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스마트 장치보다 그것을 활용하는 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이를 틀린 관점이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스마트 장치에서 다룰 수 있는 앱이 풍부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드웨어의 활용성을 넓힐 가능성을 더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냥 그 스마트 장치에서 실행할 수 있는 앱과 그 하드웨어를 제대로 알고 만든 앱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스마트 장치에서 실행되는 앱 개발자들에게 스마트 장치마다 다른 이용자 경험의 본질부터 파악하라고 주문하는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기어S용 김기사(Kimkisa)가 지난 주 기어S의 삼성 스토어에 등장했다. (정확한 표현으로) 사전 ‘아이콘’ 탑재 문제로 잠깐 떠들썩 했던 이야기는 잠시 미루고, 기어S용 김기사를 곧바로 깔고 몇 가지 실험을 해봤다. 그리고 이내 김기사의 기어S 버전을 잊기로 했다. 기어S라는 하드웨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기능이 가득한 탓이다.
김기사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길안내 앱이다. 더 빠르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재주로 많은 스마트폰을 쓰는 수많은 이용자들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다. 때문에 김기사를 말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은 길 안내일 수밖에 없지만, 길 안내도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 한다는 걸 깜빡한 듯하다.
기어S에서 길 안내는 두 가지 모드가 있다. 도보 길 모드와 자동차 모드다. 사실 기어S의 특성상 도보 길 모드가 더 중요한 기능인 반면 자동차 모드는 정말 옵션이다. 기어S용 김기사를 실행하면 설정을 누르기 직전까지 도보 길 모드로 작동한다는 건 김기사측도 보행자 모드가 기어S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보행자용 길안내와 자동차 운전용 내비가 서로 뒤바뀐 게 문제다. 보행자를 위한 길안내가 자동차 모드에 있고 자동차 모드용 길안내는 실제 운전 환경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먼저 도보 길 모드부터 보자. 이 모드는 거리 제한이 있다. 10km 이내 지역의 위치에 대한 지점과 방향을 표시한다. POI만큼은 김기사도 다른 내비에 못지 않아 위치 검색은 무난하다. 하지만 정작 그곳으로 가는 안내가 없다. 그냥 지도 위에 어느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화살표만 있을 뿐,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가라는 안내가 없다. 대중 교통과의 연계도 전혀 되지 않는다. 길을 잘 모르는 이들은 지도를 봐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안내로 도움을 받기는 어렵다. 어느 지점까지 간뒤 다음 어느 지점까지 가라는 자동차 모드의 턴바이턴 방식 안내가 도보 길 모드에 없는 건 이해가 어렵다.
자동차 모드가 옵션이라도 길안내를 받을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김기사를 운전 중에 쓴다면 나는 무조건 말리고 싶다. 두손을 운전대에 올린 상태에서 한 손을 들어 길 안내를 확인하는 것은 너무 위험해서다. 그것 만이 아니다. 기어S의 음량이 너무 작아서 각종 안내문과 경고음이 잘 들리지 않아서다. 위험을 알리는 진동도 없다. 음악을 들으면서 운전을 할 땐 음성 안내든 진동이든 운전자에게 그 어떤 알림도 주지 않는다. 스마트폰에서 지도를 보며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지만, 기어S에서 지도를 보든 턴바이턴 형식의 방향 표시를 보든 거의 무용지물이다.
사실 기어S용 김기사는 기어S를 쓰는 수많은 이들에게 필요한 앱이었는지도 모른다. 손목에 차고 다니는 시계형 장치에서 스마트워치 내비게이션처럼 지도 기반의 응용 프로그램은 이용자에게 많은 편리함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어S용 김기사는 그 기본에 충실하려 했으나 제품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한 앱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스마트폰을 쓰는 것과 손목에 차는 것은 이용자 경험이 전혀 다르지만, 기어S용 김기사는 이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이용자보다 하드웨어를 쓰는 경험을 앞서가지 못할 지라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좋은 앱을 만드는데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기본은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
결국 사용자들의 패턴을 잘 이해 못하고 만들었다고 밖엔,… 다른 할말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