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 2의 인하된 출고가의 의미

어제 미디어 데이를 통해 공식 발표된 갤럭시S 2에 대한 소식들이 인터넷에 넘쳐나고 있다. 제품 자체에 대한 호의적인 이야기도 많은 반면, 옴니아 시리즈의 보상과 맞물려 다양한 화제를 낳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낮아진 출고가를 둘러싸고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이야기도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공정위 조사가 들어가자 출고가를 낮췄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무엇보다 출고가가 낮아졌는데 소비자의 실제 구매가가 높아진 것이 이상하다는 투다.

이 같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대상 중에는 이통사도 있는 게 아이러니하다. 이번 갤럭시S 2는 SKT, KT, LG 모두 동일한 출고가가 결정되었다. 모두 84만7천 원이다. 이번에 예외 없이 똑같은 출고가를 적용한 것은 꽤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히 출고가로 인해 소비자가 구매할 때의 가격 인하 효과가 없다는 단순한 시각으로 볼 수 없는 점이 있는 것이다.

종전에는 비슷한 모델이더라도 이통사마다 미묘한 차이가 생겼다. 거의 같은 하드웨어라도 이통사와 협상에 따라 출고가가 조금씩 차이났던 것이다. 납품 물량에 따른 단말기 공급 가격과 제조사 보조금 등에 따라 이통사별 출고가가 조절되었는데, 갤럭시S 2를 출시하면서 삼성은 제조사 보조금을 없애는 대신 출고가를 낮추고 똑같은 가격 정책을 가져가게 된 것이다. 물론 공급 단가는 납품 물량이 어느 정도 되느냐를 두고 제조사와 이통사의 협상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그렇더라도 이번 만큼은 출고가가 변할 일은 사라진 셈이다.

중요한 점은 이번 출고가가 사실상 소비자가에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종전 출고가는 단말기의 가격이 아니라 도매상이라 할 수 있는 이통사가 시중에 내보내는 가격으로 실제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니었다. 이러한 보조금 거품이 있는 상태에서 단말기를 단품으로 사는 것은 한마디로 미친 짓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갤럭시S 2는 제품의 영업 비용이라 할 수 있는 제조사 보조금을 제거하고 출고가를 낮춤으로서 실질적인 소비자 가격을 내세운 것이나 다름없다고도 볼 수 있다.

이는 앞으로 출고가를 기준으로 제조사가 직접 제품을 단품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몇몇 움직임에 미리 대처할 수 있는 정지 작업의 일환일 수 있다. 지금은 삼성이 직접 단말기 판매에 나설 가능성은 적지만, 어떤 정책적 결정에 의해 직접 판매를 시작하면 이번 출고가가 소비자 가격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물론 84만7천 원이라는 가격도 만만치 않아 이를 단품으로 구매할 사용자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더라도 조금이라도 통신비를 아끼려는 이용자들을 위해 단말기를 직접 판매하는 길을 모색 중인터라 갤럭시S 2의 출고가 인하는 이러한 결정을 돕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제조사가 직접 판매를 배제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재 이통사가 독점한 단말기 유통 시장에 대한 폐해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단말기 보조금 문제를 비롯해 단말기 구매시 반 강제적인 요금제 가입 등 소비자의 권익을 해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아직 남아 있는 상태여서 이에 대한 해결책 중 하나로 이용자가 직접 단말을 구매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적 판단이 먼저 나와야 하지만, 그 판단에 따라 단말기 유통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이 왔을 때 낮아진 출고가가 그 혼란을 줄이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어쨌든 갤럭시S 2의 낮아진 출고가는 앞으로 다른 제조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이보다 못한 제품을 더 높은 가격에 내놓기는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낮은 출고가의 의미를 확실하게 만들기 위해선 정부 당국의 정책적인 결정도 서둘러 나와야 한다. 단순히 소비자 물가를 잡기 위해 강제로 출고가를 낮추도록 유도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소비자의 혜택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 대한 논의도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