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외국에 나갈 때마다 되도록 그 지역 현지 선불심(Prepaid Sim)을 개통해 쓰려고 노력 중이다. 만약을 대비해 항상 두 대의 단말기를 들고 나가서 그 중 한 대에 그 지역 선불심을 꽂아 비상용으로 쓰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해 5월 영국에서 스마트폰을 소매치기 당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예비로 가져갔던 다른 스마트폰에 현지 선불심을 꽂아 일단 급한 일을 해결한 적이 있었다. 그 일이 있은 뒤 다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지만, 스마트폰으로 많은 일을 처리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짧은 기간 머무르더라도 도난 당하거나 잃어버린 상황에 대비해 최소한의 대안은 준비해 놓으니 안심은 된다.
지난 9월초 IFA가 열린 독일 베를린에서도 선불심을 하나 샀다. 독일은 비교적 자주 가는 나라였는데, 선불심을 산 적은 없었던 모양이다. 기억을 짚어보니 이번이 처음. 호텔과 가까운 곳에 있던 전자제품 전문몰인 새툰(SATURN)을 둘러보다가 눈에 들어온 보다폰 선불심을 개통했다.
독일에서 선불심을 사서 쓰는 과정은 그리 까다롭지는 않았다. 몇몇 나라에서 그랬듯 독일에서 선불심을 쓸 때 약간의 신원 확인은 거쳐야 하므로 여권은 필수. 새툰에 있던 여러 종류의 선불심 가운데 10유로짜리 보다폰 것을 고른 이유는 한달에 200MB 까지 데이터를 쓸 수 있어서다. 이 선불심을 여권과 함께 직원에게 준 뒤 스마트폰 옵션을 넣어달라고 요청하면 나머지 서류 작업은 직원이 전부 처리해 준다. 그 작업을 끝낸 뒤 결제하고 스마트폰에 넣은 뒤 설명서에 있는 PIN 번호를 입력하고 보다폰 APN을 잡아주니 곧바로 3G 망에 연결된다.
거의 일주일쯤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 200MB 정도면 크게 문제될 용량은 아닌 듯했다. 오히려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하면 조금 넉넉한 편. 물론 선불심에 따라 무제한도 있다지만 새툰에서는 찾지 못했다. 새툰이 아니라 다른 통신 전문점을 갔으면 아마 좀더 다양한 선불심을 골랐을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하루 이용량 제한 없이 원화로 약 1만5천 원 정도의 금액으로 이만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건 마음에 든다. 그곳에 있는 동안 데이터가 모자란 상황은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예비로 선불심을 개통하는 이유 말고도 다른 이유가 더 있다. 우리나라의 무제한 데이터 로밍 비용은 하루 9천원~1만원 사이. 짧은 기간이면 그리 비싸다고 보긴 힘들지만, 3일을 초과하면 그 부담이 만만치 않다. 무제한이기는 하나 이용 요금을 쉽게 보긴 힘든 것도 있다. 물론 데이터 로밍을 잘못 이용할 때의 요금 폭탄을 막기 위해서 무제한 데이터 로밍을 쓰는 이유도 있긴 하나 장기간 출장에서 국내 만큼 데이터를 쉽게 소비하기 힘든 출장길에서 쓰기엔 아까운 점도 있다.
하루 9천원 하는 비싼 로밍 비용의 문제도 있지만, 데이터 로밍 상태에서 중요한 알림이 잘 오지 않는 것도 현지 선불심을 개통해 쓰는 이유다. 실제로 현지에서 연락을 주고 받을 때 페이스북 메신저를 비롯한 여러 메신저 서비스를 쓰다보면 메신저 앱을 실행한 상태에서는 데이터를 받는 반면, 메신저 앱이나 SNS 앱을 닫은 상태에서는 알림이 오지 않는다. 이것이 단말의 문제인지, 로밍 정책의 문제인지 확인이 좀더 필요하지만, 현지에 있는 지인들과 빠르게 연락을 주고받지 못하는 일이 잦았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현지 선불심이 도움이 된 것 분명하다.
어쨌거나 독일에서 데이터를 쓰기 위해 선불심을 이용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값도 그리 비싼 편도 아니고, 로밍 상황에서 발생하는 몇 가지 문제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쓸만하다고 말할 수 있다. 어쩌면 현지 선불심을 보완재로 여긴 것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데이터를 많이 소비하지 않는다면 짧은 여행 기간이라면 이러한 독일의 선불심은 괜찮은 선택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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