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영화를 볼 때 어떤 장치로 보시나요? 대부분은 TV나 모니터에서 보리라 생각됩니다만 영화 좋아하는 홈 AV 마니아라면 ‘당근! 프로젝터지.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ㅡ;;)’고 할 겁니다. 어느 정도 거리만 된다면 영화관… 보다는 작지만 ^^; 일단 TV보다는 큰 100인치 이상의 화면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으니 다른 느낌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지요. 하지만 LCD 모니터의 대형화와 HD급 고화질 영상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는 탓에 프로젝터 시장은 다소 주춤했습니다. hp 같은 선도업체가 올 여름 사업포기를 선언한 것도 시장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라는 섣부른 추측도 낳기도 했죠. 물론 쉽게 문을 닫을 그런 분위기는 아닙니다. 종전 프로젝터의 문제를 해결해 가고 있는데다 극장이 디지털화 되면서 디지털 프로젝터는 오히려 보급이 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극장에는 대부분 DLP 프로젝터가 들어가 있고, 2년 안에 전세계 1만 5천개 스크린이 디지털로 바뀌거나 추가될 예정입니다.)
지난 11월 14일에 프로젝터 전문 업체인 옵토마에서 기자간담회가 있었는데요(제가 좀 게을러서…-.ㅡ). 프로젝터는 관심 분야이기는 한데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제가 직접 기사나 리뷰를 잘 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지난 여름 첫 제품 발표회때는 대만 취재 때문에 못가본터라 담당자 얼굴도 익힐 겸 정보도 얻을 겸 갔습니다.
이날 옵토마에서 발표한 것은 풀HD 프로젝터인 HD81이라는 신형 프로젝터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의 풀 HD DLP칩을 넣은 프로젝터인데요. 여기서 잠깐 풀 HD 프로젝터 시장 동향 먼저 짚고 가죠. 대부분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전체 프로젝터 시장에서 DLP가 LCOS 방식을 앞서기 시작했고, 풀 HD(1080P) 시장에서는 더더욱 격차가 벌어졌더군요. 지난 3분기 NPD의 발표를 인용하자면 TI DLP가 70.2%, 소니 SXRD가 28.1%이었고 LCOS는 바닥을 기고 있다고 나왔네요. TI는 상승곡선을, SXRD는 계속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2006년 4월 시점에서는 SXRD가 84~5%, DLP가 18% 정도 였는데, 겨우 몇 개월 사이에 전세가 역전된 겁니다. LCOS는 처음부터 바닥이었는데, 아마도 장시간 재생시 액정 색상이 변화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소비자 선택 순위에는 끼지 못할 듯. 물론 풀HD 표시도.
(물론 풀 HD가 아닌 일반 프로젝터 시장에서도 DLP가 앞서기는 하지만 LCOS도 제품이나 가격 경쟁력으로 어느 정도 자리는 잃지 않고 있습니다.)
TI가 풀 HD DLP 칩을 만든게 2005년 4월이니까.. 1년 반이 넘어서야 옵토마가 풀 HD 프로젝터를 만든 셈이네요. TI 풀 HD DMD DC3 칩을 넣었다거나 하이엔드 2피스 시스템(프로젝터와 디지털 프로세서가 분리되는 시스템), 1300안시와 12,000:1의 명암비, 6배속 7분할 다크그린 컬러휠 채택, 영상 전용 처리칩 제피코(jepico)를 이용한 선명한 컬러 재현, 향상된 17단계 IRIS 제어 등이 주요 기능이고요. 단자는 HDMI 3개와 컴포넌트 2개, BNC 2개, VGA 1개 등을 갖췄네요.
이런 하드웨어가 실제로는 얼마나 능력을 발휘할까 궁금했는데, 다행이(?) 데모 시연을 하더군요. (오히려 안하는 게 이상한 거죠 -.ㅡ…) 스크린 크기는 120인치 정도였는데, 좀 높은 곳에 달려 있는게 좀 답답해 보이기는 했지만서도 실제로 풀 HD 영상을 재생하는 것을 보니 프로젝터가 이런 영상을 보여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세밀하고 깊은 색을 표시했습니다. 이전에 엡손이나 벤큐, hp의 중저가 프로젝터를 보는 것과는 몇배는 좋은 화질이더군요. 실내 조명이 완벽하게 차단된 상태가 아니라서 주변 빛에 약간 간섭을 받는 상황이었지만, 그 섬세한 표현을 알아보는 데 조금도 지장이 없었습니다. 물론 프로젝터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려주는 특별한 데모라는 점도 무시해서는 안되지만, 일반 아이스 에이지 영상도 LCD TV나 다른 프로젝터에서 보는 것과 또다른 차원의 화질로 보여주더군요. 빔을 통해 확대된 영상임에도 선이 또렷하고 색의 분리가 명쾌한 것은 처음 봤습니다. (물론 제 경험이 짧아서.) 집만 조금 넓다면 170인치 스크린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다더군요.
넓은 거실은 둘째치고, 정말 돈만 있다면 갖고 싶을 정도로 화질은 좋았습니다.. 만. HD81은 우리나라에서 800만원 후반대에 판매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비싼 프로젝터가 팔리겠나 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업체도 알고 있죠. 다만 옵토마 측에서는 하이엔드 규모가 작아도 메인 스트림과 비슷한 시장 점유율만 가져오면 된다더군요. 하이엔드 시장에서 톱 3안에 드는 게 목표라는.. 그래서 890만원 정도로 예상가를 잡았는데, 이게 같은 풀 HD 프로젝터 급에서는 최저가입니다. 프로젝션 디자인은 2만5천달러, 마란츠 VP11S1이 1만9천990달러인데 옵토마는 9천 달러 이하니까요.
예상 판매가를 듣고 나니까… 비어 있는 지갑이 생각나네요. 내 지갑에 900만원 가까운 돈이 들어 있다면 과연 저걸 살까 말까 고민해 볼 것 같습니다. 풀HD LCD TV가 이보다 싸다고 해도 프로젝터로 보는 것과는 기분이 영 다르니.. 그래서 브라비아 X를 보면서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영화 마니아라면 주저 않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어서 그리 오래 고민하지는 않을 것 같긴 하네요. (갚아야 할 산더미 같은 카드 빚부터… ㅜ.ㅜ). 영화 마니아라면 충분히 고민할만합니다. 이제까지 극장 비스무리하게 영화를 보고 싶어서 프로젝터를 샀는데 별로 효과를 못본 이들에게는 언젠가 언젠가 언젠가 업그레이드로 고려할만한 물건이 아닐까 싶네요.
아.. 그리고보니 우리나라 프로젝터 시장에서 hp가 빠진 이후에 1위를 누가 하나 알아봤더니 NEC라더군요. NPD 순위에서 2위인 옵토마만 표시되어 있길래 확인해보니 그렇다 합니다.
늦은 기자 간담회 후기라 뒷북 친 느낌입니다만.. 정리 안하고 넘어가려니 너무 찝찝해서-일 안하는 것처럼 비쳐질까봐- 안되겠더라고요. ^^;; 아래 샘플 이미지 몇 장 더 올려봅니다. 당일 데모로 띄운 영상을 직접 찍어서 편집한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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