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미국이나 중국 같은 나라를 들어갈 때 비자를 받습니다. ‘일단은 들어가도 괜찮아’라는 해당 국가의 라이센스인 셈이죠.
요즘 CD-R 업계가 비자 때문에 좀 골머리를 앓는 모양입니다. ‘VEEZA’라는 다른 철자를 쓰지만, 이 역시 라이센스입니다. 발행처는 필립스(philips). 지난 해 1월19일, 필립스가 CD-R 디스크 특허에 대한 새로운 라이센스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http://www.ip.philips.com/licensing/veeza/vzh/documents1231.html
이 인증 제도는 미디어 제조 업체와 일괄적으로 맺었던 특허 사용 권한과 별도로 그 업체가 생산한 CD-R마다 인증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CD-R 디스크를 만들 때마다 새로운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세 가지의 인증 표시를 해야만 합니다. 디스크 안쪽 생산 정보에 비자 획득 정보를 넣어야 하고, 디스크 표면에 비자 마크를 붙이고, 디스크를 담는 케이스 등에 레이블을 붙여야 합니다.
인증을 받더라도 그 뒤처리가 복잡하지만 문제는 비자 라이센스가 공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위 링크를 따라가 보면 알겠지만, 디스크 1장 당 최소 0.025~0.045달러의 라이센스 비를 부여할 것이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이 라이센스가 나오자마자 반발한 것 역시 CD 제조 업체들입니다. 특히 세계 3대 디스크 제조사인 대만의 CMC와 라이텍, 프로디스크가 공동 보조를 맞춰 저항하겠다고 할만큼 반발이 거셌습니다. 디스크 당 부여될 라이센스 비용도 문제지만, 이 라이센스를 적용받으려면 제조 회사의 생산량을 필립스에 보고를 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기업 정보가 송두리째 새나가게 된 것이지요.
이런 저항에 발맞춰 중국 베이징의 한 교수가 필립스를 상대로 DVD 특허 무효 소송을 내기도 했습니다. Cnet의 번역 기사가 ZDnet에 있으니 참고하세요.(다른 우리나라 매체에서 다룬 경우가 하나도 없는 듯 하네요..)
http://www.zdnet.co.kr/news/digital/0,39030978,39150276,00.htm
하지만 필립스의 대항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EU에 대만의 3대 미디어 제조 업체에 대한 수입 제한을 요구, 이를 관철시켜 결국 이들 업체의 수출길을 막아버렸고 물밑으로는 3대 제조회사가 줄다리기를 했습니다. 아시아, 북미와 함께 큰 세일즈 세그먼트를 차지하는 유럽에서 판로가 막힌 세 제조 업체는 필립스와 협상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돌연 필립스가 셋 중 하나를 라이센스 협의 업체에서 탈락시켰습니다. 그리해 다급해진 CMC와 라이텍이 비자를 얻게 되었고 둘 다 장당 0.25센트의 라이센스 요금을 지불하기로 계약을 했다는 소식이 떴습니다.
http://www.cdrinfo.com/Sections/News/Details.aspx?NewsId=18237
http://www.cdrinfo.com/Sections/News/Details.aspx?NewsId=19330
아직 비자 라이센스가 반영된 CD가 유통되는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언제부터 유통된다는 말도 없지만, 이 라이센스가 반영된 제품이 나오기 시작하면 CD-R 값은 조금 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0.025달러면… 23원이 넘나요? 저가 CD-R에 이를 반영해 계산해보면 될 것 같네요. 다만 CD-R의 특허 지분이 있어 비자 면제를 받은 소니와 다이요유덴 제품, 그리고 소량 생산하는 프리미엄 CD-R 메이커의 가격은 뛰지 않을 것입니다.
위 ZDnet 기사를 읽어보면 필립스가 비자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을 자사의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고 합법적인 제품의 생산과 유통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아래 내용에는 대만 업체가 허가된 쿼터를 축소 신고하면서 라이센스 비용 지불을 회피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필립스가 줄어드는 로열티에 대해 앉아서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같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업체들의 이속 챙기기의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건 피할 수 없겠네요.
필립스는 DVD를 위한 비자 시스템을 개발했고, 앞으로 차세대 디스크에도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디스크 형태의 기록 특허를 필립스가 쥐고 있기 때문인데, 앞으로 종이 미디어가 나온다고 해도 미디어 업체들이 직접 특허를 가진 게 아니라면 이런 특허 종속에서 헤어나오는 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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