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동경게임쇼(이하 TGS) 2010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그래도 변화를 위한 작은 시도를 눈여겨볼 필요도 있습니다. 전시회를 지배하고 있는 콘솔과 휴대 게임기 위주의 게임과 더불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것으로 보이는 스마트 단말기용 게임들을 한 곳에 모아 전시했다는 점이지요.
TGS에 전시한 스마트 단말기용 게임들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안드로이드용 입니다만, 이들 게임들이 소규모 기업이 아닌 일본 내 전문 게임 업체가 만들고 있는 것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더군요. 소니나 닌텐도가 아닌 다른 모바일 플랫폼용 게임을 이들 업체가 만들고 있다는 사실도 놀랐지만, 그 완성도가 상당히 높았다는 점에서 더 놀랐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관련 앱스토어가 법률 문제로 열리지 못하는 상황이므로 그림의 떡에 불과할지 몰라도 스마트 단말기에서 돌아가는 게임들이 종전의 휴대 게임기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는데요. 일단 이곳에서 공개된 스마트 단말기용 게임 몇 가지를 추려봅니다.
러브 플러스
연예 게임 마니아에게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있을까요? 닌텐도로 러브 플러스를 즐기고 있던 분 가운데 아이패드를 보유한 분들은 당장 일본 계정 뚫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싶네요, 이 부스에 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코나미의 러브 플러스는 여자 친구보다 더 심하게 사실적인 연예를 하는 게임으로 소문이 퍼진 게임입니다. 여자 친구를 둔 게이머는 웬만하면 하지 말라고 말리는 게임이기도 한데요. 아이폰으로 출시된 것을 아이패드용으로 내놓은 것인 줄 알았는데, 현장에서 보니 아이패드 버전으로 보입니다. 업스케일링을 한 것이 아니어서 깔끔하고 아래쪽 메뉴의 크기도 작습니다. 실제 출시된 상태는 아닌 듯. 속도를 요하는 부분도 크게 없는 터라 별 무리 없이 돌아가더군요.
스페이스 인베이더 에볼루션
아이폰용 스페이스 인베이더는 화면의 위쪽에 있다가 좌우로 움직이면서 조금씩 아래로 내려오는 적 우주선을 양 옆으로만 움직이는 전투기를 이용해 모두 제거하는 슈팅 게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슈팅 게임이 업그레이드가 됐네요. 적 우주선 캐릭터는 예전과 비슷하지만, 적은 물론 게이머의 우주선도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바뀌었고 더욱 강력하고 다양한 형태의 보스가 등장하는 게임으로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또한 한 스테이지를 끝낼 때마다 테크 트리를 거쳐 게이머의 전투기를 더 강력하게 진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과거 단순했던 슈팅 액션으로만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태고의 북
태고의 북은 북을 두드리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이 오락실용으로 등장한 게 정말 오래 전 일인데요. 그 이후 콘솔용과 휴대 게임기용으로도 만들어졌는데, 반다이 남코가 아이폰/아이패드 용으로 내놓았더군요. 게임은 이전과 다를 것은 없는데요. 음악에 따라 북을 두드리면 됩니다. 물론 정확하게 두드려야만 하죠. 아이폰 버전보다는 아이패드에서 하는 게 더 큰 북으로 두드리는 것 같아 편하긴 합니다. 태고의 북을 즐겨했던 게이머들에게는 희소식 아닐가 싶네요. ^^
리얼 골프 2011 HD
골프 게임 좋아하는 게이머들이 선택할 만한 게임은 제법 많습니다. 그 중에 가장 인기있는 게임이 모두의 골프였지만, 캐릭터가 너무 장난스러워서 의외로 싫어하는 분들도 많더군요. 리얼 골프는 모두의 골프의 캐릭터와 지형을 좀더 사실적으로 바꾼 게임입니다. 게임 속 골퍼는 실제 활동하고 이는 선수들이고 지형과 지물 등도 좀더 사실감 있게 바꿔 놓았죠. 아이폰4와 아이패드의 고해상도에 맞춰 내놓은 게임이라 세밀함은 뛰어난 데, 약간 프레임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F건담 파이팅 스피릿
아, 이 게임은 이 부스가 아닌 반다이 남코 부스에 있던 게임인데요. 건담을 비롯해 개발하고 있는 몇 개의 아이폰 게임을 자체 부스에서 공개했더군요. 아이폰용 게임인 F건담 파이팅 스피릿은 건담을 이용한 대전 격투 게임입니다. 스트리트 파이터에 건담 캐릭터를 씌워 놓았다고 보면 될 것 같군요. 대신 총도 쏘고 전투기 모드로 변신해 특수 기술을 쓰기도 합니다. 아주 흥미로운 게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건담에 대한 향수가 있는 분들이 많아 소개했습니다.
섬머워즈 : 코이코이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개봉된 섬머워즈를 기억하는 분 있을텐데요. 그 애니메이션을 보면 화투로 강력한 적을 물리치는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상대보다 먼저 점수를 낸 뒤 코이코이를 외치면 계속 진행을 하게 되는데, 그 결정적인 한마디를 이용한 화투 게임을 만들었네요. 화투라면 부정적 인식이 강하지만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잘 섞은 깔끔한 그래픽이 눈길을 끌어서 살짝 소개했습니다.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출시했더군요.
ExZeus
안드로이드 쪽에서는 액션 게임을 많이 발견할 수 없었는데요. 그 가운데서 찾아낸 게임이 ExZeus입니다. 이 게임을 만든 개발사는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삼성 바다 등 모바일 게임용 사운드 엔진을 판매하는 회사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게임을 이용해 그 진가를 보여주려 한 것 같더군요. 이 게임은 3인칭 슈팅 게임으로 안드로이드 폰의 기울기에 따라 화면 속 로봇이 상하좌우로 움직이고 터치하면 무기를 발사합니다. 아이템을 먹으면 무기가 더욱 세지고 강력한 보스와 일전도 벌여야 하죠. 아주 재밌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안드로이드 부문에서 보기 드문 3D 게임이라 눈이 가더군요.
신장의 야망 : 전국판
아이폰용 게임을 아이패드에 띄워 놓은 탓에 아이패드용 게임인 줄 알았습니다. ^^ 신장의 야망 전국판은 과거 PC용 게임이었던 신장의 야망과 시스템이 비슷한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는데요. 턴 방식의 전투와 상성을 이용한 전투 결과는 그대로여서 게임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 보입니다. 그 게임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 될 것 같더군요. 실제 이 동영상을 유투브에 올려놨더니 트위터에 이 게임을 기억하는 분들이 신장의 야망 뿐만 아니라 코에이 삼국지도 내놨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삼국지 터치 버전도 이 회사에서 내놓았습니다.
완성도 높았던 스마트 단말기 게임, 마니아를 상대할 수 있을까?
위에 소개한 몇 개의 게임 외에도 사실 상당히 많은 스마트 단말기용 게임이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 시장에서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게임이 많았는데요. 러브 플러스를 내놓은 코나미는 위닝 일레븐 2010과 사일런트 힐, 파워풀 프로야구 터치, 댄스댄스 레볼루션 S+, 메탈기어 솔리드 터치 등 12개가 넘는 모바일 게임을 선보였고, 타이토는 스페이스 인베이더 에볼루션과 버블버블 더블을, 신장의 야망을 공개한 테크모 코에이도 삼국지 터치 판과 좀비 재생 회사 등을 전시했습니다. 또한 게임 로프트는 완성도가 매우 높은 아이폰/아이패드 게임을 20여개 이상 공개했고, 반다이 남코는 자체 부스에서 몇 개의 아이폰용 게임을 시연했습니다.
아이폰/아이패드용 게임은 꽤 뛰어난 품질의 게임들을 선보인 데 반해, 안드로이드 쪽은 아직 높은 수준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퍼즐이나 단순한 아케이드, 기타 카드 게임이었고 액션 게임은 ExZeus와 스피드X 정도만 눈에 띄더군요. 물론 아이폰/아이패드용 게임을 전시했던 게임로프트가 이곳에 안드로이드 게임을 시연했으면 조금은 균형이 맞춰졌을지도 모르지만, 일본 게임 업체가 만든 고급화된 안드로이드 게임을 볼 수 없었던 게 두 시연 장의 차이인 듯 싶습니다.
어쨌든 수많은 스마트 단말기용 게임들을 보니 가벼운 게임을 즐기는 캐주얼 게이머들 뿐만 아니라 휴대 게임기에서 즐기고 있는 게임 마니아를 충분히 상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해상도가 너무 높은 일부 3D 게임에서 게임 속도가 약간 떨어지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게임 마니아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게임이 많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미끼로 작용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마니아들이 곧바로 게임을 위해 스마트 단말기로 갈아탈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일본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PSP나 NDS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많은 반면 스마트 단말기용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거의 볼 수 없던 것도 흥미로운 풍경이었으니까요. 아직 그만큼 많은 단말기가 일본에 없다는 특수성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이처럼 완성도 높은 게임이 종전 게이머들을 스마트 단말기 시장쪽으로 끌어낼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들고다니면서 게임을 할 때 스마트 단말기의 화면 크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쪽 단말은 화면이 좀 작고, 아이패드는 너무 컸습니다. 물론 큰 화면에서 즐기는 게 더 나은 게임도 있지만, 들고 다니며 즐기는 게임으로는 이상적이지는 않더군요.
그래도 이들 플랫폼에 맞는 게임들을 일본 게임 제작사들이 계속 만들겁니다. 이러한 스마트 단말기들은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 유통되고 있는 만큼 그 게임들을 유통할 수 있는 시장도 점점 넓어지고 있으니까요. 내년 이맘 때 얼마나 많은 일본 게임 업체들이 스마트 단말기용 게임을 내놓을지 궁금해지네요.
화면이 갈등이죠. 조금 더 컸으면 하는데 아이패드는 너무 크니…
7인치 얘기가 나오던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네요. 전 건담이나 안드로이드의 슈팅 게임이 맘에 드네요. ㅎㅎ
나이가 들어도 메카물이 좋으니 성장이 덜 된 건지… ^^
윽.. 근데 건담물은 조작이 생각보다 조악해서리… 제우스EX는 꽤 괜찮더라구요. ^^
코이코이 마지막에 이길때는 영화에서 처럼 화려한 이펙트를 펼져주는건가요? ㅋ
그런 건 없더라구요. ^^
재미있어 보이는 게임이 많군요… 요즘 일본에서 대 히트인 아이팟(폰, 패드) 앱들에 큰 회사들도 점점 뛰어들고 있는 것 같아요……
참고로 하나 말씀드리자면 러브프러스 앱은 게임이 아니라 악세사리 같은 느낌이랍니다.. 시계랑 스켸줄 AR기능정도가 들어있다고 들었어요… -ㅂ-
이번 TGS에 참가하고 싶었는데 본사에서도 참가할 일이 없고, 개발 막바지에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서 가지를 못 해서 너무 안타까워요… ㅜㅜ
아.. 코나미 부스에 물어보니 러브 플러스는 TGS 전시 버전이라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빠져 있었답니다. 아마 머지 않아 정식 버전이 나오겠지요. ^^
아이패드 게임은 대부분에 아이폰에 있는 게임을 아이패드로 해상도 확장한 게임들이네요.
위의 레아라님도 말씀해주셨지만, 러브플러스는 게임은 아니랍니다. 🙂
확장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그렇더군요. 러브 플러스는 TGS 전시용 버전쯤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전 게임에 완정 꽝이라 뭐가 뭔지는 잘 모르지만 애플의 앱 정말
한계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 몇 주전에야 첨으로 아이파드 텃치라는 걸 첨 만져보았거든요. ㅋㅋㅋ
애플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어떤 단말기라도 앱의 확장을 통해 한계를 이겨내게 되겠지요. 더 재미있는 세상이 열릴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