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까지 즐기는 씽크패드에 대한 응답, 씽크패드 X1 익스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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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0월 레노버가 씽크패드의 산실인 야마토 연구소와 가까운 곳에 마련한 씽크패드 25주년 기념 레트로 씽크패드 발표회장 한 켠에 사방에서 볼 수 없도록 검은 장막을 드리운 의문의 공간이 있었다. 이 장막의 바깥에는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표시가 곳곳에 붙어 있었고 입장 인원을 제한하는 등 자유로운 바깥 분위기와 대조되는 삼험한 풍경이 펼쳐졌다. 물론 그곳이 어떤 장소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이벤트가 거의 끝날 무렵 겨우 그 곳에 들어간 뒤에야 왜 이리 엄격하게 관리했는지 알만했다. 그곳에는 가까운 미래에 출시할 씽크패드의 미래 제품과 기술을 미리 보여주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들어가기에 앞서 NDA를 작성한 터라 당시 봤던 기술과 제품을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동안 손가락이 조금 근질근질하긴 했지만, 제품으로 공식 발표하는 날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결국 기다림의 그 날이 왔다. 씽크패드 X1의 고성능 모델인 X1 익스트림(Extreme)을 레노버가 IFA 2018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공식 발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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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도 씽크패드를 기업과 소비자 관점의 요구 사항을 분리해 제품 개발에 반영했다.

씽크패드 X 시리즈는 얇은 두께의 초경량 모바일 컴퓨팅에서 더 나은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IBM 시절에 탄생한 모델이지만, 레노버로 넘어 온 이후에도 그 목적은 유지되어 왔고 꾸준히 개선되어 왔다. X1은 다른 씽크패드보다 더 튼튼한 롤 케이지 구조와 마그네슘 합금 재질의 케이스, 내충격 키보드 등 내구성을 강화해온 X 시리즈에서 무게를 줄여 모빌리티의 강점을 살린 모델이다.

씽크패드 X1은 제품 성격에 따라 X1 카본, X1 요가, X1 태블릿 등 다양한 변종 모델을 낳았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재질이나 폼팩터의 변화에 따른 제품일 뿐 실제로 성능을 강조한 씽크패드 X1 시리즈는 지금까지 없었다. 그 이상의 성능은 씽크패드 W나 P 시리즈 같은 워크스테이션으로 넘기려는 의도였지만, 결국 레노버도 이용자의 요구에 맞춘 고성능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을 내놓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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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패드 X1 익스트림. 겉보기에는 15.6인치 노트북일 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노트북처럼 보이지 않는다.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은 기업과 소비자로 양분된 요구 사항을 통합한 고성능 노트북이다. 레노버는 안정성과 편한 유지 관리, 보안, 생산성, 손쉬운 서비스 도입을 원하는 기업의 요구와 게임이나 영상, 사진 편집에 적합하고 인공 지능, 가상 현실 같은 최신 기술 트렌드를 원하는 이용자 요구를 양분해 제품 개발에 반영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구분을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에서 없애기로 한 것이다.

케빈 벡 레노버 시니어 애널리스트가 설명한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의 탄생 배경은 이렇지만, 그래도 업무용에 좀더 무게추를 싣고 있는 씽크패드의 정체성이 깨뜨릴 만큼 과감하다고 보긴 힘들다. 게임도 즐길 수 있을 만큼 보완을 한 것이지 업무 노트북의 특징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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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패드 익스트림은 4K 디스플레이와 돌비 사운드 등 엔터테인먼트 환경에 알맞은 기술을 탑재했다.

일단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은 돌비 비전 HDR을 경험할 수 있는 15.6인치 4K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데다 듀얼 쿨링팬 시스템을 넣어 더 큰 부피와 무게를 갖게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만약 기술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덩치 크고 무거워 업무를 위한 이동성이 전혀 없다고 조롱받을 씽크패드를 내놔야 할 수도 있다. 때문에 레노버는 롤 케이지 및 카본 파이버 재질 등 기존 골격을 유지하는 동시에 씽크패드 T580보다 12% 가벼운 1.7kg까지 무게를 줄여 15인치 대형 노트북의 약점인 휴대성을 확보했다.

하지만 관심을 끄는 부분은 역시 성능을 위한 제원일 것이다. 씽크패드 X1은 6코어의 8세대 인텔 코어 i9 프로세서와 최대 64GB 램, 래이드 0/1 구성이 가능한 듀얼 PCIe SSD 등 성능 향상 옵션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50Ti 맥스 큐 디자인 GPU를 얹어 부족한 그래픽 성능도 채웠다. 게임 마니아들이라면 배터리 전력 한계에 맞춰 최대 성능을 내는 맥스 큐 디자인을 채택한 점이 조금 아쉬울 법하다. 하지만 씽크패드가 게이밍 제품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게이밍을 보완하는 차원의 고성능 업무용 노트북이라는 점에서 레노버는 GTX 1050Ti로 균형을 맞춰보려는 듯하다. 맥스 큐 디자인의 GTX 1050Ti도 풀HD 게이밍과 윈도 10 혼합 현실까지 무난하게 대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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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성능에 대한 능력치를 보강한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이지만, 업무의 생산성을 위한 부분에 소홀하진 않았다.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은 게임처럼 배터리를 쭉쭉 뽑아 마시는 일 없는 일반 작업에서 한번 충전으로 15시간 동안 작동하는 데다 원거리 마이크와 돌비 오디오 프리미엄으로 회의 환경에 적합한 기능을 탑재했다. 배터리가 부족할 때 1시간만 충전해도 80%의 배터리를 충전하도록 고속 충전(Rapid Charge)도 지원한다. 어디에 들고가더라도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보장하는 제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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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패드가 고성능 GPU를 탑재하면서 혼합 현실 장치도 어려움없이 쓸 수 있게 됐다.

어쩌면 기존 외장형 GPU를 넣었던 다른 씽크패드를 선택하지 않고 고성능 씽크패드 X1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첫 기대작일 수 있는 X1 익스트림이 그 기대치를 얼마나 채워줄 것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단지 씽크패드 P 워크스테이션이 아니라 업무 차원에서 보완해야 할 그래픽 작업이나 잠시 생긴 여유를 즐기고 싶은 씽크패드 X1 이용자들에게 알맞는 성능을 제공하려는 첫 시도이고 첫 세대의 제품이다.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이 출시되면 레노버는 새로운 목소리를 듣고 또 다음 세대를 준비하지 않을까?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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