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구요? ‘아이폰 5s를 사도 괜찮을까?’라니. 그걸 왜 내게 묻는 거죠? 이미 그럴 생각이잖아요. 지난 번 아이폰 4s 살 때도 그렇게 뜯어 말렸어도 기어코 사고 말았던 당신이에요. 벌써 그걸 잊은 거에요? 도대체 무엇을 확인하고 싶나요? 하트 뿅뽕 떠 있는 그 눈으로 날 보지 말아요. 사지 말아야 할 이유 100개를 대더라도 그 마음은 바뀌지 않는다는 거 잘 아니까요. 그러니 그냥 솔직히 이야기할게요. 차라리 사야 할 이유를요. 당신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아니까~
먼저 당신의 손. 그 손은 절대 큰 화면의 스마트폰에 어울리지 않아요. 제가 쓰던 스마트폰을 쥐었던 당신이 한 말 기억하죠? 그래요. 내게는 괜찮았던 그 녀석이 뜬금 없게도 당신의 화풀이 상대가 되고 말았죠. 아, 절대 당신을 비난 하려는 게 아니에요. 당신을 생각하지 않고 크게 만들어진 그 녀석이 잘못한 거 맞아요. 자라지 않은 손가락 뼈를 탓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당신의 손은 이미 아이폰 4s에 최적화되어 있는 거에요. 그런데 아이폰 5s는 더 클까봐 걱정이겠죠? 걱정 말아요. 아이폰 5s는 4s보다 조금 길어졌을 뿐, 좌우 폭은 거의 비슷해요. 그리고 더 얇죠. 당신의 손이 감당하고도 남을 만큼 여유로워요. 절대 당신의 손을 괴롭히지 않아요.
하지만 정말 당신이 아이폰 5s에 꽂힌 이유는 하나일 거에요. 그래요. 예쁘죠. 특히 샴페인 골드가 참 매력적이에요. 만약 당신이 은색이나 시커먼 아이폰 5s를 사도 좋다는 말이 당신의 입에서 나온다고 해도 믿지 않을 거에요. 마음에 없는 순도 100% 거짓말라는 걸 아니까요. 당신에겐 무조건 샴페인 골드가 가장 잘 어울려요. 이것은 당신 마음 속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만고의 진리죠. 사실 샴페인 골드가 아니라면 당신에겐 다른 선택이 없어요. 미안하지만 다른 색깔은 절대, 절대 안되요. 샴페인 골드가 너무 인기가 좋아서 지금 살 수 없더라도 인내를 갖고 그냥 기다렸으면 해요.
아이폰 5s에 이것저것 좋아졌다고 하는데, 그걸 일일이 읊어주고 싶진 않아요. 어차피 그거 다 몰라도 쓰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거든요. 다만 지문 인식 만은 가르쳐 주고 싶어요. 예전에 아이폰 4s로 바꿀 때 이것저것 가르쳐주느라 내 인생의 반을 허비한 듯한 느낌이지만, 지문 인식은 그에 비하면 세발의 피에 불과하거든요. 아이폰 5s가 뭐가 좋냐고 누가 물어보면 그래도 하나는 알아야 하잖아요. 당신의 손가락으로 잠금 화면을 풀 수 있다는 것만 보여줘도 충분해요. 가끔은 슬로모션 같은 재주를 자랑하는 것도 좋을 텐데, 동영상 찍는 재미가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되면 그 때 알려줄께요~
참, 전에 아이폰 4s 쓰면서 테마를 꾸미지 못한다고 계속 투덜댔죠? 아이폰 5s라고 다르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만 투덜 대라고 안 할게요. 사실 아이폰 4s 때 탈옥하면 테마를 바꿀 수 있는데, 그냥 해주고 싶지 않았어요. 탈옥은 어렵지 않지만, 당신의 취향에 맞는 테마를 찾는 게 꽤 피곤한 일이거든요. 물론 아이폰 5s에서 탈옥은 꿈도 꿀 수 없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그나마 iOS7으로 올리고는 눈이 어지럽다며 투덜 대던 것도 이제는 그럭저럭 밉지는 않다고 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그리고 아이튠즈에서 음악이나 영화를 넣는 게 답답했겠지만 그건 아이폰 이용자의 숙명 같은 거니까 꾹 참고 쓰길. 그러고 보면 아이튠즈에 적응한 당신이 대견스럽긴 하네요. 이 정도면 당신이 아이폰 5s를 사도 좋을 만한 이유로는 모자라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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