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번엔 얼마야?”
물건의 값부터 묻는 건 그와 같은 제품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비교될 만한 여러 제품과 가성비를 따져보기 위해서일 게다. XYZ프린팅이 개인용 3D 프린터 다빈치 1.0을 66만9천원, 다빈치 2.0을 81만9천원에 내놓는다 했을 때, 이런 가격에 국내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배경이 궁금했다. 아직 100만원대에도 근접해 있지 않은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눈길이 갈만한 가격인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XYZ프린팅은 가끔씩 외신을 통해서 만나는 3D 프린터 업체였을 뿐이었다. 때문에 11월 18일에 진행했던 한국 진출 기자 간담회의 첫 슬라이드에 등장한 ‘콤팔'(COMPAL)과 같은 계열의 회사라는 사실을 밝힌 것은 XYZ프린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많이 됐다. 콤팔이 제조사 개발 방식(ODM) 전문으로 성장했던 터라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이미 축적하고 있어서다. 프린터 시장에서 15년의 경험과 해마다 1천200만대의 프린터를 만들었으니 전혀 낯선 것은 아니다.
하지만 3D 프린터를 만든 경험은 2년 밖에 되지 않았고, 뉴킨포 그룹과 콤팔이 합작사인 XYZ 프린팅을 세운 것도 지난 해 8월이었다. XYZ 프린팅의 역사는 아주 짧다. 아직 브랜드로서 믿음을 줄 만큼은 아니다. XYZ 프린팅 역시 다른 3D 프린터와 출발점은 거의 같아 보인다. 물론 실제는 다르다. XYZ 프린팅의 모 회사인 킨포 그룹이 ODM 시장에서 40년을 버틴 중견 기업이라는 점에서 물건을 만드는 재주와 생산 능력이 다른 제조사보다 나은 점은 있다. 무엇보다 대량 생산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잘 아는 조직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출발점은 다른 셈이다. XYZ프린팅은 각 지역별 판매량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벌써 다빈치 1.0과 2.0을 합쳐 4만여대를 팔아치웠다.
물론 XYZ 프린팅의 다빈치 1.0과 2.0이 다른 ABS나 PLA 필라멘트를 녹여 층층이 쌓는 다른 제품에 비해 흥미로운 가격으로 판매를 시작하지만 능력은 보편성을 넘어서진 않는다. 프린터 레이어는 0.1mm~0.4mm 두께로 평범하고 주먹만한 아이템을 뽑는 데만 많은 시간을 쓴다. 두 개의 프린터 헤드를 넣은 다빈치 2.0은 두 가지 색깔을 번갈아 출력할 수 있지만, 필라멘트를 쓰는 적층식 3D 프린터는 헤드의 증가만으로 출력 속도가 더 높아진다고 말하긴 어렵다. 출력 크기는 최대 20×20이다.
그런데 XYZ 프린팅이 다른 3D 프린터와 다른 점은 소모품 정책이다. 다빈치 시리즈는 고체 ABS와 PLA 필라멘트를 쓰지만, 전용 카트리지를 장착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값싸게 판매하는 필라멘트를 다빈치 시리즈에서 전혀 쓸 수 없는 것이다. 3D 프린터 용으로 제조되고 있는 ABS와 PLA 필라멘트마다 녹는 점이 다른 까닭에 좋은 품질의 결과물을 얻지 못하고 고장의 원인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과거 정품 잉크젯만 쓰게 했던 프린터 업체들과 똑같은 정책이라 거부감을 피하긴 어렵지만, 3D 프린터의 품질 관리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록 정품 카트리지를 써야 하는 문제가 약간 꺼림칙해도 지금 이 순간 3D 프린터를 살까말까 고민하던 이들에게 60만원대 3D 프린터의 등장은 반가운 소식일 테다. 3D 프린터 수업을 준비하는 학교나 학원, 중소 사업장, 개인 이용자들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 들었으니 말이다. XYZ프린팅도 다빈치 1.0과 2.0으로 더 큰 욕심을 내지 않고 이런 이용자들을 공략하는 중이다. 지난 6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중국에선 이미 학교에 20~30대씩 보급 중이고 한국 지사도 개인 이용자와 학교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을 제외하고 지방쪽은 사후 관리 시설의 부족이 마음에 걸린다. 헤드 같은 핵심 부품을 손쉽게 교체할 수 있는 구조적 장점이 있다지만, 역시 손이 가는 일은 나서서 해결해 줄 전문가를 찾기 마련일 테니까.
안녕하세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혹시 이 기사를 스크랩하여 3docn.com 사이트 및 티스토리에서 게시해도 괜찮을지 여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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