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가 몰려온 걸까?
아니면 배가 산으로 오르기를 바라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봐야 하는 걸까?
1년 전, 셀러론 900MHz CPU와 512MB 램에 7인치 화면, 4GB SSD를 넣어 만든 초저가 PC(ultra low cost PC), EeePC 701로 잠재된 미니 노트북 시장을 일으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던 아수스에 대해 요 며칠 사이에 이처럼 수많은 의문부호를 단 질문들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중이다. 모두 아수스가 최근 선보인 두 개의 넷북을 보고 난 뒤에 생긴 의문들이다.
EeePC 701이라는 값싼 미니노트북으로 시작해 아톰 이후 EeePC로 넷북 분야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기 까지 아수스는 늘 앞장에 섰던 업체다. 모두가 지켜 보는 앞에서 위험을 무릎쓰고 그 어느 업체보다 빨리 모험에 나선 까닭에 미니 노트북 시장을 개척하는 공로를 홀로 챙겨갈 수 있었다. 이를 발판으로 아수스는 EeePC를 훌륭한 미니 노트북, 넷북 브랜드로 정착시키는 데 알맞은 제품들을 늘려나갔다.
얼마 전까지 아수스는 분명 미니 노트북이나 넷북의 컨셉을 반영한 제품을 만들었다. 인텔 아톰의 등장 이후 EeePC 901이나 EeePC1000 시리즈 등은 램과 저장 장치를 달리하면서 가볍게 들고 다닐 넷북을 찾는 소비자 기호에 맞는 여러 모델과 값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갔음은 물론이다. 월등히 뛰어나지는 않지만, 인터넷 탐색이나 가벼운 업무에 최적화된 미니 노트북, 넷북의 컨셉에 충실한 제품으로 인기를 얻었다.
문제는 지금이다. 이제 아수스는 넷북을 넷북 이상으로 만들려고 한다. N10이 그렇고 S101이 그렇다. 둘다 아톰 기반 플랫폼을 쓴다. 이미 고만고만하다고 알려진 것이 아톰이다. 여기에 외장 그래픽(지포스 9300M GS)을 얹고 HDMI 단자를 붙인 것이 N10이고, 종전 넷북보다 얇게 만든 게 S101이다. 아톰 플랫폼의 그래픽 부분을 강화하고, 두께를 줄여 이동성을 높인 것으로 포장하고 있다(더 많은 공간을 지닌 하드디스크를 넣는 등 부품의 변화도 있지만, 이는 큰 특징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의문이 드는 것은 왜 그래픽 성능을 올려야 했고 두께를 얇게 만들어야 했느냐는 점이다. 넷북이 그래픽 성능이 ‘후달려’ 못쓸 물건도 아니었을 뿐더러, 종전 EeePC들이 크고 두꺼워서 들고다니기 어려운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N10 발표회에서 크라이시스를 최저 옵션으로 돌아가는 데모를 보여줬다는데, 이게 감탄할 만한 일일까? 아톰 기반 넷북에서 그래픽 성능을 올린다 한들 넷북을 쓰는 일반인의 이용 환경이 달라지는 게 있나? 정말 사람들이 그래픽 성능만 좋은 넷북을 찾을까? 글쎄다. 고작 인터넷이나 문서, 가벼운 동영상 환경에 맞춰진 프로세서의 능력을 그래픽 칩셋이 대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처럼 허무한 발상이 어디서 온 건지.
오늘자 다나와에 올라와 있는 N10의 가격은 1만 원만 더하면 정확하게 80만 원이다. 세상에나. 이게 넷북이라고? 도대체 이처럼 비싼 놈을 넷북이랍시고 내놓고 뭘 하라는 걸까? 무엇보다 외장 그래픽이 좋으니 비싸도 뭔가 좋겠지라는 막연한 환상을 심는 짓거리에 당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S101의 두께는 또 어떻고. 얇으니까 좋을 수도 있다. 아니, 나는 좋다. 거기까지는 이해한다. 단, 얇게 처리한 만큼 비싸다는 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이다. 그나마 S101은 N10에 비하면 좀 이해 되는 구석이 있긴 하다. 적어도 들고 다니기 더 편하다는 쪽의 가치와 돈을 맞바꾸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다만 바꿀만한 가치가 있느냐면 나는 아니라는 쪽이다. 균형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텔이 넷북에 들어가는 아톰 플랫폼을 내놓았을 때 6년 안에 새로운 10억 명의 PC 이용자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있었고 그들을 위해 넷북, 넷톱처럼 싼 PC를 만들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값싸게 공급한다는 철학이 있었다. 아수스도 1년 전, EeePC 701을 선보였을 때 비슷한 철학을 갖고 있기는 했다. 많은 이들이 쓸 수 있도록 싸게 내놓겠다는. 그런데 1년 만에 그 때의 철학은 흐릿해졌다. 처음 존재했던 PC를 쓰는 사람의 가치는 사라지고, 제품의 가치만을 높이는 철학만 남았을 뿐이다.
넷북을 쓰는 대부분이 제한된 환경에 맞춰 크기(휴대)와 값이 충분한 가치를 주는지 충분히 고민하고 샀을 것이다. 앞으로도 월등히 뛰어나지 않지만 자기가 쓰려는 환경을 면밀히 살펴서 살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걸 알지만, 가끔 비싼게 좋은 거라는 맹목적 믿음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이 몇몇 있을까봐 안타까운 마음이다. 당하지 마시라. 속지도 마시라. 낮은 성능 대비 가격과 휴대성이란 균형을 맞추지 못한 것을 넷북이라 부를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 보시라.
프리미엄 넷북? 돼지 목의 진주 목걸이라 말하지 않을 수 있나? 아수스가 말하는 프리미엄 넷북은 한마디로 ‘삽질’이다.
S101은 정말 왜그렇게 비싼지 이해를 할 수 없더군요…..
얇다는걸로 그렇게 비싸단건 이해할 수 없어요..ㅡ.ㅡ;
노트북이든 넷북이든 가장 비싼 부품은 케이스죠. 목업을 만드는 비용이 꽤 많이 들기 때문이랍니다. 결과적으로 얇게 만들 수록 비쌀 수밖에 없지요. ^^
두께를 줄이는건 조금 이해가 갑니다. 노트북이나 핸드폰도 1mm 두께에 목숨을 거니까요.
일단 그 두께를 줄인다는건 판매 목적도 있지만, 자사의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한 것도 크니 말이죠
그리고 어쨌거나 초박형 노트북 개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이라는 뉴스가 나가게 되면
광고비 안들이고도 광고를 할 수 있으니 업체에서는 일석이조, 손안대고 코풀이 인셈이죠.
그런데.. Atom이 이러다가 메인 pc를 대체 할수 있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해봅니다.
intel에서 전원 쑥쑥먹는 칩셋만 해결해주면 딱일텐데 말이죠
문득 1기가 cpu가 처음 나왔던 때가 생각이 나네요.
더이상 높은 클럭의 cpu가 필요 할까? 이정도면 웬만한거 다 할 수 있는데 말이야.. 라고 생각하고 말이죠
나중에 돈많이 벌면 집에는 고성능 서버에 노트북과 PDA를 들고 다녀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집에는 고성능 서버가 없다는거 제외하면 PDA + 노트북 대체 품으로 들고 다니는 TC1100을 보면
고성능보다는 고효율이 대세고 아톰프로세서 만으로도 웬만한 작업은 할 수 있는 성능을 지녔으니
이제는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잡솔 : 생각만 하다가 말이 꼬이네요 ㅋ
사실 넷북 성능을 놓고 보면 기술력을 자랑할만한 것도 없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기술력을 보고 사는 제품은 아닐 듯 합니다. 얇으면 이슈는 되겠지요. 어느 정도 홍보도 될테고. 하지만 넷북 수준에서의 기술력 자랑해봤자 티코에 머플러 단 정도가 아닐까 해요. 기술력이라면 기함 수준에 준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그나마 봐줄만 하지 않을까요? ^^
아마도 가격을 조금 올려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 EEE 하나 있던 시절에는 쬐끔 더 좋은 스펙에 터치스크린이 달린 UMPC(대체로 크기도 더 작죠… 뭐 고진샤나 몇몇 제품 말고는 키보드가 없긴 하지만요…)랑 같은 가격으로 경쟁할 수도 없고, 일반 보급형 노트북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놓지 않고는 시장을 확대하기는 힘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넷북에 전념하는 기업이 아수스 말고도 MSI까지 되는데다, HP나 삼성같은 기업에서도 넷북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어느정도 판이 커진데다, OEM방식으로 들여와 판매만 하는 대기업이라면 이윤을 붙여서 팔아야 하니까 넷북 초창기에 비하면 가격대가 조금 올라간 것도 사실이구요… 국내에선 대략 60만원대 정도 하는 것 같은데, 이정도 가격이라면 프리미엄급 넷북이랍시고 80만원을 받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되네요… 하지만 문제는 그 가격에 고객들이 지갑을 열어줄건가 말건가 하는 것인데, 역시 80만원이라는 돈은 좀 그렇죠? 비싼 만큼 CPU나 다른 성능이 좋다면 모르겠는데, 업무에 관계되는 일이라곤 프레젠테이션밖에 영향을 못 주는 그래픽 칩셋을 지포스 9300M GS씩이나 달아놓고 사라고 한다면 잘 아는 소비자는 절대 구입하지 않겠죠… 아마 입소문 마케팅은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그래서 요즘에 MSI제품 소식은 자주 들리는데 아수스제품 이야기는 듣기 어려웠던 걸까요?)
넷북에 손을 댄 기업이 늘어 업체 나름의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인 듯 싶습니다.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성능을 올려 넷북 라인업을 늘리는 것보다 소비자의 편의를 강조하는 쪽으로 라인업을 강화했다면 어떨까 궁금하네요. 그 편의 안에는 값도 포함되겠죠. 아수스는 넷북의 기본에 충실한 제품으로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을텐데 말이죠. ^^
넷북의 기본 컨셉에서 좀 오버한다는 느낌이 확실히 있지요…그런데
자기네들도 저런 모델이 주류가 된다기 보단…분위기 편승에서 좀더 팔아먹고, 라인업을 늘려서 다른 경쟁사들의 도전을 방어할 목적이 더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맞는 말씀이에요. 다양성으로 승부를 하는 것도 전략일 수 있지만 이번은 자칫 카운터펀치를 얻어맞을 수도 있지 않나 싶어요. ^^
저도 아수스 S101 만든거 보고… 음.. 이걸 왜 만들지? 싶었습니다.
분명 그들에게는 이유가 있었을거에요. ^^
어렵네요 -_- 확실히 적당하고 부담없는 가격과 성능으로 넷북시장의 길을 뚫었던 아수스가. 하긴 노트북 만드는 기업들이 요즘들어 10인치위주의 비슷한 성능의 넷북을 만들어 내니까 이에대한 대안으로 만들거 일수도 있지만…이건 아닌것 같다는;; 만약 제가 만든다면 지금 잇는 모델들 더얇고, 키보드문제도 보완한, 좀더 가벼워진 제품만 내놔도 좋을것 같은데요…
사실 넷북은 제원을 제한한 탓에 산업 표준화가 되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표준을 벗어나고 발버둥쳐도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거든요. 알님 지적처럼 키보드 문제나 좀더 가벼운 제품을 만드는 게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인데, 이러한 해결책은 없이 엉뚱한 제품만 내놓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ASUS가 EeePC에 대한 브랜드 가치를 올리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과유불급이라고 성능면에서 ‘넷북의 한계’라는 게 있는데 너무 욕심 부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S101은 가격이 좀 비싸서 문제지만 끌리는 건 사실이네요. 그렇게 얇은 건 아니지만 충분히 매력은 있어 보여요. =)
넷북 분야에서 가치를 올려봐야 그다지 빛볼일 없으리라 봅니다.
그나저나 태현님도 스타일리시한 제품을 선호하시는군요? ^^
잘 읽었습니다. 아마도 넷북을 개척한 그 여세로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습니다. 그런 공격적인 경영이 자칫하면 악재로 작용 할 수 도 있겠죠. 사용자 입장에서는 라인업이 다양해져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것 보다는 실사용자들의 제품에 대한 의견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네요.
동감입니다. 단순한 라인업 확대보다는 좀더 실질적인 뭔가를 내놓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잘 읽었습니다.
음… 아수스의 삽질..
저도 칫솔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뭐 시장에서의 최종적인 반응이 돌아오면 아수스도 알아서 정신을 차리리라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
그렇겠지요? ^^
그래픽성능은.. 카트만 무난히 돌아가면 되는거 아닌가요?
굳이 이런 컴퓨터로 스타크래프트2하는건 아니니까..
카트의 프레임율을 좀더 높이고 싶었나보죠. ^^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하이엔드 넷북 Eee PC S101과 함께 공식발표된 Eee PC의 신형 904HA, S101과 달리 정보가 별로 없는 이 제품 쪽이 저는 더 관심이 갔기 때문에 여기저기 찾아보았는데… 일단 색상은 위에 올린 사진대로 녹색, 붉은색 외에 검은색까지 세 종류가 나온다고 하고요.(화이트가 없는건 의외로군요) 해외 사이트를 뒤져본 결과 제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 CPU : 인텔 아톰 아톰 프로세서 N270 1…
저도 S101만 봤을 때는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만, 함께 발표된 904HA를 보고는 약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자세한 것은 작성해놓은 포스트가 관련이 있는 듯하여 트랙백을 걸었고^^;
현재 아수스는 넷북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계속 그대로 진화시켜나가면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들만의 한계점을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넷북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넷북은 어떤 것이 될 수 있는가. 그런 것들을 말이지요. 이번 S101의 경우는 아수스보다는 참 애플스러운 물건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ㅂ=; 뭐 하여간 그래서 전 아직까지는 아수스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는 중입니다.
네. 한계점 찾기라 하시니 그런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 물론 그 한계의 판단은 소비자들이 하겠지만요.
두께 하나 때문에 성능도 일반 맥북에 비해 떨어지는 맥북 에어를 200만원이라는 금액으로 사는 분들이 있으니 꼭 두께가 의미 없지는 않을 것 같네요. 저도 맥북 사려다가 두께 하나 때문에 50-80만원을 더 지불하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음. 그냥 두께만 놓고 평가한다면 S101을 높게 볼 수도 있을테지만, 성능이나 재질, 완성도, 브랜드 프리미엄을 따지면 에어와 비교할 것은 아닌 듯 합니다. 다만 넷북 중에서 얇은 걸 사겠다는 분들에게는 어느 정도 어필할 수 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