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의 꿈은 이루어졌습니다.” 라고 밝힌 빌 게이츠 회장은 “일반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디지털 미디어를 어디서나 어떠한 방식으로도 이용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간편하게 사용자화하고 싶어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파트너들이 오늘 발표하는 혁신적인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는 상기한 일반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켜 줄 것입니다.” 라고 덧붙였다.
이 말은 2005년 ‘윈도우 XP 미디어 센터 에디션 2005’를 발표했을 때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빌게이츠 회장이 했던 말이다. 윈도 미디어 센터를 발표하고 몇 년 동안 빌게이츠 회장은 집착으로 보일 만큼 윈도 미디어 센터에 많은 관심을 보였더랬다. PC가 가정의 디지털 허브가 될 수 있다고 믿었고, 그것이 윈도가 가야 할 미래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윈도 미디어 센터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없애고 리모컨으로 조작하는 PC를 만드는 데 아낌 없이 지원을 했음에도 PC는 TV의 파트너가 되지 못했고 윈도는 문서를 작성할 때 앉는 서재를 빠져나올 수 없었다. PC는 너무 비쌌고, 윈도 미디어 센터는 미디어 호환성이 떨어졌다. 무엇보다 누구도 음악과 영화를 리모컨으로 조작하기 위해 큼지막하고 비싸고 설정이 까다로운 PC를 TV에 두고 쓰고 싶어하지 않았다. MS가 PC의 가전화 전략을 포기하는 대신 값싸고 조작하기 편한 XBOX 사업으로 전환한 것은 정말 현명한 결단이었다.
이제 윈도 미디어 센터가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서 윈도를 설치한 PC는 더 이상 TV와 인연이 없는 듯 보이긴 하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다른 관점에서 윈도 PC를 봐야 할 때라고 말하고 싶다. 며칠 전 자그니님과 티빙 블로그에 올라갈 인터뷰 도중 TV와 윈도8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지금 우리가 TV를 보는 경험이 얼마나 달라지고 있고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장치를 PC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젊은 세대들이 정해진 시간에 TV를 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정규 채널로 볼 수 없는 인터넷의 다양한 매체를 소화하기 위해선 PC처럼 호환성 좋은 장치의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아마도 다수가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지만, 이러한 결론에 도달한 데는 TV에서 보려는 컨텐츠가 무엇이냐에 대한 욕구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고 또한 직감하고 있어서다. 과거 윈도 미디어 센터가 실패한 것은 TV를 보는 시청 습관, 그러니까 채널을 오가면서 TV를 보는 이용자 경험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지금은 그러한 이용자 경험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인터넷과 연결만 되면 어디에서나 TV를 볼 수 있고, TV에서 보기 힘든 더 다양한 미디어를 경험하면서 TV를 보는 경험 자체를 서서히 바꾸는 시도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번 서울 시청 앞에서 열린 싸이 콘서트를 보자. 이 콘서트는 이튿날 공중파에서 재방송을 했지만, 이 행사는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 됐고 수많은 이들이 모바일이나 PC에서 지켜봤다. 이 콘서트는 그 차제 만으로 완성도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영상의 품질도 좋았던 터라 TV에서 즐겨도 좋은 컨텐츠였다. 물론 나는 이 영상을 TV에서 봤다. 당시는 윈도8 PC 대신 크롬박스를 연결해서 봤는데, 그 시간대에 다른 TV 프로그램보다 더 뛰어난 컨텐츠 였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물론 그 뒤에 싸이 콘서트와 같은 좋은 컨텐츠를 만나진 못했지만, 어쨌거나 이러한 컨텐츠는 TV에 대한 기존의 경험을 바꾸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이 되는 모바일에서도 보고, PC에서도 보는 데 TV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은 이제 TV의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인터넷에 있는 컨텐츠를 볼 수 있도록 만든 스마트 TV가 나오고 있지만, 좁은 호환성과 느려터진 성능으로는 이용자의 욕구를 채우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인텔 NUC와 윈도8의 결합은 이용자가 인터넷의 영상을 TV에서 보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다. 능동적으로 컨텐츠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고성능 프로세서와 역동적인 윈도8 UI의 튼튼한 기본기는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컨텐츠를 TV 화면에서 즐기는 거부감을 없애준다. TV에 멀리 떨어져 PC를 제어하는 일이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인터넷 컨텐츠를 즐기는 경험을 가진 이용자에게 이보다 확실한 답을 제시하는 하드웨어는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컨텐츠를 웹이든, 아니면 윈도8용 앱이든 가리지 않고 빠르게 접근해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기본기와 이용자의 의지에 의해 확장이 쉽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기존 TV를 보는 경험을 완벽하게 흡수하지 못하는 것은 단점이지만, 그것마저도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의 웹과 앱을 이용하면 해결된다.
모바일이든 PC든 결국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컨텐츠를 더 큰 화면의 TV로 통합하길 원하는 이들이 가장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새로운 TV만 있는 게 아니다. PC도 가능하다. 더 값싸고, 작고, 저전력의 하드웨어와 윈도8은 그것을 더 쉽게 TV에서 소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PC가 생산적 장치라는 오랜 관념이 모든 것을 망치고 있기에 유투브 동영상 하나 보자고 억지로 키보드 붙인 리모컨으로 조작해야 하는 TV를 새로 산다. 늘 일하는 용도로 PC를 쓰는 게 아닌데도 이미 오래된 관습이 PC를 소비가 아닌 생산적 장치로 고착화시켜 버렸고 여기에 동화되어 PC를 구식기기처럼 취급하고 있는 것이 모순을 낳는다. 모바일이나 PC에서 즐기던 인터넷의 시청 경험을 쉽게 확장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면 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건만, 대부분은 달라진 PC를 배제한 채 그 답을 멀리서 찾으려 한다. 그러면 답이 나올까? 아마 찾기 힘들 것이다. PC 종말론을 외치는 사람일수록 더더욱…
덧붙임 #
1. 모바일에 의한 TV 시청 환경의 변화를 고민하지 않는 스마트TV는 만드나마나다.
2. 그러고 보면 윈도8은 정말 가능성이 많은 운영체제지만, 한국 MS가 이렇게 협박해서 팔아야 할만큼 절박한 운영체제기도 한 모양이다.
http://media.daum.net/digital/newsview?newsid=20121213173106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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