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팩 행사 이후 열었던 체험존의 문을 닫는다는 마지막 안내방송이 나오자 조마조마해졌다. 아직 기어VR을 체험하지 못한 상태였던 때문이다. 예전 개발자용 오큘러스VR은 경험한 적이 있지만, 상용화를 목전에 둔 기어VR은 그 제품과 전혀 다른 제품이었던 터라 그 때의 경험으로 이 제품을 이야기 할 수 없어 반드시 해본 뒤 문을 나서야만 했다. 결국 문을 닫는 시간을 잠시 미룬 채 기어VR을 쓰고야 말았는데, 그 이후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앞으로 개발자용 오큘러스VR과 비교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상용화를 앞둔 기어VR은 확실히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제품이다.
기어VR은 그 자체가 VR 장치는 아니다. 이 제품은 갤럭시 노트4의 부속 장치다. 안쪽에 갤럭시 노트4를 거치한 뒤 오큘러스 VR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한 다음 머리에 쓰면 가상 현실 세계를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즉 갤럭시 노트4를 활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 같은 하드웨어지만, 삼성이 갤럭시 노트4와 더불어 소개한 다양한 협업 모델 중에 가장 큰 규모를 가진 의미있는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갤럭시 노트4를 거치해도 기어VR을 조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머리를 움직이면 화면 중앙의 포인터가 이동하고 터치할 메뉴에 포인터를 맞춘 뒤 오른쪽에 있는 터치 패드에 손가락을 두드리면 해당 앱이 실행된다. 음량을 올리고 줄이는 것, 되돌아 가기 버튼도 모두 기어VR의 외부에 만들어 놓은 덕분에 다루기는 편하다. 아, 안경을 쓸 만큼 시력이 좋지 않은 이들도 기어VR을 쓴 뒤 렌즈 초점을 조정하면 안경을 쓰지 않고도 편하게 기어VR을 쓰고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밴드를 조정하는 형태로 쓰기 때문에 착용감은 불쾌하지 않고 앞쪽에 노트4를 달고 있는데도 저절로 앞으로 고개를 숙이고 싶을 만큼의 무게감은 아니다.
하지만 기어VR에 놀란 것은 사실 이 하드웨어라의 완성도를 끌어 올리는 응용 프로그램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하드웨어라도 이용자를 다른 세계의 공간 안에 넣는 다양한 가상 현실 앱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당연. 이날 체험 존에는 여러 응용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 하늘을 날 수 있는 로봇을 조종하는 게임을 해보니 하늘을 날고 있는 동안의 공간감과 추진력을 쓰지 않을 때 땅으로 떨어지는 순간의 공포감이 고스란히 시각적으로 전달된다. 두개의 홥면을 겹쳐 입체감을 만들지만, 의외로 모든 영역이 선명하게 보이고 쉽게 어지러운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기어VR에서 쓰는 가상 현실 앱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업체가 페이스북에 인수된 오큘러스다. 삼성이 오큘러스와 손을 잡은 것은 페이스북에 인수되기 이전이므로 1년도 더 된 일이었는데, 삼성과 협업을 위해 우리나라에 유일한 오큘러스의 외국 지사가 설립되어 개발자 양성을 진행해 왔다. 기어VR에서 즐길 수 있는 오큘러스 앱은 일부 상용화가 되어 있지만, 모바일용 제품은 이제 기어VR로 통해 상용화를 앞둔 상태. 기어 VR용 소프트웨어와 컨텐츠 공급사들도 잘 알려진 영화 스튜디오와 게임 유통사 등이다.
이쯤되면 기어VR이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는 점은 알아챘을 것이다. 하드웨어는 삼성이, 컨텐츠와 앱 개발 생태계는 오큘러스가 나눠 맡는 이런 조합은 삼성의 스마트폰 사업 말고는 보기 힘든 형태다. 삼성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오큘러스가 잘하고 있는 것을 최적화하는 이런 형태는 그동안 삼성은 자사 제품과 다른 생태계의 협업에 소홀하다는 지적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될만하다. 서로 다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두 생태계의 장점을 실제로 어떻게 나타날지는 좀더 두고볼 일이다.
노트4 전용인가요? 지를만 한지 칫솔님이 평가 좀…
(용도는… 알면서…)
노트4 전용이에요. 이전이나 이후의 제품은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착탈하는 걸 직접 확인해보니 노트4에 꼭 들어맞더라구요. 용도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