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미라캐스트(Miracast) 진영에 참여하기로 지난 27일에 결정했다. 미라캐스트는 무선 랜 표준을 정립하고 실험과 인증을 맡은 와이파이 얼라이언스가 준비해 온 무선 디스플레이 표준이다. 퀄컴과 TI가 이미 미라캐스트의 참여를 결정한 상태였고 이번 엔비디아까지 미라캐스트에 협력하기로 결정하면서 핵심 모바일 AP 업체의 힘을 모은 미라캐스트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와이파이 얼라이언스가 무선 랜 규격과 기술에 관련된 업계 표준을 이끄는 단체인 것은 맞지만, 미라캐스트가 업계 표준으로써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적지 않은 장애물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강력한 모바일 AP 업체의 참여는 확정했다더라도 무선 디스플레이와 관련된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저마다의 표준을 들고 이미 시장 확장에 나선 상황이고 미라캐스트는 후발 주자라는 약점이 있어서다. 그렇다면 미라캐스트는 어떤 진영의 기술들과 경쟁해야 할까?
인텔 와이다이
PC 진영의 맹주인 인텔은 2년 전부터 인텔 무선 디스플레이(Intel Wi-Di)를 적극 밀어 왔다. 인텔 와이다이는 무선 랜을 통해 TV나 모니터를 세컨 디스플레이로 인식하는 기술로서 PC 화면을 그대로 보내는 디스플레이 복제(Mirroring)와 디스플레이 확장이 모두 가능하다. 초기 720P까지만 지원하던 기술을 개선해 지금은 1080P까지 출력 가능하고 와이다이 어댑터와 연결된 TV에 풀HD 해상도의 PC 화면을 전송할 수 있다. 한번 연결되면 계속 접속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일단 와이다이가 무선 디스플레이 시장을 개척한 선행 기술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약점도 많은 편이다. 일단 이 기술은 인텔 계열의 프로세서와 무선 랜, 내장 그래픽을 가진 노트북에서만 작동한다. 다른 그래픽, 다른 무선 랜 칩셋을 쓰고 있다면 와이다이가 작동하지 않는 폐쇄적 기술이다. 무선 랜으로 신호를 내보내다보니 미묘한 시간 지연이 있어 게임은 하기 어렵다.
와이다이를 이용하려면 이용자가 별도로 10여만 원을 들여 어댑터를 사야하는 것도 부담이다. 하지만 이는 다른 장치들도 마찬가지여서 와이다이 만의 약점은 아닐 수 있지만, PC에서만 작동하는 것이어서 이용 범위가 좁은 게 흠이다.
삼성 올쉐어 플레이
삼성은 올쉐어라는 DLNA 방식의 무선 디스플레이를 지원해 왔고 최근 이를 발전시킨 올쉐어 플레이를 적극 밀고 있는 중이다. 올쉐어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태블릿과 PC의 컨텐츠를 TV나 모니터에서 볼 수 있는 무선 디스플레이 기술로 모바일 장치나 PC, 카메라에 들어 있는 영화나 음악, 사진 등을 TV나 그 주변 장치에서 즐길 수 있는 공유 기술이었다. 이를 발전시킨 올쉐어 플레이는 특정 앱을 실행하지 않고 기본 플레이어에서 주변 장치와 곧바로 연결하게끔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 역시 와이다이와 마찬가지로 삼성 제품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환경 자체가 폐쇄적이기는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TV, 모니터, 카메라, PMP 등 삼성에서 출시되는 하드웨어의 지원폭이 넓다는 게 다르다. 하지만 수많은 삼성 제품에 올쉐어가 들어가 있음에도 집집마다 갖추고 있는 호환 하드웨어를 찾는 것이 쉽지 않고, 기능을 실행하는 과정과 연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애플 에어 플레이
애플은 에어 플레이라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TV에 애플TV를 물리거나 그밖의 에어 플레이 장치에 연결한 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영화나 사진, 음악을 재생하다가 버튼만 누르면 곧바로 해당 컨텐츠가 TV나 에어 플레이 장치에서 재생한다. 이때 컨텐츠를 전송하는 장치는 컨트롤러로 바뀌고 화면을 꺼도 컨텐츠는 별 문제 없이 재생된다. 에어 플레이는 초기 설정만 해 놓으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재생할 수 있는 컨텐츠 형식이 자유로운 편은 아니다. 음악이나 사진은 크게 지장 없지만, 영상 컨텐츠 형식에 제약이 있고, 애플TV가 보급되지 않는 나라에서는 TV와 연결할 방법이 부족한 지역적 제한이 있다. 복제 디스플레이를 통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화면을 그대로 TV로 보낼 수 있다.
미라캐스트
미라캐스트는 이중에서 가장 늦은 지난 5월 31일에 발표된 무선 디스플레이 기술로, 인텔 와이다이처럼 무선 랜을 이용한 화면 복제와 확장을 모두 지원한다. 미라캐스트도 와이파이 다이렉트처럼 무선 랜 공유기를 거치지 않고 소스 장치와 수신 장치를 바로 연결해서 쓸 수 있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장치를 TV나 모니터에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전력으로 작동하면서도 고화질 전송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게임 수행이 가능하도록 프레임수와 전송시 지연시간을 줄였다는 것이 장점이다. 무엇보다 인텔 와이다이나 에어플레이처럼 폐쇄적이지 않고 개방적인 기술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지만, 업계에서 미라캐스트 인증(miracast certified) 하드웨어를 얼마나 내놓을 것인지는 지금 점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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