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피스 랩톱 3는 이전 모델에 비하면 제품의 분해가 훨씬 쉬워졌다. 바닥면에 있는 고무 패킹을 떼어내고 나사를 풀면 곧바로 본체 부품을 볼 수 있다. 더구나 일부 주요 부품을 모듈화했기 때문에 교체도 쉽다. 대표적으로 SSD가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는 SSD를 모듈 형태로 만들어 나사 하나만 풀면 손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용자가 SSD를 교체하기는 어렵다.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서피스 랩톱에 탑재된 M.2 2230 규격의 SSD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보기 어렵다. 외국 PC 전문 사이트에서 검색해야 이 규격의 SSD를 구할 수 있을 만큼 SSD 자체를 구하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에 이용자가 SSD 교체를 위해 직접 제품을 분해하는 경우 사후지원을 받지 못한다. 이용자가 임의로 제품을 분해한 만큼 그에 대한 책임이 이용자에게 있다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주장한다.
그렇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쉽게 구할 수도 없고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모듈형 SSD를 서피스 제품에 넣었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 고객에게 필요한 조건이었다고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에서 구매한 제품에 이상이 생겼을 때 저장 장치만 떼어낸 상태로 서비스 센터에 보낼 수 있게 만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일반 이용자는 직접 분해해선 안되나 기업용 제품에선 서피스를 분해한 뒤 SSD만 떼어내고 보내도 서비스 보증을 유지한다는 이야기다.
기업용 서피스만 일반 소비자와 다른 보증 정책을 쓰는 이유는 기업용 제품에 저장된 데이터 때문이다. 만약 기업용 제품을 서비스 센터로 보냈을 때 SSD에 들어 있는 데이터를 유출할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기업 고객의 입장을 고려한 측면에서 분해가 쉬운 모듈형 설계는 나름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기업 고객에게 유리한 정책이라 해도 일반 이용자에 다른 이야기다. 특히 성능과 용량을 늘리기 위해 SSD 업그레이드를 고민하는 이용자에게 그렇다. 사실 서피스 랩탑 3는 여러 제조사의 M.2 2230 SSD를 쓴다. 고용량은 도시바, 저용량은 SK하이닉스 제품 등 다양하다. 그런데 모두 PCIe 인터페이스를 쓰는 제품이지만, 제조사가 다르면 일관된 성능을 내지 못한다. 레딧에 올라온 테스트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SSD는 2레인 PCIe로 연결돼 초당 1800MB의 순차 읽기 성능을 내는 반면 쓰기는 480MB에 불과하다.
이는 M.2 2230의 구조상 쓰기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설계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쓰기 성능을 읽기 성능 만큼 높인 제품도 있다. 이 제품으로 바꾸면 읽기 성능만큼 쓰기 성능도 좋아지는 터라 이미지 처리 같은 좀더 복잡한 작업에서 효율성을 경험할 수 있다.
더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SSD 용량을 두 배 늘릴 때마다 거의 40만 원 가까운 비용을 더 지불하도록 제품을 구성하고 있다. 때문에 서피스 랩탑 3 이용자가 SSD를 교체하는 것은 성능 향상 및 비용 절감 차원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결국 M.2 2230 규격이라도 PCIe 기반 SSD가 있으므로 이것으로 교체하면 좀더 저렴하게 더 나은 성능을 낼 수 있다. 물론 이용자가 이를 구하는 것 자체가 고난의 시작이기는 하다. 앞서 말한 대로 외국 컴퓨터 부품 사이트를 잘 뒤져야 찾아낼 수 있는 M.2 2230 SSD는 손에 꼽는다. 대량 생산 제품이 아니므로 적은 용량을 가진 제품을 값비싸게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임의 분해에 따른 책임이 고객에게 전가되므로 이용자가 새로운 SSD로 업그레이드하려면 제품을 들고 서비스 센터를 찾아가야 한다. 서비스 센터에서 정상적인 분해와 조립을 통해서만 업그레이드를 해야만 이용자 책임을 피할 수 있어서다. 물론 교체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솔직히 이러한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SSD를 교체해야 할까 싶을 게다. 하지만 한번쯤 지적하는 문제는 서피스 랩톱 3의 SSD와 관련된 설계와 정책에서 소비자를 고려한 결정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모든 서피스 랩톱 3가 비록 고성능을 추구하는 제품은 아니더라도 최고의 성능을 낼 수 있는 저장 장치에 관한 설계를 포기한 만큼 이용자에게 그만한 여유를 허용할 수는 없었는가 하는 점이다. 더 비싼 서비스 비용을 지불한 만큼 기업에게 분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정책에 맞춰 처음부터 설계한 제품이기에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이득 될 일은 전혀 아니라는 점에서 굳이 새로운 서피스 제품들을 선택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이번 서피스 랩탑 3는 어떤 시장을 겨냥했는지 뻔히 보인다. 기업 시장을 중심에 둔 제품으로 일반 소비자 영역까지 넘보는 것은 너무 염치 없지 않은가? 처음부터 보편적인 설계를 했다면, 모두에게 동일한 서비스 정책을 적용한다면 모두에게 좋은 결정이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서피스 랩탑 3의 SSD 만큼은 소비자를 위한 선택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덧붙임 #
스킨 오류로 이 곳에 공개된 모든 글의 작성일이 동일하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19년 12월 11일에 공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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