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기여하고픈 마음이 없는 듯한 기어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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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이미 ‘기어’라는 상표를 붙인 여러 개의 손목시계형 장치를 내놓았다. 기어와 기어2, 기어2 네오, 기어 핏 등 모두 4가지. 여기에 새로운 기어가 추가된다. 이름은 ‘기어 라이브’다.

아마도 삼성에게 새로운 손목시계형 장치를 내는 일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안드로이드웨어는 지금까지 내놓은 손목시계형 장치에 대한 접근 방식을 조금 바꾼 제품일 수밖에 없다. 일단 타이젠으로 통일했던 기어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안드로이드웨어를 채택했고, 삼성 갤럭시 이외의 다른 안드로이드 4.2이상을 채택한 장치들과 연동할 수 있는 제품이라서다. 그동안 갤럭시 시리즈가 아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쓰는 이용자들이 선택할 만한 손목시계형 제품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답답함은 조금 풀릴 듯하다. 하지만 기어라이브는 삼성 제품 간의 유대를 강화하려는 기어 시리즈의 전략이 외부로부터 강제로 틀어진 제품이기에 그들 입장에서는 달가운 제품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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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기어 라이브에 대해 싫은 속내를 숨기고 싶어도 제품에서 그것을 완전히 감추기는 힘들었나보다. 사실 이 제품이 기어2 네오의 정식 판매가보다 싼 가격-현재 실구매가로 따지면 기어2 네오가 훨씬 싸다-이라는 사실은 같은 조건이라면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막상 제품을 받았을 때 어딘가 모르게 찜찜한 구석이 있었다. 물론 만듦새가 형편 없거나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어 시리즈보다는 더 매끈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비록 단조롭고 고급스러운 느낌은 적어도 기본적인 만듦새에서 크게 흠잡을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단지 얼마되지 않는 차이에 비해 기어 라이브는 한단계 낮은 제품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기본적인 제원만 따지면 기어 라이브가 이전 기어 시리즈보다 덜 채워진 제품으로 단정하긴 힘들다. 적외선 센서는 없으나 바닥쪽에 심박 센서를 박아 관련 기능은 비슷하게 쓸 수 있다. 또한 전원 버튼을 길게 누르면 안드로이드웨어에서 찾기 힘든 세부 설정을 곧바로 불러올 수 있는 점도 신경쓴 부분일 테다. 하지만 플라스틱으로 만든 형편없는 충전 젠더의 전통을 기어 라이브에서 깼을 리는 만무하다. 착탈식 플라스틱 충전 젠더는 기어 라이브 양쪽에 고리를 걸어서 써야 하는데 그 고리를 한번에 찾아서 걸기 까다롭다. 행여 날개처럼 생긴 고리 부분이 부러질까 걱정도 되고. 기어 라이브 본체의 만듦새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고리를 거는 홈이 마치 스피커처럼 긴 모양새를 하고 있어 매끄럽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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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기어라이브를 손목에 찼을 때 엉뚱한 부분에서 문제가 튀어 나온다. 본체가 아니라 시계 줄 탓이다. 기어 라이브의 시계줄은 고지식하다고 해야 할까. 고무 재질의 밋밋한 성질은 그래도 살려둔 데다 신축성마저 떨어질 뿐만 아니라 고리를 건 뒤 시계줄의 모양이 자연스럽게 유지되지 않는다. 시계줄 안쪽을 오톨도톨한 돌기 형태로 만들어 넣었지만, 편안한 착용감을 느끼게 하는 효과는 거의 없다. 하루라도 빨리 다른 시계 줄로 교체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이해하라는 듯 시계줄을 아주 쉽게 바꿀 수 있도록 장치를 해놓았다. 하루라도 빨리 기어라이브에 맞는 시계줄을 찾는 것도 일일 듯 싶지만, 이 본체에 어울리는 것을 찾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닐 듯하다.

300mAh의 배터리를 담은 기어 라이브의 배터리 시간은 40시간 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벼운 알림만 받았을 때 버티는 시간이다. 하루는 무난하고 이틀은 무리다. 기어처럼 화면을 완전히 껐다가 필요한 때에 켜는 게 아니라 시간은 계속 표시된다. 물론 완전히 컸다가 켤 수도 있다. 대기 모드에서는 시와 분침만, 활성 모드에서는 이용자가 설정한 시계 화면을 표시한다. 대기 모드에서도 계속 시계를 표시하므로 AMOLED의 특성인 번인 현상이 일어날까 걱정되는 건 분명하나 며칠을 켜두어도 그런 현상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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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라이브의 만듦새나 기본 성능을 제외한 나머지 특징은 안드로이드웨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조작 환경이나 응용 프로그램 환경은 모두 안드로이드웨어의 장단점을 그대로 수용한다. 단지 제조사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기본 시계 화면을 몇 개 더 넣느냐는 정도다. 기어 라이브는 고를 수 있는 시계 화면이 13개다. 화려한 디지털 시계도 되고 고풍스런 아날로그 시계 화면도 있지만, 딱히 내세울 만한 시계 화면은 찾기 어렵다. 다른 기어에 비하면 기어 라이브는 안드로이드웨어도 삼성에도 그리 기여하려는 의욕을 느끼긴 어렵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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