. 시작 단계에서 초보적인 샘플을 만들고 모든 과정을 이수한 뒤 간단한 시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데, 기초라도 얼렁뚱땅 넘기지 않는다. 설명서에 따라 가장 간단한 블록을 만든 뒤 완성한 로봇에 생명을 불어넣는 프로그래밍 작업도 곁들여 놨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밍은 최근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마찬 가지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실행하는 쿱 앱에서 블록을 끼워맞추는 형태로 코드를 완성한 뒤 테스트에서 이상이 없으면 프로세서 모듈로 전송하고 쿱의 전원을 켜면 프로그래밍 대로 로봇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고, 자신의 창작물을 쿱 커뮤니티의 다른 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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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서에 없는 복잡한 로봇도 직접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쿱의 진짜 의도는 로봇을 만드는 게 아니다. 또한 같은 것을 반복해 만들면서 그 조립 과정을 숙달시키려는 것도 아니다. 꼭 설명서대로 따라하지 않아도 되는 창의적 로봇을 만들어 움직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할 뿐이다. 로봇이 움직이는 데 알아야 할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및 수학(Mathmatics) 등 STEM이라 부르는 4가지 요소를 이해하도록 돕는 도구가 바로 쿱이다.

굳이 STEM 교육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로봇 제작 도구라는 점에서 한 가지를 더 흥미롭게 봐야 할 부분이 있다. 로봇을 그저 기계 덩어리라고 여기는 성인과 다르게, 쿱 블록 같은 도구를 활용해 로봇을 직접 만들어 움직이는 경험을 했던 어린 친구들에게 로봇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보다 어린 세대들에게 이미 로봇은 함께 놀 수 있는 대상이 되고 있고, 무엇을 바로 잡아야 하는가 배우고 있다는 점이다. 쿱은 교육의 의도를 명확하게 갖춘 도구이긴 하나 로봇을 만들면서 로봇과 가까워지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하는 효과까지 무시할 수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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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오는 그 자체로는 완성된 로봇이지만, 프로그래밍에 따라 움직임이 달라진다.

토이오(toio)

쿱은 교육용 목적이 분명한 도구인데 반해 2017년에 여름에 공개하고 IFA까지 갖고 온 토이오는 그렇지 않다. 보기에 따라서 교육용 도구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쿱처럼 뭔가를 만드는 게 아니라서다. 쿱보다 훨씬 쉽게 다룰 수 있는 장난감에 가깝지만 그냥 장난감이라고 하기에는 의도가 너무 배제된 듯해 보인다. 그래서 토이오는 놀이를 발견하기 위한 도구라는 말이 어울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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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오 콘솔은 토이오 코어 큐브를 충전하거나 프로그램 카트리지를 꽂아 토이오의 움직임을 설정하는 데 쓰인다. 가운데 파란색 사각형 몸통의 물체가 카트리지다.

토이오는 완성된 로봇 그 자체다. 그런데 로봇이라고 보기엔 어딘가 어색하다. 익히 알고 있는 형태는 아니라서다.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로봇 팔처럼 생겼으면 그나마 나을 텐데 정말 로봇이라고 불러야 할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오냐면 바퀴가 달린 납작한 모듈 하나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납작한 육면체가 토이오 로봇의 핵심이란다. 이것을 토이오 코어 큐브라고 부른다.

토이오 플랫폼에는 두 개의 토이오 코어 큐브가 들어 있다. 각 토이오 코어 큐브는 이용자가 가속도 센서와 셔틀 버튼으로 방향을 조절하는 토이오 링을 잡고 수동으로 조작할 수도 있고, 알아서 작동할 때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코어가 항상 따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프로그래밍을 하느냐에 따라 같이 움직일 때도 있다. 그러니까 두 코어가 따로 움직일 때, 같이 움직일 때의 상황을 잘 파악한 뒤 어떤 게 놀이로 만들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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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젠로이드를 펼친 뒤 설명을 따라 읽은 후 검정 사각형에 코어를 대면 프로그램이 심어진다.

그런데 놀이로 만드는 것은 다른 모듈이 아니라 종이를 이용한다. 흔하디 흔한 아무 종이면 된다. 때에 따라서 종이가 아니라 토이오 코어 큐브 위에 올릴 만한 작은 완구나 소품도 상관 없다. 하지만 종이를 이용해 두 코어를 연결하거나 각 코어에 맞는 형상을 올리면 좀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데, 종이를 이용하는 측면에서 페이퍼토이의 변형으로도 불린다.

예를 들면 두 코어를 앞 뒤로 나란히 놓았을 때 앞 코어가 도망가고 뒤 코어가 쫓는 상황으로 프로그래밍을 하면 앞 코어를 쥐, 뒤 코어를 고양이로 변장시켜 추격하는 장면을 만들 수 있다. 또는 두 코어를 나란히 놓은 뒤 서로 번갈아 앞으로 가도록 프로그래밍한 다음 두 코어에 종이로 두 다리를 연결해 붙이면 마치 걷는 것 같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또는 앞뒤 큐브에 긴 종이를 붙이면 마치 벌레처럼 기어가는 듯한 모습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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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오 코어 큐브의 바닥부분은 두 바퀴로 작동하는 단순한 원리지만, 프로그램 코드를 읽는 센서도 들어있다.

다양한 토이오 코어 큐브의 움직임을 설정하려면 프로그래밍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토이오의 프로그래밍은 혼란스러운 게 아니다. 이 로봇은 앞서 소개한 쿱 같은 프로그래밍을 하는 게 아니라 이미 프로그래밍된 것을 입력만 해주면 된다. 흥미로운 점은 입력 방법이다. 게젠로이드라는 가이드북 안에 있는 검은 정사각형 도형 위에 토이오 코어 큐브의 바닥 부분을 잠시 올려두면 저절로 프로그램이 심어진다. 검은 정사각형에 숨어 있는 코드를 토이오 큐브가 읽어서 프로그래밍하는 것이다다. 만약 게젠로이드 가이드북이 없을 땐 토이오 콘솔에 프로그래밍된 카트리지를 꽂아도 되지만, 가이드북에 훨씬 다양한 프로그램과 페이퍼 토이의 활용 방법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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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오 링 컨트롤러는 단순하지만, 가속 센서와 셔틀 버튼을 이용해 토이오를 수동 조종할 수 있게 설계했다.

이처럼 성인의 개입 없이 두 개의 토이오 코어 큐브로 레이스나 액션, 스포츠, 아트, 퍼즐 등 다양한 놀이의 세계를 넓힐 수 있는 대부분의 수단이 토이오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토이오는 단순한 놀이는 아니다.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는 로봇이라고 해도 수동 모드나 자동 모드를 이용하는 토이오는 결과적으로 놀이의 창작을 주목하는 도구다. 비록 프로그램은 정해져 있지만, 프로그램의 효과를 창의적으로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토이오 코어 큐브는 누구에게나 같은 코드로 움직일 뿐, 그 움직임을 해석하고 그 답을 찾아내는 것은 것은 놀이에 참여한 이들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나만 쓰거나 두 개를 동시에 움직이거나 각각 따로 움직이는 토이오 코어 큐브를 꾸미고 다루는 방법의 차이를 직접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놀면서 발견하고 재미를 찾아 나가는 것을 이해하게 될 때 앞으로 어떤 도구를 이용하더라도 잘 갖고 노는 방법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그런데 어쩌면 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은 사고의 성장을 멈춘 이미 키 큰 성인들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 글은 소니코리아로부터 고료를 받은 글이며 이 글의 취재에 필요한 일체의 지원은 받지 않았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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