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젠(Tizen) 스마트폰, 삼성 Z1에 대한 단상

타이젠 삼성 Z1, Tizen Samsung Z1

0. 3년 넘게 줄곧 나온다는 소문만 들어야 했던 타이젠 스마트폰이 드디어 나왔다. 하지만 우리나라 이야기는 아니다. 인도의 이야기다. 타이젠을 얹은 첫 상용 스마트폰의 이름은 삼성 Z1. 인도 현지 가격으로 5700루피, 원화로 10만 원 안팎의 저가 스마트폰이다. 몇년 전 갤럭시S3 수준의 목업 제품에서 처음 만났던 타이젠을 떠올려보면 저가 스마트폰의 등장은 다소 의외로 보이긴 한다. 그만큼 기대치를 낮춘 삼성 Z1을 며칠 전부터 둘러보고 있다.

1. 사실 삼성 Z1을 풀기 전에 받았던 택배 포장이 조금 인상적이긴 했다. 인도에서 보내온 택배의 겉을 베로 감싸고 입구를 실로 꿰맸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날아온 특이한 택배 포장은 인상적이었지만, 그 안에 담겨 있던 삼성 Z1의 포장재는 가격을 얼마나 낮추려 애썼는지 한눈에 알만하다. 단말기, 배터리, 이어폰, 설명서를 모두 넣었음에도 작은 포장재의 크기만 보면 제품을 담는 것 이상의 의미는 두지 않는 포장재였기 때문이다.

타이젠 삼성 Z1, Tizen Samsung Z1

2. 삼성 Z1은 4인치 화면의 작은(?) 스마트폰이다. 워낙 5인치 이상의 큰 스마트폰이 보편적으로 쓰이는 터라 4인치 화면의 제품은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Z1의 크기는 5년 전에 나온 갤럭시S와 거의 비슷하지만, 고급스러운 기분이 드는 만듦새는 아닌 평범한 수준이다. 그래도 작은 크기에다 배터리 덮개에 미끄러짐 방지 처리를 한 때문에 한손으로 다룰 때 불안함은 적은 편이다.

타이젠 삼성 Z1, Tizen Samsung Z1

3. 삼성 Z1의 배터리 덮개를 열어보니 두 개의 심카드 슬롯이 보인다. 이통사가 다른 두 개의 심카드를 꽂고 선택적으로 쓸 수 있는데, EDGE/GPRS외에 900MHz, 2.1GHz대 3G(WCDMA) 주파수를 알아챌 수 있어 이 대역을 쓰는 국내 이통서비스와 호환된다. SKT의 3G OPMD도 별 이상 없이 작동한다. 배터리는 1500mAh 밖에 되지 않지만, 타이젠이 배터리 소모가 워낙 적어서 배터리 걱정은 덜 된다.

4. 간단한 설정을 끝내고 전원을 켠 삼성 Z1의 그래픽 인터페이스는 삼성 갤럭시폰을 주로 썼던 이들에겐 그리 낯설진 않을 듯하다. 아래쪽 8개의 아이콘이 나열된 도크는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위젯 화면과 알림바의 구성, 설정 화면은 갤럭시 스마트폰에 올린 안드로이드용 터치 위즈와 많이 닮았다. 심지어 메뉴와 홈, 돌아가기 같은 하드웨어 버튼까지 과거 갤럭시 폰과 똑같다. 홈 화면의 편집 메뉴도 비슷하다. 물론 앱 서랍의 작동 방식이나 홈 화면의 위젯 구성 방식은 조금 다르고 설정 화면은 어설프지만, 전반적으로 이전 갤럭시 스마트폰의 이용자들이 삼성 Z1을 다루는 데 불편은 없어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5. 더구나 삼성 계정도 호환이 되는 덕분에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삼성 계정으로 백업한 데이터를 삼성 Z1으로 옮겨오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다. 문자나 연락처, 통화 기록 등을 불러올 수 있다. 스마트 스위치를 이용해 다른 스마트폰의 데이터를 가져오는 것도 어렵지 않고, G메일 계정을 등록하면 구글에 올렸던 연락처와 일정, 메일까지 동기화된다.

6. 기본 응용 프로그램은 번들 앱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번들 앱은 우리나라에서 쓸만한 게 거의 없다. 대부분 인도 현지에 맞춘 번들인데다, 노키아의 히어(Here) 지도는 우리나라 정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쓸모가 없다. 타이젠 스토어 역시 지역 제한에 걸려 접근할 수 없어 추가로 앱을 설치해 활용 방법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타이젠 삼성 Z1, Tizen Samsung Z1

7. 꼭 저가 폰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이따금씩 늦게 반응하는 앱을 보면 살짝 불편해진다. 특히 스크롤이 늦거나 터치가 늦게 반응하니 썩 유쾌하진 않다. 타이젠이 스펙트럼 SC7727S 듀얼코어 AP에 적응이 덜 된 까닭이겠지만, 그렇다고 더 나아질만한 AP도 아니다. 화면 해상도는 800×480으로 넉넉한 화소는 아니다. 인터넷을 할 수는 있으나 화면에 표시된 글자나 그래픽의 깔끔한 맛은 덜하다. 램은 768MB, 내부 저장 공간은 4GB 중 2.3GB를 쓸 수 있다. 운영체제 용량은 상대적으로 적고 실제 리소스도 덜 차지하는 점은 괜찮아 보인다. 그래도 마이크로 SD는 옵션이 아니라 필수다.

8. 타이젠을 얹은 삼성 Z1이 저가 스마트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과 스마트폰 운영체제로서 타이젠은 별개의 문제다. 앞으로 이 문제를 다른 글에서 좀더 살펴볼 예정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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